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얼마쯤의 눈물과 웃음, 능청을 고루 섞어 찍어냈다. 우리의 밤은 아주 기니까, 이 밤은 우리에게 한없이 관대할 테니까.
달큰한 취기에 “나 오이 너무 싫어! 이런 건 왜 존재하는 거야?”라며 귀여운 투정을 부리는 그녀에게, 나는 “암세포도 사는데 오이 정도는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고 응수했다.
처음 맛보는 랍스터에 반해버린 그녀에게 장난기가 오른 나는 “언니, 새우가 바다의 바퀴벌레인 건 알지? 랍스터는 새우 사촌이니까 얘도 바퀴벌레 사촌 아닐까?”라며 놀렸다. 그녀는 충격받은 표정으로 내 등을 찰싹찰싹 때렸다.
가재 다리로 만든 짭조름한 안주는 또 얼마나 맛있던지, 그녀는 버럭 화를 냈다.
“이거 너무 맛있어서 사장님께 한마디 해야겠어. 어떻게 이게 본요리보다 맛있어? 근데 사장님 바쁘시니까 좀 있다가.”
“언니, 그거 컴플레인이야? 배려야? 하나만 해.”
그녀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사람은 이 사람 저 사람 가리지 말고, 비빔밥처럼 잘 섞여 살아야 해”라고 말했다는 것을 듣고, 나는 그 어린애들이 알아듣기나 했을까ㅡ 싶은 마음 한 편,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그녀가 무척이나 빛나보였다.
우리는 잔뜩 흥이 오른 채로 밤바다로 향했고, 그녀는 물었다.
"네가 만약 지금 아이가 있었으면, 그래서 책임질 게 있었으면, 그 일을 당하고 그렇게 그냥 나왔을까?"
"아니, 다 죽여버렸을 거 같은데"
"그래서 내가 아이를 낳고 싶나 봐. 그렇게 세상을 굳건히 살아갈 수 있는 용기를 줄 것 같아서"
그 예상치 못한 말에 마음이 찌르르해서, 나는 한참을 망설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언니가 행복하길 바라. 그렇지만… 언니가 조금만 더 내 언니였으면 좋겠어"
"난 네 마음이 뭔지 알아. 그리고 사람들 속에서 상처받는 네가 마음이 쓰여. 아예 안 받을 수는 없겠지만 조금은 덜 받았으면 좋겠어"
어느 날엔가, 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나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매번 그렇게 상처받으면서도 다시 관계를 만들고 쌓아? 애초에 적당히 거리를 두면 상처받지 않아도 되잖아"
그때는 차마 하지 못했던 대답을, 나는 이제야 그녀에게 건넸다.
"나는 너무 상처를 잘 받는 사람이고, 그 후유증도 정말 오래가는 사람이지만 그 시간을 후회하지는 않아. 당장 내일 우리가 다시 보지 않을 사이가 되더라도 나는 오늘 우리의 대화가, 우리 진심만큼은 소중히 간직하고 싶어"
우리는 갑자기 너울 치는 파도에 깔깔대며 도망쳤다. 그리고 함께 조용한 밤바다를 바라봤다.
잔뜩 비가 와서 습하지만 덥지 않은 이 공기가, 밀려오는 바닷바람에 흩날리는 잔머리가 간지러웠다.
이 시간 속의 우리, 어두운 밤바다에 비추는 외로운 등대의 빛, 선율처럼 이어지는 파도소리까지… 나는 문득 이 유한한 시간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눈물이 차오르고 말았다.
"야 랍스터 집, 인당 16만 원이 아니라 둘이 16만 원이었나 봐! 우와, 나 지금 예상보다 훨씬 비용이 줄어서 너무 감동적이야"
허… 내 감동 돌려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