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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nowhite Oct 02. 2023

1인 추석 밥상과 미움받을 용기

방울토마토 잡채와 토마토 떡


가족이 주인공인 추석이다. 혼자 살면 명절, 휴일, 평일 차이가 크지 않다. 그러나 이번처럼 긴 연휴라면 단단히 준비할 것이 있다. 추석은 동네 슈퍼, 단골 카페, 빵집, 책방 대부분이 문을 닫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5일 동안 카페를 가지 못할 것을 대비해 홈카페 음료수를 준비해야 한다. 인터넷 구매는 연휴 시작 일주일 전부터 시작한다. 네이버 쇼핑에서 오트밀 1리터 3개를 주문해 두었다. 추석 직전 과일과 야채는 매우 비싸다. 이마트 에브리데이에서 판매하는 방울토마토가 500g 만원이 넘었다. 처음 보는 가격이다. 방울토마토가 만원이라니! 이 가격으로 장을 볼 수 없다.


비교적 저렴한 호박, 참외, 고구마, 파, 양파, 브로콜리, 가지 등등을 구입한다. 제철이 아닌 것, 제사 음식에 쓰이지 않는 것이 구매 기준이다. 그리고 동네 도서관에 간다. 평소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을 빌린다. 제목이 너무 익숙해 오히려 읽고 싶지 않았던 책, <미움받을 용기>를 대출한다. 추석이고 40살, 여자 혼자사니… '미움받을 용기'가 적절한 선택이다. 그리고 책 시작은 무척 마음에 들었다.


모든 고민은 인간관계에서 비롯된 고민이다

추석 전 미리 장을 보았다. 5일간 요리할 식자재들.


1인 가구, 1인분 추석 요리

토마토 레시피는 유튜브와 요리 인스타그램 피드를 참고한다. 인스타그램은 주로 일본 계정을 보는데  @shinya6727, @miki_kitchen2022, @tmytsm을 팔로우하고 있다.

평소 봐둔 레시피 중 추석과 어울리면서 복잡하지 않은 것을 골랐다. 방울토마토와 당면 볶음요리. 돼지고기와 부추, 방울토마토만 있으면 된다. 그리고 연휴 기간 간식을 대신할 떡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방울토마토 잡채

재료: 돼지고기, 부추, 방울토마토, 당면

소스: 간장 1큰술, 고추장 1/2큰술, 마늘 1 티스푼, 굴소스 1스푼, 참기름


만드는 방법

1. 당면을 30분 정도 찬물에 미리 불려 놓는다.

2. 소스 재료를 모두 한 볼에 넣고 섞어 둔다.

2. 돼지고기를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볶아 익힌다.(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춘다)

3. 고기가 익으면 방울토마토, 부추를 넣는다.

4. 준비해 둔 소스와 당면을 넣고 2~3분간 볶는다.

당면을 30분 정도 미리 불려놓고 모든 재료를 섞어 볶으면 완성이다.
새콤함, 담백함, 매콤함이 조화를 이루는 토마토 당면 볶음



토마토 떡

재료: 찹쌀가루, 토마토 퓌레, 말린 대추, 소금, 꿀

냉장고에 남아있는 토마토 퓌레를 반죽에 넣었다. 분홍색이 되었다.
말린 대추와 토마토를 고명으로 얹었다. 못생긴 쿠키 반죽 같다.



만드는 방법

1. 찹쌀가루 한 컵 분량을 준비한다(200g).

2. 따뜻한 물을 조금씩 부어가며 가루를 뭉친다.

3. 토마토 퓌레 3스푼을 넣는다.

4. 분홍색으로 변한 반죽을 탁구공 모양으로 둥글게 빚는다.

5. 말린 대추를 고명으로 얹는다.

6. 찜기에 20분 찌고, 5분 정도 식힌다.

7. 식힌 떡에 꿀을 바른다.

찜기에 20분 찐 토마토 떡. 설탕을 넣지 않아 심심한 맛이다.


직접 만든 떡은 하리보 젤리만큼 쫀득했다. 그리고 설탕을 전혀 넣지 않으니 심심한 맛이다. 흰 밥을 꾹꾹 뭉친 맛과 비슷했다. 인터넷 레시피에서는 설탕 3스푼 이상을 넣으라고 했지만 집에 설탕이 없다. 설탕을 사지 않은지 반년이 지나간다. 대신 완성된 떡 표면에 꿀을 살짝 발랐다. 남은 떡은 냉장고에 넣어 두고 먹기 전 20~30초 정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면 된다.


방울토마토와 부추, 돼지고기가 들어간 당면 볶음은 중식 볶음 요리 같다. 들인 시간 대비 고급스러운 맛이다. 추석이 끝나도 자주 해 먹을 것 같았다. 토마토 떡은 물과 찹쌀가루만 넣어 밀도가 높았다. 이가 살짝 아플 정도로 쫀쫀했다. 찹쌀반죽을 익히는 방식은 3가지가 있다고 한다. 물에 삶거나, 기름에 부치거나, 찌거나. 수증기로 익히면 떡이 되고 기름에 부치면 화전이 된다. 다음에 부드러운 떡이 먹고 싶을 때에는 둥근 반죽을 기름에 부쳐봐야겠다.  

 

미리 사다둔 귀리음료 3개와 토마토 떡, 잡채, 그리고 책이 있다. 이 정도면  풍성하다. 1인 분의 풍성한 한가위다.


책 <미움받을 용기>와 토마토 떡. 책은 예상과 다른 내용이었다.


그리고 책은 아무리 봐도 잘못 빌린 것 같았다. <미움받을 용기> 제목만 보고 개인주의자의 삶에 대한 이야기인가 싶었다. 그런데 내용이 정 반대다.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사람의 이론을 대화 형식으로 구성한 심리학 개론서였다. 아들러는 인간 목표를 두 가지 제시한다. ‘자립할 것’과 ‘사회와 조화를 이루면 살아갈 것’.  


첫 번째 과제는 어느 정도 달성한 것 같았다. 자립했으니깐.(물론 아들러가 말하는 자립은 타인의 인정욕구에서 벗어난 정신적 자립을 뜻한다) 두 번째 과제인 ‘사회와의 조화‘는 다시 3종류 과제로 나눠진다. 일의 과제, 교우의 과제, 사랑의 과제다.


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1인분 추석 밥상엔 교우과제와
사랑과제가 빠져있다.
인간이 달성해야 할 목표 중
나는 절반도 이루지 못했다.


알프레드 아들러는 프로이트와는 다르게 현재 자신의 행동은 과거의 경험과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과거 경험을 이유로 현재 자신 행동을 합리화하지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변화와 성장에 따라오는 불안감을 마주할 용기를 내지 못해 스스로가 과거에 자신을 묶어두고 있다고 주장한다.


혼자 밥을 먹으면 미워할 사람도 없지만 혼자 있다는 것 만으로 미움받고 있다는 기분이 종종 든다. 아니면 그 반대인가. 이런 선택을 한 내 결정에 타인을 미워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지 생각해 본다. 무관심과 무례함, 관계 맺기와 개인적 취향이 하나의 마음 안에서 팽팽하게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추석이다.  





요리 과정은 아래 동영상을 통해 확인가능합니다.

모두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https://youtu.be/GfS2y6P6iqw?si=zSk-pKzUre-e2M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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