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2월, 퇴사 즈음에 도서출판 길벗의 임프린트 '더퀘스트'에서 <매출 1등 MD를 이렇게 팝니다>를 출간하면서 유튜브 강연 일정이 두 차례 잡혔다. 출판사 마케팅팀에서 책 홍보를 위해 노력한 결과였다. 구독자 약 30만 명에 육박하는 '안대장TV'와 그 이상의 구독자를 보유한 'AND(앤드, 구 인싸담당자)'에 직무 콘텐츠로 출연이 확정됐다.
더퀘스트에서 <서른, 진짜 나를 알아가기 시작했다>를 출간했을 때도 구독자 약 200만 명에 달하는 '스터디언'과 교보문고가 만든 유튜브 '보라 VORA'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정체성은 '직장인으로서 책도 쓴 사람'이었기에 강연을 잘하지 못한다 해도 참작의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퇴사 후 나는 직장인 타이틀이 사라지면서 졸지에 '책 세 권 낸 작가'가 되어있었다. 물러설 곳이 없었기에 강연을 당연히 잘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예전에는 직무와 무관한 삶의 이야기를 다루는 콘텐츠로 유튜브에 출연했었는데 이번에는 영업으로 자수성가한 유튜버 안대장 앞에서 영업 이야기를 하려니 부담이 되었다. 그의 채널에는 수많은 영업 고수의 노하우 콘텐츠가 즐비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대기업에서 매출 1등 MD가 된 것도 무시 못한 성과이긴 했지만, 번데기 앞에서 주름을 잡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분짜리 영상을 위해 사전 질문지를 받고 90분 이상의 답변을 준비했다. 촬영일이 다가올수록 긴장감이 높아졌다. 거울을 보다가 잔뜩 힘이 들어간 나를 발견하고 문득 내가 이렇게까지 긴장하는 이유가 뭘까 생각해 봤다. 원인은 내가 가진 것 이상으로 잘하려고 하는 욕심에 있었다. 힘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있어 보이려고 하지 말고 그냥 내가 실제 경험한 것만 담담히 말하면 힘이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조금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이 되었다. 돌아보니 내 안에는 잘 나가는 상대 앞에서 '영업'이라는 교집합으로 나의 존재를 각인시키면 이후 협업 등 수익 창출 기회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계산이 있었던 것 같다. 촬영 당일, 유튜브로 자주 봤던 스튜디오에서 익숙한 유튜버를 실제로 만나니 내적 친밀감이 올라왔다. 의외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영업에 진심인 두 사람이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느낌이었다. 역시 유명 유튜버의 진행 능력이란. 촬영 예정 시간은 90분이었는데 1시간도 안 되어 마칠 수 있었다. (해당 영상이 궁금하다면: https://youtu.be/ePMCibcpTK0?feature=shared)
촬영을 하면서 느낀 점은 출연자 역시 '유튜브각'을 염두에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나는 매출 1등의 노하우로 분석력, 설득력, 실행력 세 가지 기술을 이야기했는데 유튜브에서는 앞글자만 따서 '분.설.실'이라든지 영어로 'A.P.P'(Analysis, Persuasion, Practice)과 같은 임팩트가 필요했다. 이때 깨달은 바를 적용하여 요즘 강연할 때는 "여러분,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쓰려면 APP이 필요하듯이 우리도 스마트하게 성과를 내려면 A.P.P이 필요합니다."라고 설명하곤 한다.
유튜브 'AND(앤드, 구 인싸담당자)'는 취준생을 타깃으로 한 채널이라 비교적 부담이 덜했다. 하지만 담당 PD가 빽빽한 사전 질문지 외에도 즉석에서 돌발 질문을 많이 하는 바람에 5분짜리 영상을 위해 3시간 가까이 촬영이 진행됐다. 뒤늦게 알고 보니 새롭게 개설하는 서브 채널 콘텐츠까지 뽑아내느라 나를 쥐어짜냈던 것이었다. 이 부분은 사전 합의가 없었기에 썩 기분이 유쾌하진 않았지만, 내가 유튜브각을 알고 준비를 더 잘해왔더라면 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히 비교할 건 아니지만, TV에 나오는 예능인들이 방송 몇 분을 위해 한 나절을 촬영했다는 이야기가 거짓은 아니겠다 싶었다. (해당 영상이 궁금하다면: https://youtu.be/uTDNpNr5cb4?feature=shared)
프리랜서로서 첫 직무 강연을 하면서 내 관점이 아니라 유튜버와 시청자 관점에서 더욱 철저히 준비하며 노력해야겠다고 느꼈다. 영업에서도 항상 '남 중심적 사고'가 중요하다. 진심을 담아 상대가 먼저 잘 되도록 내가 도울 때 비로소 상대는 마음을 열고 나를 도와준다. 이런 신뢰관계가 구축되면 성과는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다. 매출 1등 노하우는 영업뿐 아니라 유튜브에서도, 또 다른 환경과 모든 관계에서도 통용되리라는 확신을 얻게 된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