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오늘 아침에는 ‘나눔 문화’의 메일링 서비스를 통해 받은 박노해 시인의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는 詩를 읽었다. ‘나눔 문화’는 물신의 세계화와 무한경쟁의 속도가 우리 삶을 불안에 떨게 하는 시대에 전 지구적 생태재앙, 심화되는 양극화, 전쟁과 기아질병, 영혼의 상실이라는 네 가지 위기를 직시하며 꾸준한 사회적 실천에 힘써 온 비영리 사회운동단체이다. 참사람의 숲을 이루어 생명 평화 나눔의 세계로 나아가고자 참 좋으신 그대와 함께 걸어온 나눔 문화는 올 해로 18년째 정부 지원과 재벌 기부를 받지 않고, 언론 홍보에 의존하지 않으며, 3,500여 회원들의 순수한 회비로만 정직하게 운영되고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매주 화요일 아침, 박노해 시인의 시와 글 [숨 고르기]를 보내준다. 숨 가쁜 일상 중, 잠시 내 마음 깊은 곳에 닿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 아침은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는 詩였는데, 읽는 순간 우리 어르신들 모습이 한 분 한 분 떠올랐다.
시간은 모든 것을 쓸어가는 비바람
젊은 미인의 살결도 젊은 열정의 가슴도
무자비하게 쓸어내리는 심판자이지만
시간은 아름다움을 빚어내는 거장의 손길
하늘은 자신이 특별히 사랑하는 자를
시련의 시간을 통해 단련시키듯
시간을 견뎌낸 것들은 빛나는 얼굴이 살아난다
오랜 시간을 순명하며 살아 나온 것
시류를 거슬러 정직하게 낡아진 것
낡아짐으로 꾸준히 새로워지는 것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저기 낡은 벽돌과 갈라진 시멘트는
어디선가 날아온 풀씨와 이끼의 집이 되고
빛바래고 삭아진 저 플라스틱마저
은은한 색감으로 깊어지고 있다
해와 달의 손길로 닦아지고
비바람과 눈보라가 쓸어내려준
순해지고 겸손해지고 깊어진 것들은
자기 안의 숨은 얼굴을 드러내는
치열한 묵언정진默言精進 중
자기 시대의 풍상을 온몸에 새겨가며
옳은 길을 오래오래 걸어 나가는 사람
숱한 시련과 고군분투를 통해
걷다가 쓰러져 새로운 꿈이 되는 사람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수록 詩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말을 일상에서 사용해 본지가 언제인가. 젊은 사람들은 이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요즘 같은 초고속 시대엔 트렌드에 뒤처지면 ‘루저’가 될까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다. 1년 만에 다른 세상으로 변하는 곳도 부지기수다. 모두 ‘신제품, 신상, 새것’을 쫓는다. 인스턴트 사랑이란 말도 나올 정도다. 그런 때 ‘오래된 것은 다 아름답다’니 얼마나 반갑고 따뜻한 말인지.
어르신행복주식회사는 그런 오래된 것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모여 함께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다. 특히 어르신들의 삶의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여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그 결과물이 바로 ‘할美꽃’과 ‘산타맘’이다.
‘산타맘’은 단시간 아이 돌봄 서비스다. 거의 대부분의 할머님들이 오래전 아이들을 키워본 경험도 있으시고, 요즘은 손주들을 돌봐주면서 아이돌 보는 경험은 누구보다 전문가일 것이다. 그런 할머님을 위하여 엄마와 아이에게 선물 같은 시간을 선사하고 싶어 ‘산타맘’ 사업을 시작했다. 동작구는 노인 인구도 많지만, 빠르게 젊은 부부들도 많이 사는 곳이다. 맞벌이 부부들이 당연히 많다. 아이 돌봄 서비스는 수요가 높다. 믿고 맡길 수 있는 곳을 엄마들은 찾고 있고, 할머니들은 일할 기회가 생겨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다.
물론 정부나 사설 돌봄 서비스 시설도 많다.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공공 돌봄 서비스는 가격이 저렴한 대신 경쟁률이 높아 그만큼 매칭이 될 확률이 높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사설 돌봄 서비스는 내가 원할 때 이용할 수 있지만 내게 맞는 ‘시터’를 찾기가 쉽지 않다. 주로 4시간 이상의 장시간, 장기 돌봄 서비스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런 장단점을 파악하여 어르신행복주식회사의 ‘산타맘’ 서비스는 1시간~4시간까지 이용할 수 있는 단시간 서비스가 핵심이다. 동작구 내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동작구의 특성상 옆으로 길게 늘어져 있기는 하지만, 우리 지역의 할머니가 우리 아이를 돌본다는 개념이다. 사업타당성 분석을 통해 지역의 수요는 분명히 있다는 검토를 마치고, 브랜드 작업을 통해 사업을 시작했다.
산타맘 사업의 핵심은 ‘시터’들의 교육이다. 경험적으로 내 아이와 손주들을 키워본 적은 있지만 요즘 젊은 엄마들이 원하는 체계적이고 안전과 위생개념 등이 탑재된 할머니들을 양성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 돌봄 전문 교육업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2016년 6월부터 교육을 시작하여 2018년 8월 현재 6기 교육생을 배출했다. 2주 40시간을 꼬박 열심히 공부하시는 할머니들을 뵈면 자연스럽게 ‘오래된 것은 아름답다’라는 말이 가슴에 와닿는다.
‘할美꽃’은 할머니들이 만든 아름다운 꽃이라는 의미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모든 수공예 제품(작품)들이다. 형형색색의 뜨개실로 만든 수세미, 천연재료로 염색한 손수건, 에코백 등 손으로 만들고, 포장한다. 손이 조금은 느리고 꼼꼼하지 않을 때도 있지만 살아오면서 경험했던 손재주를 그냥 놀리기보단 아름다운, 의미 있는 제품들로 만들어 낼 때 이 분들의 삶이 새로운 가치로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만든 사업이다. 명품 브랜드를 비롯하여 백화점, 온라인 스토어 등에 예쁘고 신기한 디자인의 제품들이 넘쳐나는 시기에 다소 투박하지만 그 안에는 ‘情’이 한가득 들어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최고의 제품, 할美꽃이다.
어르신들의 깊게 파인 주름은 삶의 무게다. 오랜 시간 동안 “자기 시대의 풍상을 온몸에 새겨가며 옳은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분들의 삶의 지혜와 경험을 ‘지금, 여기’로 가져와 함께 나눌 수 있는 문화가 생긴다면 참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