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전 동아리를 시작했다.
오늘은 2016년 2월, 2년이 다되도록 붙잡았던 회계사라는 목표를 놓아줬다. 동아줄인 줄 알고 잡고 있었는데 놓아보니 내 손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매달려있는 것만으로 나는 어깨가 빠져서 하루 종일 축 쳐져있었고, 초반에 쏟던 열정과 에너지는 남아있지 않았다. 하루 13시간 순공시간을 찍으며, 때로는 높은 점수에 구름 위를 떠다니기도 했지만 결국엔 떨어졌다. 그래 애초에 구름은 밟을 수 없지. 떨어지는 게 당연했다. 누군가가 차근차근 계단을 쌓아 올릴 때 나는 사다리 하나에 의지해서 희망으로 다가갔다. 아쉽게도 사다리가 밀랍으로 만들어져 있었고 태양 가까이에서 녹아버려 떨어졌을 뿐이다.
수험서를 다 버렸다. 캐리어로 두 개가 가득 나왔다. 하도 많이 풀어서 꼬질꼬질했다. 그러면서도 후반에 산 요약서는 반짝였다. 모든 것이 불안했지만 수험 생활에 마음이 뜬 것은 확실했다. 이럴 땐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성격이 도움이 된다. 나는 모든 책을 버렸다. 다시는 미련을 갖지 못하도록, 하지만 알아야 했다. 이런 태도는 또 나름대로 고통을 준다는 것을. 어쨌든 책을 버리고 나니 죽고 싶었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죽는 건 아프니까. 나는 안타깝게도 사는 것이 너무 좋았고, 앞으로 먹고 살 일을 걱정해야만 했다.
그렇게 평소에 생각만 하던 것들에 도전했다. 뮤지컬, 사회 운동, 광고 공모전. 다행히 셋째만 살아남았다. 어쩔 수 없는 자본주의 마인드가 회계사가 내게 남긴 것이었다. 돈을 벌지 못할 미래가 보이면 지속할 수 없었다. 낭만은 있지만 낭만을 유지하는 장작은 현금이었다. 적어도 내겐 그랬다. 그렇게 나는 공모전 동아리에만 진심을 다 했다.
이곳에 대한 첫 감상은 '미친'이었다. 세상에 똑똑한 놈들은 다 모아둔 것 같았다. 첫 기획서를 보는 순간 감탄이 나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감탄이 나올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 당시의 내겐 '미쳤다.'라는 표현으론 부족했다. 조금 더 과격했던 수식어를 붙였던 것 같다.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었다. 아무리 무너져봤어도 잘난 것들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본능이다. 말과 글로 사람을 휘어잡는 프레젠터가 되고 싶다고 생각 한 적 있었는데, 프레젠테이션이 청중만을 바꾼다면 광고는 대중을 바꾸는 일이었다. 타고난 집착으로 영향력에 대한 집착이 있는 내게 이 공간은 축복 같았다.
물론 겪어보니 다들 엄청 똑똑하고 대단한 것만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똑똑하고 대단한 것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었다. 모인 것이 중요한 것이다. 사람은 환경에 지배당한다는 사실을 이때부터 깨달은 것 같다. 학교에 있을 때 나는 우물 안 개구리였고, 회계사를 준비할 때 나는 개울 정도로 나왔다. 그리고 이 곳에서 나는 바다를 만났다. 담수 생활에 적응돼서 여차하면 죽어버릴 것 같았지만, 죽을 기세로 적응했다. 매일을 밤을 새우고 누구보다 많이 물어보고 배우고, 누구보다 많이 선배들을 괴롭혔다.
무언가 이루고 싶으면, 그것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놓는 게 좋다. 나는 내 의지가 적절하게 높고 적절하게 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 환경에 있는 것이 중요했다. 잠깐이라도 지칠 때 옆에서 눈에서 불을 켜고 아이디어를 찾는 친구가 있는 곳. 부족한 스스로를 탓하고만 있을 때, 책을 옆에 두고 계속해서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찾는 친구가 있는 곳. 그곳에서 나는 학교에선 느낄 수 없던 다른 것들을 느꼈다.
이때 만난 친구들은 지금까지도 연락을 하고, 내가 가장 많은 영감을 주고받을 수 있는 존재가 되어줬다. 편안하면서도 발전적인 영향을 주는, 완벽한 친구 관계가 있다면 이들이었다. 이년 전만 해도 다시는 하지 않을 것 같았던 공모전을 이제는 밤을 새워서 하고 있었다. 나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우리로서의 의지'가 발휘되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는 모두가 잘났고, 잘나고 싶었고, 대단했고, 대단해지고 싶었다. 우리는 열정을 땔감 삼아 상승하는 열기구처럼 엄청난 열풍을 만들어냈고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공모전 tip.
공모전을 절대 혼자 하려고 하지 마세요. 요즘은 인터넷 커뮤니티만 봐도 팀원을 구하는 게시글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곳에서는 경력도 없고 수상 실적도 없는 내가 거절당하거나 작게만 느껴져서 본인의 발전을 추구하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로 동아리를 추천합니다. 사교육을 받는 것도 좋지만 학생 때 할 수 있는 기획을 즐겁게 하기에는 동아리가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물론 목적에 따라 다르지만 공모전을 하는 목적이 절대 수상과 상금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직 경험 측면에서도 여러 사람과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원하는 일만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공과 실력을 같이 기를 기회가 되거든요! 젊어서 고생을 사서 하라는 말처럼 들리겠지만, 늙어서 고생하면 비용이 더 비쌉니다. 그나마 저렴할 때 부딪혀보자고요. 요즘은 비대면 모임을 하는 동아리도 많다고 하니, 지방 분들도 조금 더 편하게 문을 두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