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학기 반장 Jun 25. 2024

<두 번째 책 출간> 내게도 원고 청탁이?


출간 제안 드립니다.


2020년 4월, 첫 책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가 정식 출간된 후 반년이 지난 어느 날이었다. 한 통의 메일이 왔다. 제목이 심상치 않았다. 혹시 스팸 메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다 메일을 열어보았다.


“작가님의 책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를 인상 깊게 읽고 저자로 모셔서 함께 책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유명 작가나 제안받는다고 생각했던 원고 청탁이었다. 지금 내 눈앞에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게다가 잘 알려진 도서출판 길벗의 임프린트인 '더 퀘스트'의 제안이었다. 출판사에서는 나이대별로 기획 출판을 준비 중인데 30대를 위한 책을 나와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고 했다.  


이것은 분명 서른 넘어 찾아온 여섯 번째 기회였다. 다만 현실적으로 고민이 되었다. 첫 번째 책의 원고를 집필할 때는 육아휴직 중이었고 아이도 한 명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복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아이도 두 명이 된 터라 일하면서 원고를 집필할 수 있을지 부담이 되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코로나19로 재택근무를 했기에 출판사의 원고 청탁을 수락할 수 있었다. 재택근무가 다행이라고 한 것은 왕복 출퇴근 4시간을 아껴주었기 때문이고, 불행이라고 한 것은 집에만 있으면서 퇴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방문을 닫으면 회사로 출근하고 방문을 열면 육아로 출근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출판사에서는 첫 책의 콘셉트가 '30대의 고민'이었으니 이번에 기획할 책은 '고민에 대한 답'이 어떻겠는지 기획안을 보내왔다. 쉽게 말해 30대 직장인의 다양한 고민에 대해 각각 어떤 책을 읽어보니 그 안에 답이 있었다는 콘셉트로 일종의 '책을 소개하는 책'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출판사와 여러 번의 미팅을 통해 크게 네 파트 '나다움', '경제적 자유', '관계', '휴식'으로 책의 내용을 구성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특히 코로나19로 유동성이 확대되며 벼락부자들이 생겨났고, 경제적 자유라는 단어가 모든 매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는 금융 문맹이었고 재테크에 소질이 전혀 없었다. 


출판사에 '경제적 자유' 파트를 다른 주제로 대체하면 어떨지 제안했으나 출판사에서는 가장 관심이 높은 주제라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결국 독자 중에도 나와 비슷한 금융 문맹이 많을 텐데 초보자의 관점에서 경제적 자유를 어떻게 해석하고 접근할 것인지를 제시하는 방향으로 원고를 쓰게 되었다. 이것이 내 인생의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부의 추월차선> 등 경제 공부를 위한 기본서를 읽으며 노동 수익과 자본 수익의 개념을 알게 되었다. 또 유튜브, 책 등을 통해 주식 공부를 하며 생애 처음 주식 투자에도 도전했다. 책을 쓰기 위해 공부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지만, 조금씩 알아갈수록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책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는 2020년 11월에 쓰기 시작해서 2021년 3월에 원고를 완성했고 편집 과정을 거쳐 7월에 정식 출간되었다. 주변에서 어떻게 아이 둘의 외벌이 직장인이 일하면서 책까지 쓸 수 있었냐며 외계 생명체를 보는 듯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돌아보면 그 당시에 나는 고3 때보다 훨씬 더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았다. 

  

아이들이 잠들기만을 기다렸다가 밤 10시쯤 되면 나는 노트북을 켰다. 그때부터 책을 읽고 자료 조사도 하고 집필을 하다 보면 새벽 2~3시가 되었다. 잠을 줄이는 것 외에는 달리 시간 확보를 할 길이 없었다. 매일 4~5시간씩 자면서 한 주에 한 편씩 원고를 써서 브런치에 올렸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느냐? 글쓰기는 나의 유일한 숨구멍이었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이었기에 고통스러웠지만, 즐거웠다. 만일 그런 시간이 없었다면 심각한 정신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일이다. 글은 내 삶을 지탱해 주는 에너지원이었다. 


첫 책을 4쇄까지 찍어봤으니 두 번째 책은 그 이상의 결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초판 3,000부가 다 나가지 못했다. 출판사에서는 당시 출판 시장의 흐름이 자기 계발로 넘어갔는데 인문서를 기획한 것이 패착이었다고 판매 부진 원인을 분석했다. 내게 투자해 준 출판사에 미안해서 세 번째 책은 잘 팔릴 수 있는 책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나는 두 번째 책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를 쓰며 팬데믹의 위기를 잘 넘겼고 제목처럼 진짜 나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따스한 공감으로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고 동기부여하는 것을 기뻐하는 사람이다. 동시에 말과 글을 통해 내가 기뻐하는 일을 잘하기도 하는 사람이다. 또한 삶의 우선순위는 온전한 가정을 세우고 깨어진 가정들이 회복되도록 돕는 일에 있다. 나는 그것을 위해 경험하고 학습하며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사람이었다. 

나라는 사람이 이렇게 정리되니 구체적인 꿈이 생겼다. 작가로서 사람들의 마음을 터치하며 상처받은 이들이 회복되도록 가정 학교, 인생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생각이 아닌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진정한 나의 깊은 기쁨이 선한 영향력을 발휘해 세상의 필요를 채울 수 있음을 발견했다.

-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더퀘스트, 30-31쪽


나는 지난해 말에 회사를 때려치우고 진짜 나를 발견한 기쁨으로 현재 프리랜서 작가가 되었다. 책에서 언급한 '가정 학교, 인생 학교'를 위해 가족 치료를 깊이 공부하려고 준비 중이다. 돈 버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에 인생을 한번 걸어보고 싶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끝)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