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책상은 작지만, 그 세계는 크다

멈춤은 끝났고, 시작은 늘 지금

by 오로라

브런치 계정을 열어보니 마지막 글이 2023년에 멈춰 있었다. 2년이 훌쩍 지났다는 사실이, 숫자 하나로 단번에 드러났다. [멈춤]이라는 단어는 늘 잠깐일 줄 알았는데, 그 잠깐은 길어졌고, 길어진 시간은 어느새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 사이 나는 이사를 했다. 익숙한 도보 생활권은 떠나 새로운 아파트 숲으로 들어왔다. 집값과 대출, 관리비와 하자보수 같은 단어들이 내 머릿속을 점령했다. 글쓰기 탭은 언제나 열려 있었지만, 현실은 고지서와 처리해야 할 숫자가 빼곡한 엑셀 시트가 먼저 차지했다. 작은 책상 앞에 앉아도, 문장은 시작되지 못한 채 숫자에 밀려나버렸다.


생각해 보면 멈춰 있던 건 글쓰기뿐이었다. 삶은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내 앞에 펼쳐놓았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발령과 새로운 곳에서의 새로운 삶. 아이와의 보드게임, 치킨을 기다리며 웃고 짜증 냈던 저녁, 하자보수 기사님을 기다리다 흘려보낸 하루 등. 글을 쓰지 않은 시간에 나만의 글감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아이와 uno라는 보드게임을 하면서, 나는 뜻밖의 깨달음을 얻었다. 한 장의 카드가 순식간에 판세를 바꾸듯, 삶도 작은 순간에 달라진다. 그 변화를 적어두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 대신 마음속에는 또렷하게 남아 있다. 웃으며 화내고, 지면서 즐거워하던 그 순간들. 삭제 버튼으로 지워지지 않은 내 삶의 문장이었다.


2년간 글을 쓰지 않았지만, 글은 내 곁을 떠난 적이 없다. 작은 농담 하나, 짧은 탄식 하나가 다 글이었다. 다시 책상 앞에 앉자, 오래 비워둔 자리로 돌아온 것처럼 키보드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글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쓰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이제야 받아들이는 것 같다.


엄마의 책상은 작다. 저녁식사를 위한 요리책과, 아이의 학습지 사이에 겨우 들어갈 만큼 좁다. 하지만 그 위에 올려놓는 하루하루는 결코 좁지 않다. 글은 크고 거창한 게 아니다. 나에게 글은 삭제버튼과 웃음 사이에서 버텨낸 작은 문장들이다. 오늘 이렇게 다시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 멈춤은 끝났고, 시작은 늘 지금이다. 책상은 작지만, 내가 다시 글을 쓰는 순간 나의 세계는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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