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은 길고 운동은 짧다 - 2
결정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운동은 뭘까?
헬스는 몇 번의 시도가 있었지만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유를 대보자면,
운동 기구들 다루는 것을 잘 모르기 때문에
그리고 혼자 한다는 것에 지레 겁을 먹습니다.
아무튼 가장 먼저 러닝머신을 타 봅니다만
똑 같이 계속 반복된다는 것에 쉽게 굴복하고 맙니다.
다른 기구들은 함부로 시도할 엄두를 못 냅니다.
요가를 생각해 보니
체중이 좀 나가고 이미 뻣뻣해진 몸을 어떻게 헤 볼 자신감부터 떨어집니다.
탁구장을 가봤습니다.
아, 상대가 있어야 하는군요.
상대야 찾으면 되겠지만, 워낙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보니...
자전거는 오래전에 타본 적이 있다기보다는
사본적이 있다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사긴 했지만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결국 비 맞고 바람맞고 고철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골프가 남았습니다.
사실 살아오면서 골프를 칠 기회는 한두 번 있었는데
모두 일언지하에 거절을 했습니다.
일단 가난을 사칭한 예술가가 골프를 친다는 것은
부르주아 자본에 굴복한다는 것이라 생각했고
운동도 못하는 사람들이 겉 멋에 하는 것이라고 치부했었습니다.
그런 때가 있었습니다.
산책길 걷기가 있었네요.
운동화를 신고 30여 분 걸어 본 적은 있습니다.
이것 또한 헬스장의 러닝머신과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운동을 못하는지.
알만한 사람을 알 겁니다. 모든 게 핑계로 일관되니까 말이죠.
일단, 제가 운동하는 데는 조건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한 일 년 정도, 오래 할 수 있어야 한다.
재미를 동반해야 한다.
혼자 할 수 있어야 한다.
세 가지를 충족하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고민했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골프를 해보자.
요즘 MZ세대들도 골프 열풍에 편승해서 골프인구가 많이 늘었다지요?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지만 어쨌든,
나는 골프를 해 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일단 재미있을 것 같았고,
오랫동안 몸을 쓰지 않아 굳어 있는 근육들이 많지만
다른 운동처럼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을 것 같고
혼자 해도 될 것 같고
단지, 금전적인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그다지 돈을 많이 쓰지 않아도 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골프를 치려면
먼저, 골프채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골프 좀 쳐본 사람들한테 널린 게 골프채더군요.
안 쓰고 있는 오래된 골프채를 얻었습니다.
(중고로 구입하면 그다지 비싸지 않게 살 수 있습니다)
연습장은 무료이니 전혀 부담이 없고요.
처음이니까 코칭을 받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부담이 될 것 같은데,
꼭 필요한 부분이라 패스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실내스크린 골프연습장이나
야외 그물망 쳐져있는 골프연습장이 1만 원에서 1만 오천 원 선이라
잘 이용하면 크게 부담은 없을 듯합니다.
자! 이제 준비가 되었습니다.
인생에 있어서 정말 최후의 도전을 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