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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카보 Apr 21. 2020

아웅산 수지가 곧 미얀마 인가?

# 인야호수를 끼고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면 NDL이라는 깃발이 여럿 있고, 경비도 뭔가 삼엄해 보이는 주택이 한채 나온다. 담벼락 내부는 안 보이게 잘 가려져 있고, 대문 옆으로는 경찰 초소도 있어서 경비도 삼엄하다. 사진 찍지 말라는 문구도 있다. 아웅산 수지 여사가 15년간이나 가택연금을 했던 곳이라고 한다. 아웅산 수지는 미얀마 국부라고 불리는 아웅산 장군의 자녀로 미얀마 민주주의를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평화상 수상도 했고, 현재 미얀마에서 가장 지지도 높은 정치인이다. 미얀마도 군부가 통치하던 정권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민주정부가 등장했다. 그녀는 미얀마 민주주의 아이콘이다.  

양곤에서는 아웅산 수지의 인물화를 자주 볼 수 있다

# 정권 교체로 인해 미얀마의 대외 신인도 향상으로 많은 외국 자본이 투입되어, 금세 경제가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됐으나, 실제로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않다. 이미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득권 세력은 쉽게 바뀌지 않은 상황에서 수지 여사의 소수민족 탄압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노벨 평화상 취소 운동까지 이어지면서, 아웅산 수지의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미얀마 국가 브랜드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 사람들이 모여 사는 사회는 궁극적으로 최선의 방향으로 흘러가게 될 것이다. 어느 나라는 그 과정이 쭉 뻗은 평탄대로 일수도 있고, 또 어느 나라는 뺑 둘러가야 하는 길 일수도 있을 것이다. 정치라고 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순간순간의 방향과 속도를 정해주겠으나, 혹여나 잘 못 가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인류는 다시 바른 방향을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힘이다. “짐이 곧 국가다”라고 선포했던 절대 군주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때문에 한 사람의 슈퍼스타에게만 큰 기대를 하기보다는 사회 전반적인 의식의 변화가 더욱 중요하다. 이러한 의식 변화는 단시간에 바뀌기 어렵다. 분명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다.


# 인허가 관련 건들을 처리하기 위해, 양곤 시청을 종종 들렀다. 참으로 매력적인 중정을 바라보며 복도를 따라가 컴퓨터 대신 수북이 쌓인 서류들로 가득한 사무실을 지나다 보면 순간 과거로 온 듯한 느낌도 들었다. 어느 국가이건 공무원 사회라는 곳은 가장 보수적인 집단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그럼에도 여기서 내가 만나본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국가 발전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려고 노력했고, 조금 더 좋은 것들을 찾으려는 시도들을 꾸준히 하는 이들이었다. 물론 지금은 경험도 자본도 충분치 않은 상황이기에 이들의 노력이 극적인 성과물로 실현되기는 어렵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서 세대를 거쳐간다면 분명 지금과는 확연히 다른 미얀마와는 다른 모습을 갖쳐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늘 붐비는 양곤시청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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