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씁니다
장필순 님의 목소리는 가을의 바스락거리는 낙엽 같기도 한데, 희한하게 촉촉한 물기가 느껴진다. 드라이하면서도 젖어있는 느낌의 오묘함.
이 노래는 멜로디가 굴곡이 없이 평평해서 마치 시를 읽어주는 듯한 느낌이 드는데 그게 또 묘하게 마음을 끄는 노래다. 반복해서 듣다 보면 마음이 평평해지면서 안락감마저도 든다.
노래 도입부에 생활 소음이 들리는데, 장필순 님이 일요일에 늘어지게 늦잠을 자고 물을 조르르 따라놓고 아마 야구나 축구 경기를 방연 하는 티브이를 틀어 놓은 채, 담배 불을 켜서 담배를 한 대 피고, 한 숨을 쉬고 고백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가 역시 20여 전이었고, 그때는 이 노래처럼 일요일의 편안한 상태가 자주 느껴졌었다. 그런데 요즈음은 매우 달라진 것 같다. 티브이를 잘 보지 않고, 일요일 오후도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고백이라면, 나는 무언가에 미친 듯이 빠져서 해대는 몰입형 인간이라는 것이다.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런 행위가 나를 지금-여기에 있게 도와주기도 한다.
마음이 산란할 때, 필사를 하면 머릿속에서 윙윙 대는 생각들이 사라진다. 브런치를 열심히 쓰고 있는데 '왜, 무엇을 위해서 쓰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스쳤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냥 씁니다. 왜죠? 그냥 팔 굽혀 펴기를 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정신을 맑게 해주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기도 합니다. 글을 쓰는 행위가 나를 세상에다 고백하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 보았는데, 조금씩 쓰다 보면서 뭔가 변화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변화라면 좀 더 자신감 있게 쓴다는 겁니다. 처음에는 글 한 개를 발행하면서도 덜덜덜 떨었거든요. 참 큰 변화를 겪고 있는 것 같네요.
앞으로도 결과를 바라지 않고, 오롯이 과정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아래는 이 노래의 가사의 일부입니다. 가사가 참 담백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난 시계에게 고백했지
찻잔에게 고백했지
베개에게 고백했지
기타에게 고백했지
이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고백했지
몇 해 전 나의 게으름으로 말라죽은
앙상한 가지로 버려졌던 벤자민
나의 뱃살을 물리치기 위해
들여놓은 저기 빛나는 러닝 머쉰
옆에서
#장필순
#수니락
#고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