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3을 좋아해, 그래서 3대 공모전이 있지

제일기획, HS애드 그리고 대홍기획

by 파르르

2017년 봄, 동아리 회장 임기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공모전에 집중했다. '이제는 정말 실전뿐이야.'라는 생각이었다. 이전의 1년은 사실, 공모전만 한다기보다는 동아리를 운영하는 시기에 가까웠고 이제는 정말 온전히 공모전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항상 수료하고 나서야 집중할 수 있었다. 공모전 동아리를 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는 일일 것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동아리에서는 원치 않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 했을 수도 있고, 동아리에서는 사실 내가 의견을 펴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겠지. 독불장군 같던 과거를 또 반성한다.


어쨌든, 대한민국 예비 마케터라면 다들 3대 공모전에 대해서는 들어봤을 것이다. 제일기획, HS애드, 대홍기획 회사의 크기로 big3는 아니지만, 꾸준히 공모전을 열어온 대형 광고회사들이다. 사실 공모전이란 게, 기업에 운영하는 마케팅 프로세스인 경우가 더 많다. 우리 기업을 홍보하면서, 대학생들의 관심도 사고, 사회공헌 활동도 할 수 있는 일석삼조. 그러고 보면 한국인은 3을 참 좋아한다. 공모전조차 big3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3대 공모전은 그래도 조금은 더 광고인 육성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만들고, 예비 광고인을 키워내는 공간으로 명목상이라도 남아있는 기회인 것이다. 그러니 대학생들은 3대 공모전에서 상을 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진짜 실력자들의 경쟁 구간이라는 느낌이 있어서일까. 하여튼 광고인들은 참 피곤하게 살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친구들과 공모전 드림팀을 구성했다. 평소 친분이 있으면서도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친구들로 구성했다. 그리고 책을 같이 읽었다.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온전히 내 계획 안에서 친구들을 이끌었다. 이제는 성과를 내고 싶었기에, 그저 이끄는 대로 친구들이 따라와 줬으면 했다. 다행히도 친구들은 그런 리더십을 좋아했고 내가 제시하는 방향성에서 타당함도 느꼈으므로 함께 공모전을 시작했다.


3대 공모전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제일기획에서 진행하는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이 가장 큰 규모이다. 매년 3천 편 이상 응모되는 초대형 규모의 공모전이다. 광고를 모르더라도 제일기획 이름은 들어봤을 만큼 유명한 회사. 제일기획이 과제를 내놓는 매년 3월은 예비 광고인들에게 긴장의 계절이 된다.


우리는 '이번만큼은 꼭'이라는 생각이 간절했다. 사실 이전에 수상을 해본 적은 있지만, 그것은 작은 대회였다. 동네 대회에서는 우승해 본 경험이 있지만 아직 프로라기엔 어리숙한 모습이었다. 명분이 필요했다. 내가 광고를 계속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확신이 필요했던 것이다. 취준생이라면 다들 공감할 그런 명분, 공모전에 참여하는 동기는 명분 하나면 충분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결국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했다. 제대로 해보겠다는 생각이 보수적으로 만들었다. 우리는 좋은 아이디어보다는 수상에 집중했다. 지금도 수상작을 보면 가끔 이해 안 되는 작품들이 수상작에 걸려있기도 한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공모전과 주최 측이 바라보는 공모전의 시선이 다름을 의미한다. 이제는 '잘 배운' 아이디어보다 '색다르고 좋은' 아이디어가 필요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듯 공모전의 평가도 달라진다. 더 이상 실력자를 키우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으로 장이 변했다.


제일기획 아이디어 페스티벌에 작품을 4개나 냈다. 기획서 2개, 크리에이티브 2개. 보통 기획서는 품이 많이 들어서 1달 동안 준비해도 한 작품을 내기 벅차다. 그럼에도 우리는 2개를 냈다. 그리고 짬짬이 크리에이티브까지 2개. 그렇지만 어느 정도는 예상했다. 내가 개수를 늘린 것은 아이디어에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고, 우리는 결국 양치기를 추구하던 과거에 머물러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그런 나를 봐줄 만큼 여유가 있는 곳은 아니었다. 3천 편 중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분명 있었고, 나는 결국 그것을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이다.


수상에 실패하고 책을 읽을 동기도, 공부를 할 동기도 무너졌다.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로 만든 모임을 해체했다. 어느 누구도 아쉽지만 아쉬워하지 않았다. 명분이 없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자신의 분야인 뷰티로, 화학공학으로 떠나고 또 다른 친구는 새로운 활동을 시작했다. 그때 함께한 친구는 지금 코레일에서 기관사로 일하는데. 그때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한다.

"뭔가 취해있던 것 같아. 잘하는 게 있다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그건 운이 좋았던 거지. 잠깐은 내가 잘했을 수 있지만, 그게 다음까지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더라."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못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어. 괜히 그때 잘해가지고. 물론 이것도 이제와서야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

그렇지만 나는 공모전을 그만두지 않았다. 원래 느렸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고3 10월이 되어서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고, 회계사 수험 기간에도 시험 직전에야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전의 포기 경험(회계사 수험 생활)은 이제는 '더 이상 포기하고 싶지 않다'는 포기에 대한 혐오로 자리 잡았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바라봐서 포기해야 할 것들은 포기하는 것도 지혜인데, 나는 포기가 두려웠다. 그렇게 나는 12월까지 30번의 공모전에 더 참여했다.


3대 공모전이 가지는 의미에 집착할수록 내가 헤맨 기간은 늘어났다. 매 년 한 번씩 돌아오는 공모전의 특성상,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내년을 기약해야 했다. 특히 대학생 활동의 대세가 공모전에서 서포터즈로 변하는 변혁기였기 때문에 나는 내년에는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봐 노심초사해야 했다. 그렇게 추가학기를 한 번, 졸업유예를 두 번 하면서 나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대학 생활을 늘려갔다. 내가 참여한 60번의 공모전은 절대 자랑이 아니다. 내 미련의 상징이며, 내가 진작 그만두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3대 공모전이라는 족쇄가 있었다.




공모전 tip.

3대 공모전의 경우 상당히 잘 갖춰진 프로세스로 진행됩니다. 공모전 사이트가 먼저 열리고, 과제가 공개되며 과제에도 목표와 시장 상황 그리고 해결 과제를 명확히 이야기해줍니다. 특히 담당자 연락처가 공개되어 있는 것이 차별점이에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사항이 생기면 담당자를 괴롭히세요. 담당자가 아무리 싫어하더라도 좋은 작품을 밀어낼 권리는 없고, 담당자가 은연중에 던지는 말이 힌트가 되기도 합니다. 왜냐면 담당자는 이미 그 브랜드에 대해서 하루 종일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죠.


기회가 있고, 연결될 구멍이 있으면 어디라도 찾아가세요. 제 친구는 삼성 공모전을 위해 서울 전 지역의 디지털프라자를 방문했고 직원에게 음료를 건네며 인터뷰를 요청했습니다. 한때는 저도 사이다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하루 종일 인터넷 커뮤니티를 찾아다닌 적도 있으니까요. 책상에 앉아서, 인터넷으로만 찾는 자료는 공모전에서 요구하는 자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답은 현장에 있습니다. 현장에 가거나, 현장으로 전화를 하거나, 아니면 담당자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형태가 되더라도 좋아요. 조금 더 주체적으로 움직여야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조명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도 이런 태도는 어떤 문제가 발견했을 때, 생각을 하기보단 몸을 움직여서 깊은 관찰을 하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분명히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나만의 차별점이 됩니다. 이렇게 말해도 움직이는 사람은 소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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