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소설로 생애 첫 가작에 선정되었다. 초등학교 때 방학 숙제로 쓴 글 <금붕어>로 상을 받아본 이후로 처음이다. 최근에 조성기 작가님께 <아버지의 광시곡> 독후감 상을 받긴 했지만, 공모전은 아니었다. (작가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활동명 '이학기 반장'에서 따온 '이학기'라는 필명으로 공모전에 도전할 때만 해도 상을 받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처음 써 본 소설이라 스스로 얼마나 어설프겠냐는 생각으로 참가에 의의를 둘 뿐이었다. 적어도 글 한 편은 남을 테니까.
오늘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세움북스의 연락을 받고 힘이 솟구쳤다. (이렇게 격려하고 위로해 주시다니!)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는 죽을 때까지 글을 쓸 거야. 그러다 필력이 정점에 올랐을 때 꼭 좋은 신앙 서적을 쓰고 싶어."
나는 아직 필력을 논하기에 한참 멀었음을 스스로 잘 안다. 생애 첫 소설인데 기독교 단편 소설로 가작에 선정되니 기쁨도 잠시, 친구에게 무심코 내뱉고 잊어버렸던 다짐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다짐이 이제는 인생의 과제처럼 무겁게 느껴진다. 그래도 지금처럼 치열하고 즐겁게, 꾸준히 쓴다면 내뱉은 대로 작은 결실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대상도 아니고 가작인데 뭐 이리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이과에서 공대, 군대에서 유통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지나온 내겐 대상 이상으로 특별한 상이다. 마침 오늘 밤에는 글쓰기 수업이 예정되어 있다. 수강생들이 제출한 과제 글을 미리 읽으며 어마어마한 존재들을 마주한다.
풋풋하고 순수했던, 처절하고 암울했던 삶의 시간들이 앞다투어 내게 달려든다. 글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모인 이들에게 내가 작은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