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캠핑 짐을 꾸릴 때 책 한 권을 넣었다. 풍경을 바라보면 안락한 의자에 기대고 앉아 테이블에 있는 음료를 한 모금씩 마시며 즐기는 독서는 참 매력적이다. 이번 캠핑에는 얼마 전 선물 받은 '습관의 알고리즘' 이라는 책을 들고 갔다. 저자인 러셀 풀드랙은 심리학 교수이자 신경과학자라고 한다.
"한 두번 그러는 건 괜찮은데, 나중에 습관일 될까 봐 걱정이죠." 아이들을 키우면서 종종 하게 되는 얘기다. 떤 행동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것을 잘 알기에 부모들은 습관으로 되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한다. 보통 그 노력이라는 것은 회유, 설득 안되면 질책으로 이어진다. 셋 중 어느 하나 쉬운 것은 없고, 뒤로 갈수록 뭔가 부작용은 계속 발생한다. 책의 제목을 보고서 설렌 이유도 뭔가 해답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책을 읽고선 생각이 좀 바뀌었다. 습관 자체를 바꿀 수 있는 해답이란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여러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뤄진 다양한 실험을 통해 저자가 내린 결론은 '습관 자체를 바꾸는 것은 과학의 힘을 빌려도 참 어려운 것'이다. 좀 더 정확히 얘기하면, 뇌를 훈련시켜 어떤 행동을 멈추는 의지력을 키우기보다는 유혹을 없애는 방법을 찾으라고 조언한다.
아이들이 어느 행동을 반복하여 그것이 습관처럼 되어 간다면, 상황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집에서 게임하고 싶어 한다면, 아예 집 밖으로 나가는 것도 유혹을 없애는 방법이 될 것이다. 나무 그늘 밑에서 책을 보다 갑자기 아이들을 불렀다.
"아빠가 책을 읽고 나서, 결심을 하게 됐어. 아빠가 계속 궁금하지도 않은데 인스타그램 사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어떻게 하기로 했게? "
"(하는) 시간 정했어?"
"아니. 그냥 지워버리기로 했어. 어플을."
"진짜야? 그럼 보고 싶을 때도 못 보잖아."
"어. 책에 보니 습관은 노력한다고 고치기가 어렵데. 그냥 상황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해서 이렇게 해봤어. 나중에 뭐 바꾸고 싶은데 잘 안되면 아빠 한데 말해"
"알겠어. 근데 아빠 이제 책 그만 보고 빨리 계곡에 가자."
짧은 피드백 끝에 본인들의 요구사항을 얘기하는 것 보니, 잔소리가 되었나 보다. 애들한테 잔소리하는 습관도 고치고 싶은데, 이 유혹은 어떻게 없앨 수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