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의 출간을 앞두고 기쁜 소식을 들었다. 내가 진행한 독서 모임 '어쩌다 서른'에 참여했던 한 청년에게 연락이 왔다.
"잘 지내시죠? 저 감사 인사드리려고요! 독서 모임 때 나를 알아가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직할 때 이걸 레퍼런스로 활용했거든요. 덕분에 이번 주부터 새로운 곳에서 일하고 있어요!"
독서 모임 당시 이직 고민을 하던 30대 참여자였는데 나 자신을 알게 되니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는 그의 말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지독히 아팠던 나의 서른 앓이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책의 출간과 함께 그 청년의 취업까지 겹경사였다.
"저는 교육 플랫폼 매니저가 되었어요. 첫 기획으로 현직에 계신 강사 분을 초빙하려고 하는데요. 리더님이 바로 생각났지 뭐예요. 혹시 강의해 주실 수 있으세요? 저는 꼭 리더님을 모시고 싶어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제안이었다. '말과 글로 소통하며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나에게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그렇게 글을 통해 두 번째 책을 냈고, 말을 통해 강사로 첫 강의를 진행했다. 지금 돌아보면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강의 제목은 '유니콘기업 이커머스 MD에게 배우는 데이터기반 매출 전략 기획'이었다. 긴 제목처럼 주 1회 3시간씩 총 4주간 롱텀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첫 강의라 부담이 컸는데 15명 정원이 꽉 채워졌고 주니어 MD부터 스타트업 대표까지 다양한 수강생이 모였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강의 첫날 1시간 전에 강의장에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노트북 어댑터를 안 챙겨 온 것이었다. 설상가상으로 평상시 문제없던 노트북이 그날 이상하게 말썽을 부렸다.
충분히 여유 있게 강의장에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느덧 강의 시작 시간이 임박해 왔다. 가뜩이나 말만 해도 땀이 나는 체질인데 긴장감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망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기적같이 구원 투수가 등판했다.
나를 강사로 데뷔시켜 준 그 청년이 전날 공유했던 강의안을 다른 노트북에 다운 받아서 부리나케 세팅해 주었다. 극적으로 나는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강의를 시작했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니 아찔하기만 하다.
그동안 내가 쌓아온 지식을 4주간 15명의 수강생들과 아낌없이 나누었다. 물론 처음이라 어설픈 점이 있었지만, 나의 진심이 통했는지 나쁘지 않은 강의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매니저가 된 청년에게 2기 모집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아쉽게도 회사의 조직 개편으로 일이 많아지면서 2기는 진행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때 교육 플랫폼 관계자에게도 좋은 인상을 남긴 덕분에 훗날 내가 퇴사 후에도 또 한 번의 롱텀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물론 매니저가 된 청년의 중간 역할이 컸다.
그는 회사 내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며 빠르게 승진했고 지금은 나와 같이 프리랜서가 되었다. 최근에 그에게 연락이 왔는데 교육 사업을 준비 중이라며 또다시 나와 함께 호흡을 맞출 날을 기대한다고 했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 묘하다.
[이학기 반장 연재]
월 : 이학기 스쿨의 월요일 진로반
화 : 이학기 스쿨의 화요일 독서반
수 : 이학기 스쿨의 수요일 작가반(끝)
목 : 이학기 스쿨의 목요일 직장반
금 : 이학기 스쿨의 금요일 고민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