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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동윤 Jul 10. 2022

[11] 윈도우즈 8의 출시와 첫 프로덕트 쉬핑

디자이너가 된 엔지니어 - 11

디자이너이자 크리에이티브 테크놀러지스트이며 저자인 박동윤(Yoon Park)은 현재 미국 시애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의 Mixed Reality Design & UX Research 팀에서 Principal UX Designer로서 홀로렌즈 및 혼합현실 서비스와 관련된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반도체 설계 및 모바일 소프트웨어 연구원으로 일하다 그래픽 디자인이 너무 좋아 시각 디자인을 다시 공부하여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를 새롭게 시작했다. 타이포그래피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2011년 Typography Insight앱을 출시했으며, 현실 공간에서 타입 레이아웃을 가능하게 하는 Type In Space라는 홀로렌즈용 앱을 만들기도 했다. 
홈페이지 - http://dongyoonpark.com 
링크드인 - https://www.linkedin.com/in/cre8ivepark/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저자가 직장을 그만두고 시각디자인을 다시 공부하여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10여 년간 UX 디자이너로 일해온 경험을 공유합니다


ZBB (Zero Bug Bounce)

우여곡절 끝에 다국어 지원에 대한 마무리를 하고 어느새 우리가 작업한 앱들인 뉴스, 날씨, 스포츠, 파이낸스, 여행, 등의 앱들이 포함된 윈도우즈 8의 출시가 다가왔다. 이렇게 제품의 출시가 다가옴에 따라 팀은 어느 날 드디어 ZBB를 달성했다고 축하하는 전체 메일을 공유했다.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용어인 ZBB (Zero Bug Bounce)는 말 그대로, QA 과정을 통해 발견된 수많은 버그들 - 앱이 다운된다던지 하는 심각한 P0 (Priority 0 즉, 0순위) 버그부터 앱의 동작에 있어서 기능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사용성에 영향을 미치는 버그 등 엔지니어링 적인 버그 및 디자인 버그를 포함한 모든 버그 - 을 모두 해결하고 0 버그를 달성했다는 의미였다. 물론, 버그는 지속적으로 팀의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발견되고 버그 관리 시스템에 끊임없이 등록이 되기에 현실적으로 계속 0을 유지할 수는 없으므로, 바운스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윈도우즈 8 컨슈머 프리뷰

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기로 한 이유는 많았다. 어릴 때부터 사용하던 MS-DOS, Windows 3.1을 비롯하여 Windows 95, Windows 2000, 그리고 대학과 개발자로서의 직장 시절을 함께 하던 Visual Studio, MFC, Visual C++, IIS, SQL Server 등 수많은 소프트웨어와 UX의 본산인 곳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내가 디자인한 작업물이 전 세계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에게 보이고 사용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윈도우즈 8 컨슈머 프리뷰 행사는 그러한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실제로 내가 작업한 디자인이 전 세계 미디어로 기사화되는 곳에서 실시간으로 화면으로 보이는 것에 대한 감격스러운 느낌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윈도우즈 8 컨슈머 프리뷰 행사에서 소개되는 파이낸스 앱

2012년 3월 초, 윈도우즈 8 컨슈머 프리뷰가 공개된지 하루만에 1 밀리언 다운로드를 달성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https://www.latimes.com/business/technology/la-fi-tn-microsoft-windows-8-consumer-preview-has-1-million-downloads-in-1-day-20120301-story.html



끝없는 다듬기와 좋은 제품을 위한 팀 간의 갈등 

컨슈머 프리뷰 행사 이후에도 정식 출시일인 GA(General Availability)까지 최대한 앱의 기능과 디자인을 다듬기 위해 팀은 끊임없이 노력을 했다. 이 와중에서 처음으로 PM들과의 갈등을 겪게 되었는데, 다름 아닌 디자인팀에서 하고자 하는 컬러 시리즈 업데이트에 제동을 건 것이다. 기존 디자인에서 크게 다르지 않은 선에서 글자와 콘텐츠의 가독성을 높이고, 동시에 보다 임팩트 있는 스포츠 앱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컬러를 조정하고 뉴스 타일의 대문자 사용을 적용한 것이었는데, PM들은 예상치 못하게 강하게 반대를 했다. 그동안 나와 디자인팀의 모든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존중해 주던 PM들이기에 꽤 당황스러웠다. 기존의 컬러 스킴보다 오히려 눈이 아프고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는데, 이런 컬러에 대한 부분은 주관적인 면이 강하기에 실제로 그런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다. 우리의 생각에는 기존 컬러 스킴이 워낙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까 하는 걱정이 앞선 것이라 생각이 되었는데, 디자인 매니저를 포함하여 함께 리뷰를 하며 적극적으로 설득을 해도 쉽게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컬러 분석 툴을 통해 새로운 컬러 스킴을 적용한 스포츠 앱의 다양한 페이지들의 콘텐츠와 텍스트에 대한 콘트라스트 비율 (Contrast Ratio)을 측정하여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팀이 작아 쉽게 유저 리서치를 시행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기존 컬러와 새로운 컬러를 적용한 앱의 프로토타입을 준비를 해서 팀 내부의 비 디자인 직군 인원들과 외부 일반 유저들을 통해 유저 테스팅을 시행을 했다. 결과적으로는 새로운 컬러 스킴이 가독성에 문제가 없고, 더 선호되는 디자인임을 유저 리서치 리포트와 콘트라스트 데이터로 증명을 하였기에, PM들도 동의를 하고 새로운 컬러를 적용하게 되었다. 생각지도 못한 갈등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보다 객관적인 데이터를 준비해서 논리적으로 협업을 해 나갈 수 있었음에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했다.


이 외에도 파이낸스 앱의 주식 차트 디자인이나 주식 타일 디자인 등에 있어서도 수많은 디자인 다듬기를 위한 노력이 이어졌다.

스포츠와 파이낸스 앱의 최종 릴리즈용 디자인
스포츠와 파이낸스 앱의 최종 릴리즈용 디자인


윈도우즈 8 GA (General Availability) 정식 출시 

Developer Preview, Consumer Preview, Release Preview, RTM 등의 긴 릴리즈 여정을 거쳐 2012년 10월 26일 드디어 윈도우즈 8이 정식 출시되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의 릴리즈를 직접 경험할 수 있음에 감개무량했다. 그리고 CEO인 스티브 발머가 내가 디자인 작업한 스포츠와 파이낸스 앱을 전 세계인이 보는 앞에서 시연하는 경험은 특별한 것이었다. 

윈도우즈 8 발표를 하는 스티브 발머. 내가 디자인 한 스포츠와 파이낸스 앱을 시연하고 있다.


Windows 8 출시 - Microsoft Store 앞에 줄선 사람들
출시한 앱 아이콘들의 케익과 함께한 팀 셀레브레이션. 팀 이름이 AppEx(App Experience) 였는데, 내가 로고 디자인을 했다


윈도우즈 8의 퍼블릭 릴리즈 패키지

윈도우즈 8의 출시 후 운영체제에 대한 반응은 엇갈렸는데, 특히 새롭게 도입된 시작화면이 기존의 윈도우즈의 UI들과 상당히 다른 모습에 터치스크린을 주로 염두에 둔 디자인이어서 사용성과 조화의 측면에서 비판을 많이 받았다. 최근 유행하는 구글의 머티리얼 디자인이나 애플의 디자인 등 플랫 디자인의 시초가 되는 매트로 디자인은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고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을 느끼기도 했으며 (실제로 지인 중 한명은 텅 빈 화면에 버튼들이 외곽선도 없이 글자만 레이아웃 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작업을 하다만 줄로 아는 경우도 있었다), 수많은 PC가 곧 터치스크린을 지원하고 터치 입력이 주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섣부른 예측이 불러온 결과였다. 


다행히 우리팀의 앱 들은 좋은 반응을 얻었는데, 예를 들면 CNet에서는 파이낸스, 스포츠, 날씨 앱들은 윈도우즈 8용 앱 들중 가장 잘 디자인되고 효율적인 앱이라고 평가했으며, Wired 등에서도 우리의 Bing/MSN앱들이 메트로 디자인이 어떻게 활용되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평했다. 디자이너로서 뿌듯한 순간이 아닐 수 없었고, 엔지니어로서의 직장을 그만두고 디자인을 공부하고 전향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었다.


디자이너가 된 엔지니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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