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많은 순간 본질을 놓친다. 그게 일에 있어서든 인간 관계에 있어서든
사람은 기계가 아니다. 지난 과거동안 사람을 대변해 왔던 저 말은 인간적인 감정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사람은 굉장히 감정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이성적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에도 감정적인 선택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어떤 일을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수만 가지여도 하고 싶은 단 한 가지 이유로 그 일을 하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어떤 사람을 미워하는 데에는 객관적이고 많은 이유보다 그냥 그 사람이 미운 것이 더 확실한 이유가 되고,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식탐이 많다’라는 단점은 감정과 시선에 따라 ‘밥을 복스럽게 먹는다’라는 장점이 되기도 하고 ‘냉철하다’는 장점은 ‘싹수가 없다’는 단점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굉장히 개인적인 감정의 영역인 그 사람이 좋냐 싫냐이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면 그 모든 게 좋아하는 이유가 되고 반대로 싫어한다면 모든 게 싫어하는 이유가 된다. 어떤 인간관계는 객관적인 이유보다 개인적인 감정이 중요하다.
이게 영화 “우리들”이 보여주려고 하는 것이다. “보라”는 온갖 객관적인 이유로 사람을 따돌리는데 “선”이와 “지아”는 그 이유를 뛰어넘고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 다가서려 한다. 우정이란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있어 보이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아니라 단순히 내 맘에 드는, 지극히 내 스타일인 사람과의 관계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관계는 많은 사람을 설득시키지 못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상관은 없다. 그 사람이 별로라는 객관적인 이유가 많아도 그걸 뛰어넘는, 그 사람과 놀고 싶은 내 감정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감정을 통해 남남이었던 사람은 친구가 되고 우리가 된다.
“우리들”이란 그런 것이다. 잘못이나 허영심에 떠나가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런 허물을 덮어주고 품어줄 수 있는, 항상 그 친구의 곁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나이를 한 두 살 먹으면서 언젠가부터 객관적인 시선으로 사람을 바라보려 했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윤가은”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했고, 많은 사람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사람다운 개인적인 감정을 다시금 떠올렸을 것이다.
P.S “그럼 언제 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