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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학기 반장 Sep 24. 2024

<세 번째 책 출간> 퇴사 기념으로 나에게 주는 공로상


2023년 12월 20일. 5년을 다닌 쿠팡을 퇴사하면서, 동시에 그전에 9년을 다닌 이랜드까지 합치면 총 14년간 이어왔던 오프라인과 온라인 커머스 생활을 마치면서 세 번째 책 <매출 1등 MD는 이렇게 팝니다>가 출간되었다. 그동안 수고했고 잘해왔던 나 자신에게 주는 공로상 같다고 할까? 저자에게 특별하지 않은 책이 어디 있겠냐만은 이 책은 내 커리어의 마침표와 같기에 각별하다.


탄생 비화가 있는데 먼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냐? 가장 큰 동력은 출판사에 대한 의리였다. 20화에서도 밝혔듯이 출판사 길벗의 임프린트인 더퀘스트는 나의 첫 책 <서른 넘어 찾아온 다섯 가지 기회>가 4쇄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고 원고 청탁을 했다. 그래서 두 번째 책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를 더퀘스트에서 출판할 수 있었다.  


단군이래 최악이라는 출판 업계의 상황이 연일 갱신되고 있는 가운데 나에게 초판 3,000부를 투자해 준 출판사에 고마웠다. 나는 무보수로 출판사에서 섭외해 준 유튜브 채널(VORA보라, 스터디언)에 나가 열심히 책을 홍보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2021년에 출판된 두 번째 책은 아직까지도 초판을 다 판매하지 못했다. 출판사에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내게 오히려 출판사가 트렌드를 잘못 읽어 인문 교양서를 기획하는 바람에 판매가 부진했고 면목이 없다고 했다. 출판 시장의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이렇게 훈훈할 수 있다니!


서로 같은 마음이었기에 부진한 판매 실적에도 다음 책에 대한 기획 이야기를 나눴다. 놀랍게도 이미 품고 있던 생각이 서로 일치했는데 바로 'MD 노하우'를 기획해 보자는 것이었다. 타깃이 명확하고 강의로도 연결해 확실한 판매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책이 필요했다. 그것이 나의 커리어를 위해서도 좋지만, 그전에 출판사에 빚진 마음을 갚을 수 있는 가장 좋은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교육 플랫폼에서 'MD 스킬업' 교육 의뢰가 들어왔고 나는 출판사 기획자에게 내 강의에 참관하여 기획 소스를 얻어가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한 달 후 기획자에게 '기획의 무기'(가제)라는 기획안을 받아볼 수 있었다. 나는 시중에 나와있는 MD 직무서들을 봤을 때 이론 위주의 딱딱한 느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현장감이 살아있는 몰캉몰캉한 MD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나는 또다시 출판사에 제안했다. 기획안을 기준으로 내가 직접 현장에서 후배에게 과외를 해주듯 노하우를 전수하면서 녹취를 하고 원고를 집필해 보면 어떻겠냐고 했더니 출판사에서 두 팔 벌려 환영했다. 


회사에는 태도가 좋고 똘똘하지만, 업무 노하우가 부족해 헉헉거리는 후배가 하나 있었다. 후배에게 무상으로 1:1 스킬업 과외를 해주겠다고 하자 후배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후배에게 녹취를 허락받고 나는 1주일에 한 번, 2시간씩 총 열 번의 업무 과외를 잘 마칠 수 있었다. 마지막날 후배는 확실히 업무에 자신감이 생겼고, 전혀 몰랐던 오프라인 세계까지 알게 되면서 온라인에 대한 이해가 훨씬 깊어졌다며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우선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기뻤고, 후배의 마음이 느껴져서 또 한 번 기뻤다. 


원고의 생동감을 위해 녹취를 바탕으로 구어체 형식의 문장을 썼다. 처음 해보는 방식이라 어색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진행했던 내용을 문장으로 다듬는 과정이라 아주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글보다 말이 훨씬 쉽다는 것을 또 한 번 느꼈다.) 몇 달간 출판사와 계속 원고를 놓고 의견을 나누며 완성도를 높여갔다. 원래 이 책을 처음 기획할 때만 해도 퇴사와 비슷한 시기에 출판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러나 마흔을 앞두고 아내와 여러 가지 상황을 놓고 이야기한 결과, 퇴사를 결정했고 공교롭게 세 번째 책이 타이밍 좋게 출판되었다. 


책 제목과도 관련된 비화가 있다. 사실 나는 <매출의 본질>이라는 이름으로 책이 출판되길 바랐다. 어떻게 내가 성과를 낼 수 있었는지 외적인 스킬이 아니라 내적인 본질을 전달하고 싶었고 그렇게 원고를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출판사에서 돌아온 답변은 그렇게 하면 책이 안 팔린다는 것이었다. 세 번째 책을 확실히 판매하기 위해 기획했기에 아쉽지만 출판사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국, <매출 1등 MD는 이렇게 팝니다>로 제목을 정했고 대여섯 개의 시안 중에 가장 임팩트 있는 표지를 선택했다.


애석하게도 세 번째 책 또한 아직은 초판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밥 한 끼 값이면 14년 동안 쌓아왔고 이미 검증된 매출 1등 노하우를 소유할 수 있으니 이보다 훌륭한 가성비가 세상천지에 또 어디 있겠는가. 어려운 가운데 내게 두 번이나 투자해 준 출판사를 봐서라도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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