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 장편소설 / 문학동네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를 다시 읽었다.
수년 전에 읽은 기억이 희미해지는 시점에서 시간이 나는 시점에 다시 읽어 보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다시 읽어 보았다.
처음 고래를 읽었을 때의 개인적은 감동은 실로 형언할 수 없음이었다. '고래'를 우연한 기회에 접하게 되었고, 그때의 기억과 흥분, 그로 인해 문학동네 수상작들을 읽어 내려가면서 개인적으로 '고래'가 최고의 소설로 인식되었고 그로 인해 문학동네 많은 작품 작가들을 만나게 되는 계기가 된 작품이다.
지금도 개인적으로 소설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천명관 작가님의 고래를 1등으로 꼽으며 추천을 할 수 있으며, 왜 고래는 영화화되지 않을까 궁금해하던 차에 작가님의 '고령화가족'이 먼저 영상으로 제작되어 접하게 되었을 때, 역시 활자가 주는 상상력이 영상으로 풀어내는 것보다 글로써 풀어냄이 독자의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이 되었다.
고래는 금복이라는 중심인물이 한국 근현대사에서 겪게 되는 인생 역정, 성공, 사랑과 죽음을 등장인물을 중심으로 그와 대척점에 있는 박색의 노파와 각각의 자식들인 춘희, 애꾸와의 인생사를 드라마틱하게 마치 영화와 같이 풀어내고 있는 장편 소설이다.
소설의 구성은 단순하게 1,2,3부로 구성되어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하였다가는 그 소설의 깊이와 재미에서 길을 잃어버리기 일쑤이며, 천 작가님은 불편하게 각 부의 소설에서 크게 소제목을 작성하여 각 첫 장에 명시하고 있으나, 그 목차를 생략하여 소설 속에서 길을 자주 잃을 수 있는 배려를 해 주셨다. (소설을 모두 다 읽지 않으면 그 목록을 찾기가 어렵다.)
1부:부두
공장/귀물/애꾸/소녀/부두/하역부/로라/칼자국/존 웨인/괴물/폭풍우/출항/유랑/쌍둥이
2부:평대
개망초/커피/벼락/남발 안/코끼리/삼륜차/늪/벽돌/통뼈/스캔들/꿀벌/무당/백내장/창부/고래/그, 혹은 그녀/유령/전야/불기둥
3부:공장
방화범/교도소/바크셔/철가면/왕족/출옥/귀환/골짜기/트럭/폭설/대극장/춘희, 혹은 여왕/에필로그 하나/에필로그 둘
금복은 산촌에서 살다가 어머니의 동생 출산에 의한 죽음으로 아버지와 살아가다가 금복의 타고난 여성성의 향기로 인해 약장수, 아버지, 생선장수, 걱정, 칼자국 등의 질곡 많은 관계를 초반부의 주된 내용으로 끌고 가며, 금복의 가출, 관련 인물들, 사업수완 등을 시작하는 초기의 부두 마을에서 걱정, 칼자국의 주된 부두 마을의 생활을 지나, 노파와 애꾸의 주된 삶의 터전이었던 평대로 국밥집으로 무대를 옮기며, 칼자국과의 인연 시 알게 된 커피를 통해서 사업의 확장인 '평대다방', 건달의 습격으로 인한 노파와 금복의 운명의 연결, 옛 노파의 집에 기거하며 장마철 돈벼락으로 인한 돈과 땅문서, 땅문서로 인한 남발 안의 공장 진출, 文의 벽돌공장 추진, 생선장수와 삼륜차로 인한 '평대운수', 벽돌공장 '평대벽와' 및 극장의 건설, 스캔들 등 수많은 사건이 1950년대 전쟁의 전후로 벌어지고 연결되고 있다.
평대에서 금복과 그의 딸 춘희의 이야기에 연결되는 금복을 전후 어려운 시기에 도와준 쌍둥이, 서커스에서 쌍둥이와 인연을 맺은 코끼리, 말을 못 하는 춘희와 코끼리의 텔레파시를 통한 교감이 이야기를 끌어 가는가 싶다가 갑자기 박색의 노파가 애꾸와의 관계에서 발생한 이야기를 끌고 와서 애꾸가 금복에게 노파의 돈과 땅에 대한 지분을 요구하면서 꿀벌이 마술과 같이 등장하고, 그 꿀벌을 금복이 대장부와 같은 전략으로 모두 불태워 버려, 평대에서의 생활이 잠시 정리가 되는 것 같으나, 금복의 사업의 성공에 배경으로 계속되는 남성 스캔들, 영화 극장의 건설, 노파의 유령 등장 등 사건이 전혀 독자의 의도할 수 없는 수순으로 진행이 된다.
급기야 금복은 남자가 되기도 하고, 그 사이에 발생하는 에로틱한 씬들로 인해 여러 타인의 의견과 같이 영화로 제작할 경우 막대한 투자비와 배우 섭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어 보이는 소설이며, 독자도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이 소설 속에서 시대, 공간, 인물에 대한 연결고리를 혼돈할 수밖에 없는 작품의 구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사이에 녹여놓은 깨알 같은 인물관계도로 인해 처음 금복의 남자 후보로 등장하는 약장수부터 금복이 남성성을 띄면서 사랑하게 되는 수련이라는 창부의 관계까지 하나도 버릴 것 없는 관계도 및 그 다른 부분에 깔아놓는 판타지와 민간신앙에 대한 코끼리, 무당, 유령(노파의 유령)까지.....
3부에서는 춘희가 주인공이 되어 교도소 생활 중 에피소드, 처음 소설이 시작된 '공장'이라는 단락을 연결하며 다시 춘희가 공장에 와서 벽돌을 만들며 2부에서 만난 트럭 운전사와의 인연과 사랑, 그로 인한 임신, 트럭 운전사와의 이별, 출산 후 아이의 죽음, 벽돌을 만드는 여왕으로 삶, 트럭 운전사의 기다림, 코끼리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 죽음..
천명관 작가님의 다른 작품 '프랭크와 나', '고령화가족', '나의 삼촌 부르스 리' 등에서 보여준 해학과 언어의 유희는 본 작품 고래에서 최고가 아닌가 생각한다.
크게는 금복, 노파, 춘희와 그 인물에 연결되는 이야기 중에, 시대상, 근현대의 발전, 이념, 노동운동, 정치문제 등을 미세하게 녹여 놓은 점이 마음에 들었으며,
주요사건의 결말을 비틀어 연결하는 무당(만신)의 공수(신의 뜻을 무당의 육성으로 전한 말.. 노파 귀신이 한 말..)
큰 물고기가 산속에 떨어지면 불기둥이 치솟아 하늘에 닿고
남쪽에서 온 사내가 술에 취하면 너희의 자손을 검불처럼 쓰러지리라.
이에 연결되는 공수에 대한 일사학파, 이사학파의 논쟁 부분은 꼭 읽어 보시라. (천 작가님의 팬이 될 수 있다.)
본 공수가 예지 하는 대로 소설을 결말로 치닫고 있으나, 그 사이사이 작가의 견해와 같이 해석되는
우리는 우리가 하는 행동에 의해 우리가 된다.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와 같은 구절도 처음 읽을 때에는 찾아내지 못하고 두 번째에서 건진 의미 있는 말들이었다. 또 하나의 수확은 천 작가님이 남겨놓은 또 하나의 여백이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다시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몇 년이 흘렀다. 그녀는 홀로 벽돌을 굽고 있었다.
공장을 찾아온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텅 빈 지면, 의도된 여백 및 편집이 본 소설에서 강렬한 느낌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는 새로운 수확을 놓칠 뻔 한 감동 중의 하나로 획득하였다.
읽고 나면 장대한 꿈을 꾼 것인지, 상상력이 가득한 영화를 본 것인지 수많은 화면과 지면의 잔상들이 지나쳐 간다. 금복, 춘희의 각각의 상황에 따른 서글픈 사건과 역사의 어려움이 스쳐 지나가는, 하지만 해학과 웃음이 녹아있는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예전 영화 '빅 피쉬'(2003, 팀 버튼 감독)라는 영화를 본 것과 비슷한 느낌이 겹쳐지기도 하며 장대한 서사를 마무리해 보려 한다. 말이 필요 없다. 꼭 읽어 보시라는 이야기를 다시 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