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이스탄불공항에 내려 시간을 보니 9시가 좀 넘었었다. 이제, 예약한 숙소로 가야 했는데 대중교통 티켓을 끊을 리라화가 없어 ATM기에서 인출을 해야 했다. 터키는 유로 사용도 가능하긴 하지만 실생활에선 대부분 리라화(TL)를 사용하며 그러니 당연히 리라화로 환전해야 손해가 적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종종 마주쳤던 한국인 형을 만나 인사를 나눴고 같이 시내로 가기로 했다. 아직 환전을 하지 못한 형과 난 일단 넘어오는 수하물을 찾고 있었다. 그때 마침내 눈에 한국인과 터키인으로 보이는 커플이 보여 번뜩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환전하면 좋겠다!'
"Excuse me, 메르하~바! Are you Korean & Turkish?"
"Yes! Why?"
운 좋게 추리가 적중했다. 그 커플은 결혼해 터키에 사는 부부였다. 난 어떻게 결혼하게 됐냐고 하면서 축하한다는 말로 대화를 시작했고, 그들도 이를 잘 받아주는 친절한 부부였다. 그러다 환전이 가능한지 물었더니 흔쾌히 해주겠다고 했고 마침 다른 한국인 형은 유로화를 어느 정도, 나는 원화를 좀 갖고 있었다. 그렇게 무난히 환전을 해준 터키 부부에게 난 고맙다며 내 명함을 주면서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 주라고 하면서 헤어졌다. 이렇게 여행 중에 고마운 사람을 만나면, 나 또한 값을 게 없는지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스탄불공항(구 아타튀르크) 출국장 / 대중교통 티켓 발권기
이스탄불 시내 교통 메트로 맵
이제, 숙소인 시내 중심가 탁심까지 가려면 공항버스나 메트로 및 트램 등을 이용해야 했다. 공항버스가 빠르다고도 했지만 난 대중교통을 익힐 겸 형과 메트로를 타고 갔다. 가는 도중 형과 헤어졌지만, 나중에 괴레메에서 다시 만나 동행하게 된다. 그렇기에 만난 사람들과는 늘 잘 지내는 게 좋다. 언제 어떻게 만나 동행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에서나 편리한 메트로(지하철)는 서민의 발
안내를 받은 대로 여러 길들을 거쳐 숙소로 찾아가는 길. 가는 길 도중에 보이는 곳곳의 풍경에서 이미 나의 호기심 천국이 발동해 셔터를 눌러대기 시작한다. 여행에선 모든 순간이 좋지만, 이때가 바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다. 설레서 소개팅하러 가는 기분이랄까...?
10시 반이 좀 넘은 시각, 드디어 숙소에 도착!
숙소 테라스 뷰 - 와. 이스탄불의 아시아와 유럽을 구분하는 경계선, 내가 보스포루스 해협에 왔다니!
새로운 나라의 첫 도시이기도 하고, 지인분들에게 추천을 받은 한인 민박으로 오랜만에 예약했었다. 언제부턴가 한인 민박만 고집했던 건 아니지만, 그래도 타지에서 숙박업을 하시는 대표님들의 사연이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한인 민박에서 숙박을 하면, 그분들에게도 도움이 되고 거기서 만나는 한국인들의 인연이 생기기 때문에... 외국인 친구들이 생기는 것도 좋지만 한국인과의 인연은 그보다 아무래도 편하고, 더 오래갈 수 있는 거 같다. 지금까지 무수한 해외여행을 했지만, 결국 한국으로 돌아와 다시 좋은 추억을 되새겨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한국인이었기 때문이다.
곧, 숙소에 있던 민박 사장님과 다른 여행자분들에게 짧게 인사를 하면서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 또한 꼭 필요하다. 내가 준비해온 여행 방법도 있지만 노하우가 많은 민박 사장님의 여행 조언 및 다른 여행자가 얘기해주는 내용을 통해 여행 일정을 수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때 난 하루 정도 더 빠르게 카파도키아로 넘어가도록 일정을 변경한 게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난 어떤 나라, 도시를 여행하든 계획은 '대강 도시 정도만' 짜놓고 간다. 일단 도시에 가서 현지에서 조언을 듣고 최선의 내 여행루트를 짜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한다. 내가 여행할 시간은 대체로 한정돼 있으나, 그 안에서 만족할 선택은 내 선택에 달려있기 때문.
내 전체 터키여행 예상 일정은 카파도키아(괴레메) 3일, 페티예 1일, 파묵칼레 1일, 이스탄불 2~3일이었다. 필수 코스들은 동화 스머프의 모티브가 된 괴레메에서 열기구인 대형 벌룬을 타고 보고, 지중해를 내려다볼 수 있는 페티예에서 세계 3대 패러글라이딩을 타고, 신비롭고 특이한 빙하 같은 석회석으로 멋진 파묵칼레를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이 되면 동화 같은 청정한 마을 사프란볼루를 거쳤다가, 볼거리가 넘친다는 이스탄불에서 출국 전까지 있다 가면 되었다. 사실 이 일정은 다들 이때 불확실한 날씨 등으로 불가능한 일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난 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결국 국내선 비행기도 타지 않고 이 코스를 성공적으로 다 소화해냈다. 갑자기 비행기를 끊기엔 가격도 비쌌고, 가서도 날이 확실히 좋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라리 좋은 체력을 바탕으로 밤에 잠을 잘 수 있는 야간 버스를 택한 것인데 이게 주효했다. 이건, 본인의 상태에 따라서 선택해야 하는 과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단순히 운만 따라서는 안 됐던 거 같다. 이 노하우는 중간중간에 계속 적어갈 생각.
참 변화무쌍했던 넓은 나라 터키의 날씨
터키여행은 정말 날씨에 따른 계획이 중요하다! 날씨에 따라 하이라이트 오브 하이라이트인 카파도키아에서 벌룬 투어를, 페티예에서 패러글라이딩을 못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각 도시에서 한 주 정도씩 있어도 못 탄 사람들도 있다고 했다. 특히 앞의 벌룬 투어, 패러글라이딩을 하기 위해 터키를 여행하는 사람이 대다수라고 한다. 그래서 도시별 날씨를 체크하면서 날씨가 좋은 날에 반드시 그곳에 도착해야 한다.
날씨가 별로이다가도, 하루 이틀 뒤에 갑자기 카파도키아 날씨가 좋아 벌룬이 뜰 수 있을 거라고 사람들이 그랬다. 그때, 내일 및 모레 날씨가 좋을 거라는 예보를 봤다. '이제 막 이스탄불에 도착해서 피곤한데, 바로 카파도키아로 날아가야 하나?' 이스탄불에서 카파도키아-괴레메까진 버스로 11시간 정도, 비행기로는 1시간에 버스로 더 들어간다. 심히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고민도 잠시, 그날 저녁 20시경 탑승하는 야간 버스를 끊기로 했다. 이게 바로 내 성공적인 터키 여행의 열쇠가 되었다!
그렇게 결심한 후, 큰 짐은 숙소에 맡기고 카메라와 작은 가방만 들고 나왔다. 근처 ATM기에서 인출을 더 하고 그 주변 시외버스회사인 카밀코치에서 야간 버스도 예약. 이스탄불 관광을 지금 하는 것보다, 그땐 이렇게 일정을 처리하는 게 더 중요했던 것.
숙소 위쪽에 올라가서 본 풍경
10일 여행. 4000리라 정도를 뽑다
버스회사도 가까이에 있어 예약하기 편했다
이후에 저녁 버스 탑승 시간 전 남는 시간 동안 탁심광장 주변을 관광했다.
탁심의 번화가; 이스티클랄 거리
데이터 사용으로 필수인 유심. 110~120리라 정도로 구매
오른쪽 메뉴가 유명한 쾨프테. 그 옆엔 터키의 차, 차이
유심카드까지 구매했으니 이제 해야 할 일을 다 마쳐서, 오후 늦게 식사를 했다. 가이드북도 참고하고, 구글맵에 별 3.5 이상인 식당에 가면 후회할 확률이 높지 않다.
맛있게 식사 후 숙소로 가서 짐을 챙겨 버스 탑승 시간에 늦지 않도록 계산해 출발, 괴레메(Goreme) 버스정류장(OTOGAR)행 버스에 탑승했다. 항상 출발 시간 전 30분~1시간 정도 일찍 가야 여유가 있다.
이스탄불(탁심) - 괴레메행 카밀코치 버스비_ 125리라
탁심 카밀코치 시외버스 티켓 구매처에서 픽업 -> 소형 버스로 큰 정류장까지 태워줌
버스에서 종종 챙겨주는 과자 거리와 커피 or 탄산 등의 음료
* 터키 시외버스 탑승 시 주의할 점
1. 첫째도 짐, 둘째도 짐 챙기기!
2. 작은 버스에서 내릴 때나, 대형 버스에서 내릴 때나 환승 시 항상 목적지를 정확히 물어보고 탑승!
힘차게 달리던 야간 버스는 어느덧 새벽을 넘기고, 아침 8시가 지나 카파도키아 괴레메 마을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스산하지만 상쾌한 바람과 함께 맞아주는 이 도시는 벌써부터 신비한 기운이 감돌아 나를 또다시 설레게 했다. 스머프 마을의 스머프는, 가가멜은 어디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