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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pt Jun 18. 2022

두 번째 유년기에 관하여

77세 선배가 70세 후배에게 한 조언

 영감님


오늘은 편지글 하나를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77세 영감님이 또 다른 영감님의 70세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보낸 편지인데요, 보낸 사람은 '구로사와 아키라', 받는 사람은 '잉그마르 베르히만' 입니다.


잉그마르 베르히만 (구로사와 아키라 영감님도 직접 그려보았지만, 김정일 닮은 것처럼 완성되버려서 패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 두 영감님들은, 영화의 역사를 다루는 책이 있다면 거기에 반드시 등장하는 분들입니다. 후대의 영화인들에게 그야말로 압도적인 영향을 끼친 영화의 거장들이지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감독들이 공공연하게 이 두 감독을 존경한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이 두 감독이 서로 얼마나 친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당대에 활동하던 서로의 영화를 보며 흠모하는 마음을 가졌을 것은 확실합니다. 이 편지는 그런 마음을 잘 드러내줍니다.


제가 이 편지를 처음 접한 것은, 영화과도 없는 지방의 한 대학교에서 영화동아리를 만들어서 잘 놀 때였습니다. 6mm DV테이프와 캠코더, 플라스틱 샤시로 직접 만든 가내수공업 이동식 달리, 어디선가 주워 온 조명 따위로 영화를 만들겠다며 산으로 바다로 나다닐 때였지요. (비유적 표현이 아닙니다. 저희 학교는 정말로 산 위에 있었고, 자전거를 타고 30분을 가면 바다가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 편지를 그 때 처음 읽고 나서, 너무나 감동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같이 동아리를 하던 친구들과 함께 이 편지를 읽고, 우리도 오래오래 살면서 계속 나아가자는 다짐을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 제가 이걸 읽고 어땠는지에 대해서는 이쯤에서 접구요. 여러분들이 직접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친애하는 베르히만 선생!


당신의 70회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당신의 영화는 제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고 든든한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우리에게 새로운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될 수 있도록

당신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합니다.


일본에는 메이지 유신 시대에 살았던 '데사이 토미오까' 라는 위대한 화가가 있습니다.

젊은 시절, 그는 다수의 걸작들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그가 80세가 되었을 때, 그는 젊은 시절의 작품보다 훨씬 뛰어난 작품들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어찌보면, 그는 80세가 되기 전까지는 진정한 예술작품을 창조할 수 없었음을 절감하곤 합니다.   


우리 인간들은 아이로 태어나 자라서 소년이 되고, 청년기를 거쳐 성년이 됩니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인생을 마감할 시기를 맞이하게 되지요.


그러나 데사이 토미오까는 자신의 생을 마감해야 할 시기에 다시 유년기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그의 인생 행로가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예술가가 한눈팔지 않고 정진하여 자신의 두 번째 유년기에 접어들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 작품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저의 믿음에  당신도 동의하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현재 77살 입니다.

그리고, 이제서야 비로소 진정한 영화를 찍기 위한 자신의 틀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영화예술의 이름으로 우리 함께 정진합시다. 저의 가장 따뜻한 축복을 당신에게 전합니다.


- 구로사와 아키라




네. 그렇다고 합니다.


일단.

오래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철 들면 안되겠습니다.


다들 굿나잇 & 굿럭.



위 내용과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여기로~


https://youtu.be/QlhBllRlQJ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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