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Tomato is 40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nowhite Aug 30. 2023

여름이 다 가기 전 토마토 냉면

시원하고 달콤한 비건 냉면 레시피

도서관에서 신문을 보았다. 8월 16일, Culture 지면에 실린 기사 제목 <대학 대신 '할머니 손맛'열공>. 20대 손녀가 대학을 진학하지 않고 진주에 사는 할머니를 찾아가 요리를 배웠다는 내용이었다. 텃밭에서 자란 채소를 이용해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건강한 채식 한 상을 차렸다. 손녀는 완성된 요리를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가 7만 명이 넘었고, 최근 레시피가 책으로 출간되었다. 제목은 <할머니와 나의 사계절 요리 학교> 다. 손녀는 여름에 추천하는 메뉴로 ‘토마토 냉면’ 꼽았다. 토마토와 파프리카, 동치미 국물과 마늘, 설탕을 믹서기에 곱게 간다. 


토마토가 잔뜩 들어간 냉면이라니. 호기심이 생겼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올해 냉면을 먹지 못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는데 말이다. 여름이 다 가기 전, 가장 맛있는 냉면을 먹어야만 한다. 


제일 좋아하는 냉면집은 충무로역과 을지로 사이에 위치한 오장동 흥남집, 함흥냉면이다. 흥남집 냉면은 양념이 적게 들어가고 맵지 않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집만의 특징인 짭조름한 옅은 갈색 양념장이 바닥에 깔려 있다. 면은 얇고 부드럽다. 먹기 직전 식탁에 놓인 참기름을 스테인리스 그릇 모퉁이를 따라 두세 바퀴를 둘러 먹는 게 특징이다. 여름이면 종종 친구들을 데리고 왔었다. 붉고 맵고 시큼한 냉면을 기대하다 첫 젓가락질을 하고 나서 ‘이런 냉면은 처음이다'라고 외친다. 첫 입에는 삼삼한 냉면이 약간 어색하다. 삼분의 일쯤 먹으면 평소 먹던 시큼한 냉면이 생각나지 않는다. 


냉면 (冷麵)  [명사] 차게 해서 먹는 국수

집에서 냉면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토마토를 이용해 올해 먹지 못한 을지로 흥남집 냉면을 상상하면서.



[재료]

방울토마토 한 팩 (2~3인분)

마늘 2조각

레몬 한 개

오이 한 개

생강가루, 간장, 소금, 꿀

들기름

견과류

토마토 양념장은 익히는 과정이 필요 없어 5분이면 완성할 수 있다.  준비된 재료를 넣고 믹서기에 갈면 끝.


[만드는 방법]

1. 방울토마토와 마늘 두 조각을 넣고 믹서기에 곱게 간다.

2. 소금과 생강가루, 꿀 한 스푼을 넣는다.

3. 레몬 한 개 즙을 내서 섞어준다.

4. 고춧가루 한 스푼을 넣고 간장 한 스푼을 넣는다.


*차갑게 먹고 싶다면 토마토소스를 냉장고에 넣어두고 3시간 정도 기다린다.


5. 원하는 면을 삶는다. 소면, 냉면, 메밀면 다 가능하다.

6. 삶은 면을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제거한다.

7. 한 컵 정도 분량의 토마토소스를 면에 붓는다.

8. 고명으로 오이를 얹고 잘게 빻은 견과류를 올린다.  

9. 마지막으로 들기름을 넉넉하게 두른다.


방울토마토 한 팩으로 2~3인분 분량의 소스를 만들 수 있다
집에  견과류가 있다면 고명으로 활용해도 좋다. 


삶은 면에 토마토소스 한 컵을 붓고 오이와 견과류를 얹는다. 토마토 항산화 성분인 라이코펜은 기름을 만나야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생토마토를 먹을 때 견과류와 함께 먹으면 흡수율을 높일 수 있다. 




처음에는 고기육수 없이 냉면을 만들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방울토마토에 약간의 소금과 레몬, 고춧가루, 들기름을 넣은 것이 전부다. 그런데 맛있었다. 아니, 올해 먹은 차가운 면 요리 중 1등이다. 부드럽고 신선하며 상큼하다. 

채소와 열매가 가진 각각의 맛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무엇 하나 튀지 않는다. 

다음날 점심, 남아있는 토마토소스로 냉파스타를 만들었다. 역시 맛있다. 빨대를 자른 듯한 모양을 가진 펜넬 파스타를 삶았다. 토마토소스를 붓고 올리브오일, 냉장고에 남아있는 아보카도와 병아리콩을 얹었다. 


아보카도를 품은 냉파스타


맛있는 요리는 쉽다. 쉬운 요리는 채소 고유의 맛을 그대로 살린다. 토마토에 약간의 소금, 레몬만 뿌려도 감칠맛이 극대화된다.


여름에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냉면집 또는 레시피 하나쯤은 기억해 두자. 냉면 때문에 여름이 기다려진다.


온도가 32도를 넘으면 가장 차갑고 새콤한 냉면을 먹으러 갈 것이다. 아침저녁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가장 맛있는 '여름' 냉면을 먹으려면 다시 11개월을 기다려야 할 것 같다. 



* 토마토 냉면 만드는 과정은 아래 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g_6X1O9rNTo?si=8-DspGMaeNp2Zg2F


매거진의 이전글 나폴리탄 파스타와 First Lov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