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림푸스 뮤1(Mju 1)
퍼펙트 데이즈 : 일상의 아름다움을 포착하는 카메라 올림푸스 뮤1(Mju 1)
빔 벤더스 감독의 '퍼펙트 데이즈'는 도쿄의 공공 화장실 청소부 히라야마의 일상을 담은 영화다. 야쿠쇼 코지가 연기한 히라야마는 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아가는 인물이다. 그의 하루는 카세트테이프로 올드 팝을 듣고, 필름 카메라로 나무 사이 햇살을 찍고, 자전거를 타고 단골 식당에서 술 한 잔을 마시며, 헌책방에서 산 소설을 읽는 것으로 채워진다.
주인공 히라야마는 아주 작은 카메라인 올림푸스 뮤를 주머니 속에 늘 가지고 다닌다. 그리고 매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사진을 찍는다. 올림푸스 뮤는 1991년에 출시된 35mm 필름 카메라로, 컴팩트한 크기와 사용 편의성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간의 흐름을 포착하는 장치인 카메라 뮤를 통해 계절의 변화와 함께 달라지는 도시 풍경은 삶의 연속성과 변화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는 오전 청소를 마치고 점심으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마주치는 나무들, 특히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코모레비'를 카메라에 담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인화하여 상자에 보관하는 장면은 히라야마가 얼마나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이 영화에는 식물성과 관련된 요소들이 많이 등장한다. 히라야마가 찍는 나무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존재들이라 볼 수 있다. 나무는 계절의 변화를 보여주며, 동시에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본질을 상징하기도 한다. 히라야마의 집에 있는 작은 식물들 역시 그의 섬세한 돌봄을 받으며 자라나는데, 이는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력과 따뜻함을 보여준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히라야마의 집 안에 있는 LED 불빛을 받아 자라는 식물들의 공간이다. 이 공간은 마치 필름을 현상하는 암실처럼 보이기도 한다. 암실은 빛과 어둠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히라야마의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공간에서 그는 자신의 감정을 정제하고, 일상의 순간들을 '현상'하여 의미 있는 기억으로 만들어간다.
식물의 존재는 또한 영화의 주제인 '변화와 지속'을 표현한다. 나무는 계절에 따라 변화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이는 히라야마의 삶과 닮아 있다. 그의 일상은 반복되지만, 그 안에서 그는 매일 새로운 의미를 발견한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어디 있겠어?"라는 대사는 이러한 주제를 잘 드러낸다.
영화 '퍼펙트 데이즈'는 우리에게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히라야마가 올림푸스 뮤 카메라로 포착하는 순간들처럼, 우리의 삶도 작은 순간들의 연속이다. 그 순간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질 수 있다.
영화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의 하루는 어떤 기쁨으로 채워져 있나요? 히라야마처럼 우리도 일상 속 작은 순간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면, 우리의 매일이 '퍼펙트 데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퍼펙트 데이즈'는 삶의 빛을 찾는 여정을 잘 그려낸 영화다. 그 빛은 거창한 것이 아닌,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처럼 소소하지만 따뜻한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 모두에게는 단 하나의 삶이 있다. 히라야마처럼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며, 그 속에서 완벽함을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영화가 우리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