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 가지는 의미

by 마른틈

나는 주로 '기브 앤 테이크'를 외치고 다니며 선물에 인색한 척 구는 편이다. 일전, 생일날 썼던 글에서 언급하기도 했지마는, 의미 없이 기프티콘 따위나 주고받는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특히 기억력이 좋지 않은 내가 무언가를 받아놓고도 곧잘 까먹기 때문일 테다. 그러다 때가 지나서야 번뜩 "헉, 맞다. 너 어제 생일이었지… 미안." 하며 건네게 되는 것들은 대개 진심이라기보단 의무감에 가까울 수밖에 없다. 어쩌면 상대방은 당일에 이미 내게 서운했을 테니, 주는 쪽도 찝찝하며 돈을 쓰고도 욕을 먹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나는 언젠가부터 '안 주고 안 받기'를 실천해 왔다. 허나 그것을 대놓고 말하자니, 사회성이 결여된 인간처럼 보일 게 분명했으므로 나는 다만 '기브 앤 테이크'라 적당히 포장해 쓰고 ‘안 주고 안 받기’라 읽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선물’이라는 것을 진정으로 싫어했느냐 하면, 단언컨대 그렇지는 않다. 나는 기본적으로 ‘곳간에서 인심 나는 인간’인 덕분에 특별히 자금 사정이 어렵지만 않다면, 다시 말해 무언가를 건네는 데 있어 내 형편을 재고 따져야 할 상황만 아니라면, 타인에게 박하게 구는 편은 아니다. 다만 확실한 기준을 두고 선물을 건네는 편이다. 나는 그 어떤 선물도 의미 없이 건네지 않는다. 그리고 그건 내가 받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의미 있는 사람에게 선물을 받고 싶다. 내게는 아주 소중한 친구가 있는데, 나는 그 친구에게서 늘 ‘시간’에 관련된 선물을 받고 싶어 한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냥 그 친구를 생각하다 보면 이따금 시침과 분침을 붙잡고 싶다고 생각한다.

의미 있는 선물을 받고 싶다고도 생각한다. 물욕이 있어 사치스럽게 살아온 삶 또한 아니겠으나, 나를 생각하는 이가 내 피부 톤을 살펴 잘 어울릴만한 색감으로 보내준 립스틱이 얼굴빛을 환히 밝혀주었을 때의 감동을 기억한다. 또 언젠가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 변변찮은 도장도 없어 초라해지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그 근사한 마음들. 나는 그런 마음들을 모아 받아, 조금 쌀쌀한 내일을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그것이 헤지고 닳아버릴 때까지 아끼지 않고 쓸모를 다할 수 있는 것이길 바란다. 보기에만 예쁜 관상용이 아닌 것. 사용 주기와 빈도가 길어도 괜찮다. 그저 그 존재로서 쓸모를 다하고, 사용함으로써 그것을 건넨 당신의 마음을, 당신을 떠올리게 해 주었으면 좋겠다.


조금 촌스럽고 여전히 고리타분한 나에게 선물이란 그런 거다. 의미 있는 사람에게서, 당신을 떠올리게 하는 의미 있는 무언가를 받는 행위. 반대로는 내가 당신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선언.


나는 요즘 때때로 선물을 건넨다. 다만 핑계 없는 선물은 조금 무안하겠지. 그러니 생전 묻지도 않을 “생일이 언제예요?”같은 질문들을 슬쩍 섞어내야겠다.

아, 명함을 가지게 된 것을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이 생겼으니, 명함 지갑을 선물해야겠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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