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라다이스의 도입부에 난민촌을 헤매며 영업을 하던 주인공 사내가 인파를 헤치면서 걸어 나갈 때 들렸던 " I can see clearly now the rain is gone",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노래여서 귀에 들어왔는데, 전자음으로 편곡을 해서인지 기괴하게 들렸다. 전혀 희망적이지 않은 분위기에 이 노래가 나와서 그 기괴함이 배가 된 것 같았다.
먹구름, 비구름이 몰려가고 모든 장애물이 사라진 맑은 하늘과 파란 구름을 떠올리며 이 노래를 듣곤 했는데 타인의 생명을 돈으로 사서 영생을 누리는 자들에겐 이 상황이 모든 장애물이 사라지고, 비가 그친 투명하게 맑고 환한 날이 되는 것일까?
다행히도 그 주인공은 처음의 희망에 부푼 기쁜 사내가 아니라 영화 후반부에는 절망을 겪고, 비참함을 뚫고, 싸우는 반군이 된다. 자신의 안위와 자신이 생각하는 직장에서의 성공, 그리고 안락한 가정을 꿈꾸던 한 사내가 반군이 되어서 앞으로 거대 기업과 싸우겠지. 그게 더 멋있게 보임.
I can see clearly now the rain is gone
It's gonna be bright (bright)
Bright (bright) sunshiny day
2.
넷플릭스 D.P를 정주행 중인데, 2021년에 나온 시즌 1을 최근에 봄. 시즌 1에서 한 에피소드에서 잠깐 나왔던 영옥이 시즌 2에서 '커튼콜' 에피소드에 다시 등장. 시즌 1에서보다 훨씬 짧게 나옴. 그런데 그 임팩트가 강함. 젊은 날의 오연수 님을 닮은 듯한데, 시원하게 웃을 때 치아가 너무 매력적임. 검색해 보니 99년생, 후아, 목소리 톤이 남다름.
'커튼콜' 에피소드의 탈영범, 장성민(배나라 님)이 무대에서 부른 'wig in a box', 원곡을 뛰어넘는 아련함. 다른 탈영범들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한 전개를 보이는데 영옥과 성민이 비 오는 날 가게 앞에서 쭈그리고 담배 피우는 샷은 기억하고 싶은 장면임.
영옥의 싱그러운 미소는 과거의 누군가를 떠올리게 함. 과거의 그녀는 지금의 그녀가 아님. 나 또한 변해가고 있음. 헤드윅을 처음 봤던 날, 함께 봤던 **이가 떠오름. 한호열(구교환 님)이 안준호(정해인 님)에게 하던 대사를 꼭 기억하고 싶음. 정확한 워딩은 기억은 안 나지만, 누군가는 정말 죽도록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그 일을 하려다가 죽었는데 나는 제대하고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지~ 그게 보통의 마음이지.
그래서 장성민이 장니나가 되어서 하고자 했던 그 일이 비록 완성되지 못했지만-미완으로 그쳤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고, 다 완성되어야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음. 누구에게? 나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