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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Apr 26. 2024

어떤 아이로 자랐으면 좋겠어요?


지금 아이들이 어린데 앞으로 어떤 아이가 되길 바라세요?


종종 받는 질문이다. 바꿔 말하면 부모의 교육관이 어떤지 말해보라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나는 이렇게 답한다. "마음껏 뛰어놀고 자기 하고 싶은 거 했으면 좋겠어요. 사교육에는 관심이 없지만, 책은 좋아하도록 해주고 싶어요."


나는 어릴 때 하루 종일 밖에서 땀 흘리며 노는 것을 좋아했다. 동네 놀이터에만 가면 야구, 축구, 농구, 다방구, 일곱 발 뛰기, 땅따먹기, 경찰과 도둑 등 하루가 부족할 정도로 많은 놀이를 할 수 있었다. 너무 놀기만 해서 걱정됐는지 한 번은 어머니가 반강제적으로 독서 학원에 나를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학원 가는 날만 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해졌다. 지독히 동적인 아이에게 지극히 정적인 독서 행위는 마치 온몸을 결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한 달도 못 채우고 결국 어머니의 포기 선언을 받아낸 나는 자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책을 수갑처럼 느낄 정도로 책과는 결코 친해질 수 없었던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지금은 책 보다 유익한 것을 찾기 힘들 정도로 책이 가진 마력을 신뢰한다. 가만히 앉아서도 우주를 여행할 수 있는 비밀이 책에 감춰져 있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정책도 개혁 의지도 없는 나라에서 입시를 위한 공교육과 사교육에 아이들을 희생시킬 수는 없다. 아내와 상의하며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만 있다면 다른 나머지는 아이들에게 맡겨도 좋겠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책을 위한 날들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아이디어를 냈다. 가족이 다 함께 책 읽는 날, 어린이 도서관에 가는 날, 책 사러 가는 날, 독서 모임하는 날, TV 켜지 않는 날, 유튜브 보지 않는 날 등등.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가정에 제대로 된 독서 문화가 정착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금부터 자연스럽게 책과 친밀해지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번째 시도로 아이들에게 오늘은 책 사러 가는 날이라고 말해주고 서점에 갔다. 아이들은 만화 캐릭터 완구류에 시선이 쏠렸으나 천천히 돌아보면서 다양한 책들을 보여주니 점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종이 접기와 퀴즈를 좋아하는 첫째에게는 <네모아저씨의 페이퍼 블레이드>와 <어린이 퀴즈>를, 손톱을 물어뜯는 버릇이 있고 한글을 모르는 둘째에게는 <손톱 물어뜯는 유령>과 <흰 눈이 펑펑 겨울 사운드북>을 사줬다. 재테크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다짐한 아내는 재테크 관련 책을, 나는 직무와 관련된 책을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오자마자 책을 읽어달라는 둘째 앞에서 동화 구연을 하자 TV를 보던 첫째도 관심을 갖고 다가왔다. 아이들의 책장도 싹 정리한 터라 다 읽은 책을 책장에 꽂아놓으라고 하니 알아서들 적당한 위치에 잘 꽂아 넣는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어느 작가가 쓴 가족 독서 모임 후기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은 언제 커서 저렇게 독서 모임을 할 수 있을까 부럽기만 했는데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그날이 앞당겨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을 만드는 책은 싫어하고 생각을 없애는 영상만 좋아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좋아할 수만 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경쟁력을 확보할 것이다. 게다가 아빠가 글 쓰는 사람이지 않은가. 글쓰기까지 장착한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하나도 걱정할 필요가 없지 않을까? 물론 지들이 책도 싫고 글도 싫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이 아빠는 죽을 때까지 책 읽고 글 쓰는 삶을 살 거란다.



사진=Unsplash by Gaelle Marcel



[이학기 반장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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