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연재소설 2화
[500자 연재소설 2화] 두 사람
설산습지에 갔다. 첫 데이트 장소치곤 기묘했다. 부처님이 고행했다는 히말라야 설산의 이름을 따서 지은 마을이 있던 자리였다. 사람들이 떠난 후 습지가 되었다. 좁은 산길을 한참 오르자 작고 아담한 습지가 나타났다. 불안한 잎사귀가 나무 사이 든 저녁 빛을 겹겹이 덮고 있었다. 고인 것들이 많아, 오래도록 썩은 질척함이 마리나 아브라모치와 울라이가 손을 마주 잡고 재회한 현장 같았다. 서로 친해진 뿌리들과 번짐을 허락하지 않는 얕은 둘레가 습지를 감쌌다. 더 이상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그림자는 어둠을 먹고 마르지 않는 습지의 고요를 힘껏 밀어내고 있었다. 아직은 서로를 몰랐다. 아랫도리를 벗고 개처럼 교미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이곳은 아무렇게나 허락할 것 같았다.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하얀 블라우스가 맨살에 달라붙었다. 뜨거운 입김이 피어올랐다. 물웅덩이에 한 발이 빠진지도 몰랐다. 천둥이 쳤다. 어떻게 산길을 되돌아 내려가야하는지 알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