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할 수 있을까? 나도 할 수 있냐고!

첫 수상, 한림제약 호르반 마케팅 공모전

by 파르르

오늘은 2016년 6월, 공모전 동아리에서도 마지막 커리큘럼을 앞두고 있었다. 좋은 집단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좋았지만 사실 수상이라는 성과가 없으니 조금은 지친 것도 사실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집단의 문제는 아녔는지 내가 속한 동아리에서도 꾸준히 수상 소식이 들려왔다.


문제는 나였다. 나는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절대적인 참여 수가 부족한 것 같아서 혼자서도 공모전을 나갔다. 동아리 커리큘럼 외에도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공모전에 참여했다. 그렇게 4개월 간 6번의 공모전에 참여했지만 한 번도 수상하지 못했다. 사실 그땐 과정에서 문제를 찾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나와 친구들을 믿었고, 내가 하는 방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누구나 노력하다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 게다가 친구들은 분명 잘하는 친구들이었다. 전공자이거나, 디자인을 잘하거나 감각이 좋았다.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은 의외로 내게 화살을 돌리게 만들었다. 내가 바라본 주변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바라볼 수 없는 대상이 문제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사람은 항상 화살을 돌리지 않고서는 버틸 수가 없나 보다. 나는 나를 자책하며 몰아세웠다. '더 많은 공부를 해야지. 더 많이 노력해야지.' 할 수 있는 것은 노력밖에 없었다. 돈도 시간도 넉넉지 않았다. 사실 공모전이라는 게 누가 가르치는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아서, 그저 기존의 수상작을 분석하고 외우는 것이 전부였다. 그렇지만 그거라도 잘해야 했다.


어느새 주제만 던지만, 그에 해당하는 공모전과 수상 연도를 줄줄이 나열할 수 있을 정도로 수상작을 꿰고 있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수상은 하지 못했다.'라는 마음이 마음속에 단단하게 박혀있었다. 문제는 이런 마음이 행동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던 피드백이 두려워졌다. '고작 내가?'라는 생각이 점점 나를 지배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도 문과의 단점이 발생한다. 모든 기준이 주관적이다. 수치적이지 않은 기준을 두고 나는 피드백을 스스로 가로막으려 하고 있었다.


아이디어를 내는 데에 있어서도 소극적으로 변하는 것이 느껴졌다. 수상이 의미 없다는 말은 취소한다. 수상은 꽤나 강력한 설득이 된다. 굳이 내가 어떤 이유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겪어보니 아는 것이지만, 추후에 나는 수상경력이 쌓이고 난 뒤로 내가 하는 말에서 무한한 두려움을 느꼈다. 경험이 없거나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는 내 말이 절대적이었다. 그들은 내 말을 기준으로 삼았고, 내 말에는 의심보다 신뢰가 앞섰다. 물론 그렇게 틀린 말은 아니었겠지만 다를 수 있는 말을 다르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문제였다. 이 부분도 언젠가는 문제가 된다.


마지막 공모전을 앞두고 심기일전했다. 나는 나의 문제점을 명확히 분석했다. 에너지가 넘치지만 다소 독단적이어서 누군가가 나를 가로막을 줄 알아야 했다. 그래서 평소에도 기가 센 다능이-후에 나와 함께 회장단이 된다.-가 필요했다. 그러면서도 온화한 말투를 지니고 사려 깊게 주변을 챙기는 다능이가 꼭 필요했다. 그녀와 팀을 이루고 나머지 팀원을 고민할 때도 나의 기준은 같았다. 서로가 주장을 펼칠 수 있으며, 그 안에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할 수 있도록, 조금 더 커뮤니케이션에 능한 친구들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는 그간의 피드백으로 팀원 선택에 우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 친구들도 나를 선택한 것 같다. 나는 내가 생각한 best 멤버로 4인의 팀을 구성할 수 있었다. 기준은 실력도 있었지만,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열린 마음이었다. 우리는 그렇게 처음 듣는 회사인 '한림제약'의 공모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때는 코로나 이전의 시기여서 카페에서 회의를 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우리는 합정의 한 카페-지금은 없어졌다.-에 전세를 내듯 이용했다. 한 번에 5시간을 있곤 하니 죄송한 마음에 중간에 음료를 한 번씩 더 주문하곤 했다. 계산은 주로 내가 했다. 왜냐면 회의가 길어지는 이유가 나였으니까.


나는 한림제약의 마케팅을 이해할 수 없었다. 제품의 강점도 명확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케팅을 해야 하는데, 약국에 입점해 있지 않았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약국에서 이 제품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알고 보니 회사가 전문의약품에 집중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일반의약품에선 경쟁력이 약했다. 또한 제품 패키지가 너무 별로였다. 20대를 타깃으로 마케팅 아이디어를 짜 달래 놓고는 이런 패키지를 가져오다니.

img_87833_1.jpg 자양강장제 호르반, 지금 봐도 패키지는 친근하지 않다.

합정에서 5시간씩 매일을 회의하기를 3주째, 우리는 만들 수 있는 아이디어는 다 만들어봤다. 논리 또한 마찬가지였다. 시장 논리를 분석하고, 그 안에서 20대 소비자가 기대하는 자양강장제의 의미와 경쟁 상황을 분석해봐도 어떤 구석에서도 약점을 찾는 것이 더 쉬웠다. 애초에 우리가 팔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는 것이 더 크게 느껴졌다. 후술 하겠지만 이때 느꼈다. 광고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품에 대한 애정이 중요한 것이라고, 만드는 사람이 제품에 애정이 없으면 소비자는 더 공감하기 힘들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끝내 우리는 제품에 대한 애정을 갖는 데 실패했다. 울며 겨자 먹기로 지금까지 나온 아이디어를 모두 사용하기로 했다. 흔히 말하는 '양치기', 어떤 아이디어가 채택될지 모르니, 일단은 모든 아이디어를 담는 것이 우선이었다. 이때부터 나의 합리화 능력이 발달한 것 같다. 우리의 콘셉트는 이러했다.

어떤 것을 생각해도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것이 진짜 자양강장.
자양강장제 호르반이 만들어주는 새로운 경험, 호르반의 법칙.

호르반의 법칙이라는 콘셉트명을 만들고 나니, 우리는 모든 아이디어를 집어넣을 수 있었다. 왜? 호르반은 다 된다고 말하면 되니까. 그렇게 게임도, TV 광고도, 옥외 설치물도 총 20여 가지 되는 아이디어의 시안을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까지 해서 아이디어의 양을 늘렸다. 오히려 설득 논리는 단조로워졌다.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을 가장 잘 절감하고 있는 것이 20대니까. 그들에겐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가치 있다!"


다행스럽게도 8월 24일 우리는 수상 실적을 올릴 수 있었다. 내 인생에서의 첫 수상. '우수상'을 가지고 우리는 동아리의 한 기수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끝내 웃지 못했다. 같은 자리에 우리 동아리 내부의 다른 팀이 있었거든. 그리고 그들은 대상이었거든. "진짜 버닝이 뭔데."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몇 안 되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게 전부라 부족하다고 내가 비판했던 기획서였다. 그 기획서가 당당히 내 옆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완벽한 기획입니다."라는 심사평과 함께. 그리고 우리 기획서는 예상한 대로, "아이디어의 수에 많은 가치를 두었습니다."라고 평가됐다. 그래, 나는 좋은 아이디어를 내지 못했다. 그냥 많이 했을 뿐이다.




공모전 tip.

수상 실적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도 수상 실적을 바탕으로 취업에 가산점이 된다거나 하진 않아요. 특히 광고회사는 수상 실적보다는 광고에 대한 애정이나, 광고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 지를 봅니다. base가 잡히지 않은 상태로 수상 실적만을 들이대게 된다면 오히려 거부감이 들거나. 설사 합격하는 일이 있다고 해도 광고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 없이는 내부에서 고통받고 도태되기 십상입니다(잔인하지만 광고계가 실력으로 사람을 평가하곤 해요ㅠ). 그래서 우리는 실적보다는 실력에 집중해야 해요.


다만 수상을 하고 싶다면, 빅 아이디어에 집중해야 합니다. 공모전을 진행할 때, '나는 아이디어가 장점이야!'라고 말하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하지만 대부분은 그저 화수분처럼 아이디어를 쏟아내기만 하는 수준이었어요. 진짜 아이디어는 탄탄하고 깊은 고민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물론 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을 골라낼 안목이 있다면, 아마 좋은 아이디어도 낼 수 있을 거예요. 아이디어의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 효과가 있을 아이디어를 추려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몰라요. 결국 본질적인 해결을 할 수 있는 것들만은 남기는 것. 그게 좋은 아이디어의 기준이겠죠.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는 수상하지 않더라도 언젠가 인정받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keyword
이전 03화배에 올라타라, 그럼 어떻게든 바다로는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