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달려야 하는 승부의 세계
영화 “탑건: 매버릭”으로 큰 성공을 거둔 “조셉 코신스키”가 이번엔 “F1을 선택했다. 그간 많은 레이싱 영화가 있었고 그 영화들 모두 레이싱에 집중을 하며 각자 다른 결과를 받아 들었다. 그만큼 레이싱이라는 소재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어하는 소재이다. 거기에 ”브래드 피트“가 주인공이라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리고 전작에서도 알 수 있듯이 조셉 코신스키 감독은 기계를 통한 질주와 그로 인한 쾌감을 전하는데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러한 관심은 기대로 변하기 시작했다.
영화는 실제로도 꽤 괜찮았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전반부에 많이 배치한 것은 영리한 선택이었고, 그로 인해 영화에 몰입하고 빠져들기가 쉬웠다. 그리고 레이싱 영화 특성상 드라이버한테만 집중하기가 쉬운데 이 영화는 그 드라이버의 성적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사람들을 보여주며 결국 F1도 팀 플레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새롭기도 했다.
그렇게 영화는 계속 진행되어 F1 경기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까지 흘러갔다. 거기서부터 이전까지 핵심이던 레이싱보다는 팀원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되었는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했다. 이전 작품인 탑건: 매버릭은 멋있는 고공 액션신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에 비해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빈약한 편이었다. 하지만 속편이라는 특성을 활용해 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었고, 러닝타임도 길지 않아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지루함을 덜 느끼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F1: 더 무비는 그러지 못했다. 우선 이전 작품이 없는 새로운 인물과 이야기이다 보니 관객들은 그들에게 자연스럽게 이입하지 못한다. 최대한 인물의 매력을 보여주고 다른 영화와는 차별화되는 이야기를 보여주면서 그들을 몰입시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소니”와 “조슈아”의 갈등 해소 및 친목 도모 장면은 탑건: 매버릭의 럭비 장면만큼 매력적이지 못했고, 너무 옛날 스타일을 들고 와 재탕한 것밖에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 이후의 진행도 결국 이와 크게 다르지 못했는데, 문제를 일으키는 빌런이 너무 갑자기 등장해 그 어떤 놀라움이나 분노를 느끼지 못했으며 그 문제도 너무나도 쉽게 해결이 됐다. 그 이후에는 소니와 팀 전체 간의 갈등이 나와야 하는데 이마저도 있다고 할 수 없었다. 그래서 팀을 떠나야 하는 소니가 다시 팀에 돌아오는 이야기는 그 어떤 감동이나 가슴 벅찬 감정을 주지 못했다. 레이싱이 빠지고 관객에게 인물 간의 서사와 감정을 보여주면서 영화에 더 크게 빠져들게 해야 하는 순간을 이 영화는 아예 활용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차라리 F1 레이싱만 보여주면서 러닝타임을 줄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그러면 그게 영화가 맞는지 그것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봐야겠지만 그만큼 이 영화는 스토리라고 하는 것에서 큰 장점이 없다. 2시간 35분은 조셉 코신스키 감독과 F1: 더 무비에게는 감당할 수 없는 러닝 타임이었다. 그래서 “포드 V 페라리”를 연상케 하는 후반부 레이싱 연출도 좋게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이싱을 이만큼 구현한 영화를 보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탑건: 매버릭에 이어서 조셉 코신스키 감독의 장점이 뭔지 확실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었고, 다음에는 좀 더 짧은 영화에 좀 더 정돈된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자신의 장점만 남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것에 대해서 큰 기대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P.S. “희망은 전략이 될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