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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아 Aug 26. 2023

그런데, 왜 슬플까?

소망인 거 같아.

10년 전에 우연한 계기로 알게 된 작가님을 직접 만나고 온 날이다. 다녀와서 슬픔이 물밀듯 밀려왔다. 10년 전 나는 상담을 하고 있을 나를 막연하게 꿈꿨으며, 늘 언제나처럼 글을 쓰고 싶어 했던 것 같다. 그즈음, 스스로에게 기적질문을 했었다. "신이 너에게 축복을 내려서, 네가 한 직업을 선택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고, 평균은 해낼 수 있다면, 넌 무슨 직업을 선택할 거야?"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작가, 그중에서도 소설가"였다.


그 10년 동안 난 필사적으로(정말 눈물겨운 도전이었다. 그것도 좋은 글감이 될 듯) 상담계로 들어왔고(돌아온 건가? 돌아온 탕자였지), 지금 상담을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슬플까? 그리고, 글도 쓰고 있다. 출간한 작품은 0개. 그게 슬플까? 아니다.


그런데,

왜, 슬플까?


잘 모르겠다. 꼭 이유를 알아야 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런데 한없이 슬프고, 작아지는 느낌이다. 10년 동안 글과 사진으로만 만났던 그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단단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임에 다른 젊은 친구들도 있었다. 그녀들의 젊음, 가능성과 내 나이가 비교가 되었던 걸까? 그것만은 아니다. 그게 아니다.


작가님이 돌멩이를 나눠주셨다. 단단하고, 예쁜 돌멩이. 그리고 연필 한 자루, 왜 그렇게 마음이 아릴까? 작가님의 뜨거운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나? 내 뜨거움은 목적지 없이 배회하고, 여기저기 흩어졌던 것 같은데, 작가님은 단단해 보여서? 아니, 작가님은 자신의 여린 면을 두려움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용기가 부러운 걸까? 모르겠다. 작가님의 돌멩이, 작고 단단하고, 푸른색을 띤 그 돌멩이와 연필이 왜 나를 이렇게 슬프게 할까?


소망이다. 작은 돌멩이와 연필 한 자루, 그게 내 소망. 무수히 많이 짓눌리고, 포기하고 또 포기해 버렸던 나 스스로 날려버렸던 기회들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소망 말이다. 그래서 슬픈 건가 보다. 한계를 알면 반대의 지점인 가능성의 문이 열리듯이, 절망을 하고 난 뒤에 찾아온 소망.


그런데 기쁨보다는 아직은 슬픔이 더 크다. 기적질문을 다시 곱씹어본다. 여전히 같은 대답을 할 거니? 아니다. 모르겠다. 난 변했다. 내가 변해서 슬픈 것 같다.


10년 전의 내가 현재와 다르다면, 10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와 달라질 수도 있지 않을까? 다시 다르게 해보고 싶다. 1=365, 기억하고 마음속에 새기련다. 하루에 한 페이지, 슬픔이 생생하게 느껴져서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은 건축 구조물 같은 글을 꿈도 못 꾸네. 언젠가는 되겠지. 그것도 소망이다.


나를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쓰기를 해보련다. 하아~ 숨고르기가 필요할 듯 하다.

과연 그게 될까? 의구심도 들지만, 소망을 붙들고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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