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기 반장 Jun 10. 2024

독서 모임 참가자에서 섬김이로


 크리스천 독서모임 리더를 모집합니다.


SNS에 뜬 광고가 눈에 들어왔다. 크리스천 독서모임이라고? 일반 독서모임과 어떻게 다를지 호기심이 생겼다. 링크를 따라가니 '크로스디사이플스(CRD)'라는 이름의 크리스천 독서모임 사이트가 나왔다. "삶의 현장 속, 우리의 십자가를 지고 빛으로"라는 카피가 인상적이었다.  


참가자로서 여러 번 독서모임을 경험한 적은 있었지만, 막상 리더에 지원하려고 하니 면접 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사이트에 이미 개설된 독서모임을 하나씩 살피며 커리큘럼과 콘텐츠 등을 분석했다. 일정한 틀과 패턴이 보였고 만일 내가 리더가 된다면 어떤 모임을 개설할지 초안을 작성해 보았다. 


서른춘기를 겪는 어른이들을 위한 ‘나를 만나는 시간’  

†모임 주제 구절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에게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치 못할 시험당함을 허락지 아니하시고 시험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후 10:13)     

†키워드
#서른의고민 #크리스천직장인 #소명 #선한영향력 #일상신앙       

†참여대상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고민하는 크리스천
존버와 퇴사 사이에서 ‘직장 생활, 버틴다고 의미가 있을까?’ 고민하는 크리스천
자신와 타인 사이에서 ‘어떻게 올바른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크리스천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결혼하면 행복할까?’ 고민하는 크리스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주중에도 크리스천답게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크리스천     

†어떤 모임인가요?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불안한가요? 자꾸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허무한가요? 뭔가 다른 삶을 꿈꾸지만 다들 그렇게 산다는 생각으로 무기력하지는 않나요? 지금 나를 여기에 두신 하나님의 뜻을 알 수 없어 답답한가요? 
모두 제 이야기입니다. 나를 향한 하나님의 부르심, 즉 소명에 귀 기울이기 전까지는 위와 같은 생각으로 수없이 고민하며 방황했습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여전히 흔들립니다. 그렇기에 믿음의 공동체가 필요합니다. 함께 생각을 나누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동역자들과의 소중한 만남을 기대합니다. 실수가 없으시고 신실하신 하나님이 지금 나를 여기에 두신 뜻을 찾아 함께 여행하는 시간이 되길 소망합니다.

†무슨 책을 읽나요?
“서른과 마흔 사이에서” - 첫 번째 책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 김현중
“존버와 퇴사 사이에서” - 두 번째 책 「일의 기술」 제프 고인스
“자신과 타인 사이에서” - 세 번째 책 「당신과 나 사이」 김혜남
“연애와 결혼 사이에서” - 네 번째 책 「혼인, 가정과 교회」 김홍전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 다섯 번째 책 「그리스도인의 일상다반사」 방선기


당시 초안의 일부 내용이다. 리더 모집 공고를 보고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가 몰렸다. 6명씩 그룹 면접을 봤는데 기존 독서모임 리더부터 대학 교수까지 다들 경력이 화려했다. 나는 책 한 권을 출간한 저자였고 마침 그 책이 독서모임 주제로도 적당했기에 그나마 다행이었다.


리더 지원자들이라 그런지 어쩌나 다들 말도 잘하고 똑똑한지 깜짝 놀랐다. 2시간이 지나고 면접이 끝났을 때 나는 운영진에게 미리 작성해 간 초안을 살짝 건넸다. 며칠 후 문자가 왔다.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20대 1의 경쟁률이었다. 


그렇게 나는 크리스천 독서모임 CRD의 섬김이가 되어 처음으로 <어쩌다 서른> 1기 모임을 진행했다. 수시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조정되는 코로나 때라 첫 모임만 오프라인으로 하고 그다음부터는 온라인으로 전환해서 진행했다.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는 중요하지 않았다. 5주간의 모임을 섬기면서 참여자들을 통해 내가 더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다. 


 "리더와 참여자의 케미가 참 좋았고 깊은 나눔이 좋았다. 특히 5주간 책의 연결이 너무 부드럽고 자연스러워 즐거웠다."

"손에 잡히도록 남는 모임은 처음이었다. 리딩페이퍼, 기타 자료, 나눔 등을 통해 도움이 많이 되었다."

"Doing이 아닌 Being을 지향하며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가는 소명적 삶에 대해 알게 되어 좋았다. 막연했던 직업과 일에 대한 개념이 잘 잡혔다."

"독서모임 하길 너무 잘했다. 일단 저지르고 보는 게 중요하다. 1주에 한 권 부담됐었는데 뭐든지 하면 된다는 것을 배웠다. Just do it!"

"CRD에 참여한 것 또한 소명의 과정인 것 같다. 하나님이 나를 인도하고 계신다는 안도감을 배웠다."⠀


모임 참여자들의 후기를 다시 보니 그때의 감동이 되살아난다. 책은 함께 읽을 때 곱하기를 넘어 제곱의 은혜가 있음을 체험했다. 사실 독서모임이라는 게 거창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소모임을 만들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고 솔직히 자기가 느낀 바를 나누면 되는 것이다. 


특히 독서모임은 온라인으로 모여도 좋다. 전혀 몰랐던 사람들이지만, 책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온라인에서 만나니 첫 만남부터 마음을 열고 솔직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일이 일어난다. 직접 대면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해도 안전하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지금은 CRD 섬김이를 하고 있지 않지만, 독서모임은 첫사랑처럼 늘 가슴에 남아있다. (혹시 아내가 수 있으므로 나의 첫사랑은 누가 뭐래도 아내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이전 17화 [두 번째 육아휴직] 죽음의 코로나, 둘째의 탄생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