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사줘서 내가 샀다

2023년 5월의 기록

by 크레나지

카네이션을 사러 갔다. 옆에 나란히 진열된 장미가 눈에 밟혔다. 장미는 색이 다양하다. 정열적인 빨간 장미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분홍, 파란색 장미도 눈이 부시게 아름답고, 참 향기롭다. 다른 꽃과 달리 장미는 유난히 연인 간의 사랑을 보여주듯, 정열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옆에서 꽃을 유심히 바라보며 진지하게 고르는 남성분이 있었다. 누구를 떠올리며 고를지 눈에 보여서, 그 풋풋함과 애정이 부러웠다.


짧은 연애를 마쳤다. 지금 돌아보면 당신과 속터놓고 대화를 한 순간이 없었다. 가까운 듯 먼 사람이었다. 연인이란 자고로 그 누구보다 편하고 가까웠어야 하는 존재인데, 하루종일 일상을 주고받는다는 것 말고는 연인으로서의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잘 맞는 듯 안 맞았다. 내가 원하는 연인의 모습에 부합하는 사람이었는데, 소통은 잘 안되는 듯했다. 항상 우리는 대화가 툭툭 끊겼다. 흔히 말하는 티키타카도 없었다. 그렇지만 너는 나의 모든 말과 행동을 기억해주고 너의 모든 신경은 나한테 쏠려있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널 더 사랑하게 됐고, 널 사랑하는 데는 그 이유 하나로 충분했다.


처음으로 사랑하는 감정을 느꼈다. 깊은 감정 공유가 되진 않아도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부족함 없이 있는 그대로를 사랑했고 내 마음을 온전히 쏟아도 아깝지 않은 사람이었다. 너가 아프고 힘들면 나도 마음이 아팠다. 대신 아파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너는 나에게 너무 특별한 사람이었다.


꽃 한번 받아보지 못했던 것 같다. 꽃을 한번도 받아보지 못했다던 나의 말에 친구는 마음이 안 좋다 했다. 너는 그것보다 더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며. 꽃이 중요한가, 마음이 중요하지. 그때는 몰랐다. 꽃이 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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