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은 길고 운동은 짧다 - 1
생각해 보면, 나는 그다지 몸치가 아니었다.
어깨가 떡 벌어져 있어서 운동했냐는 소리를 가끔 듣기도 헸었다.
그렇지만, 나는 운동이란 걸 해본 적이 거의 없다.
그냥 안 해도 살아가는 것에 불편함이 없었기 때문에
그다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애초에 없었다.
사실, 몇 번의 시도는 있었다.
헬스장 등록을 두세 번 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일주일을 넘긴 적이 없었고
어떤 때는 3개월 사용권을 끊어놓고
단 하루도 나가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되돌아보면,
내 의지로 행했던 인생의 일들 중에 성공보다는 실패의 일이 훨씬 더 많았던 듯하다.
세상의 편견을 바라보며 싸움닭처럼 달려들어 할퀴고 목소리를 거칠게 내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생을 잘 살아오신 분들은 아시리라.
천천히 나이를 먹어가며 받아들이고 순응하게 된다는 것을.
나 또한 마찬가지였을까?
어느 날 갑자기, 운동이 하고 싶어졌다.
어떤 생각에서 비롯되었는지 잘은 모르겠다.
그렇게 시작됐다.
얼마 전, 아파트 지하에 운동시설이 갖춰져 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헬스장과 탁구장, 요가 공간, 골프연습실이 갖춰져 있었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곳곳에 자율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배드민턴, 족구장까지 있었다.
산책길 또한 아파트를 휘돌아나가면서, 어디론가 저 멀리멀리까지 이어져 있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없었던 것이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운동시설이란 것은 나하고는 하등 관계없는 일이었고,
굳이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늘 내 눈 밖에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보여도 몰랐던 것이다.
이런 사람이 나란 인물이다.
과연 운동이란 것을 해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