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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SOOOP Nov 03. 2024

두 사람

[500자 연재소설 3화]

[500자 연재소설 3화]      


창밖으로 보이는 지상의 풍경들은 잿빛이다. 누군가 오래도록 선 채로 그 풍경을 바라다보고 있다. 빼곡한 집들 사이의 시시한 다툼과 불통의 사연들이 대기의 중압감을 견디고 있다. 눈을 좀 더 높이 뜨면 대지 위에 제 무게로 균형을 잡고 있는 건물들과 숲의 나무들이 있다. 강이 흐르고 바다가 있다. 창의 안쪽은 다소 어둡다. 햇볕이 들어왔다 나가는 동안 구름에 살짝 그을린 달이 얼굴을 밀고 들어온다. 오후 5시의 시간은 촘촘하게 방 안을 적신다. 커튼을 양옆으로 밀고 다시 창밖을 본다. 작고 아담한 섶섬이 눈앞에 있다. 섶섬은 앞쪽에 상가들이며 집들, 거리를 품고 있다. 도라지 위스키와 노른자를 띄운 쌍화차를 한 잔 두고 <섶섬이 보이는 방>을 그렸던 이중섭의 젊은 날, 노래가 흐른다. 파도가 일렁인다. 밤이 되면 저 먼먼, 대지의 숲 속이거나 바다를 향해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언뜻 불타는 세멜레의 사랑이 귓속에 차오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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