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 채소vs과일 논쟁
1893년 미국 대법원은 토마토가 과일이라고 주장한 소송에 다음과 같은 판결을 내렸다.
"식물학적 견지에서는 덩굴식물의 열매이므로 과일이다. 그러나 토나토는 밥 먹은 후에 먹는 후식으로 식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라 식사의 중요한 일부이므로 채소다"
토마토가 일상적으로 활용되는 방식에 따른 분류였다. 반면 식물학 측면에서 토마토는 과일이다. 씨방이 자라 둥근 형태를 만든 것. 토마토는 모양과 구성 측면에서 ‘열매’다. 제3의 분류방식도 있다. 토마토는 '과채류'로 과일이면서 동시에 채소라는 것이다. 열매 중에서 당도가 낮아 채소의 성격을 갖는 것이 여기에 속한다. 오이, 가지, 호박 등이 그 예다. 단독으로 먹기에는 맛이 없어 익히거나 양념을 첨가하여 ‘먹을 만한 상태’로 조리해 먹는다.
토마토는 법적으로 채소이며(과거 채소는 관세가 10%, 과일은 관세가 없었다고 한다) 식물학적으로는 과일이고, 당도가 낮아 ‘과채류’로 분류된다. 사과는 100g당 당분이 10g이라면 토마토는 3g이다. 과일에 비해 토마토는 단 맛이 절반 이하다. 이 '과일-채소 논쟁'은 정치적으로, 식물학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있어왔다.
왜 유독 '토마토'에게만 이런 논쟁이 일어났을까? 핵심은 '먹음직스러운 빨간 둥근 형태와는 사뭇 다른 맛' 때문이다. 토마토는 그냥 먹으면 달지 않다.
채소 토마토, 과일처럼 만들기
토마토를 매일 먹으면 병원에 갈 일이 없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냥 먹으면 채소 특유의 알싸한 맛이 느껴진다. 몸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손이 자주 가지 않는다. 맛있게 먹기 위해 매번 토마토를 볶거나 끓여 음식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토마토를 간편하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만들려면 소금, 설탕, 적정한 온도 3가지 필요하다. 그리고 재료의 단점을 감싸고 장점을 살려주는 다른 식재료가 필요하다.
토마토는 비타민 C와 칼슘, 인, 철, 아연, 칼륨 등의 영양성분을 가지고 있다. 칼로리는 100g당 14kcal이며 93% 탄술화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다면 토마토와 정 반대되는 성격의 재료를 더하면 맛있어지지 않을까. 토마토가 가지지 못한 것, ‘지방과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을 만나면 맛있어질 것이다.
시중에서 쉽고 저렴하게 구할 수 있으며 지방이 풍부한 재료는 유제품이다. 우유를 가공하여 만든 치즈, 요구르트를 토마토와 함께 섭취하면 모양도 맛도 좋아진다. 또한 토마토 항산화 성분이 지방을 만나 체내 흡수율을 높인다. 마트에 가서 하얀색 제품을 샀다. 크림치즈, 그릭요구르트, 모차렐라 치즈. 이 3가지와 함께 토마토를 먹어보기로 했다.
첫 번째 만남, 간식 대신 크림치즈 방울토마토
토마토 중간에 칼집을 2/3 내고 크림치즈를 넣는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이다. 자르고 넣는 시간 10초면 충분하다. 또 다른 방식도 있다. 끓는 물에 토마토를 데치고 껍질을 벗긴다. 속을 파내고 그 자리에 크림치즈를 채운다. 냉장고에 넣어두고 차가운 상태로 먹으면 더 맛있다.
익히지 않은 방울토마토는 아삭한 식감과 상큼한 맛이 살아있다. 시큼한 맛과 크림치즈 느끼함이 만나니 맛이 지루하지 않다. 특히 껍질을 벗긴 토마토는 풀내음이 사라지고 달콤함이 살아나 흡사 '망고'를 먹는 것과 같았다. 저녁에 간식 대신, 와인안주로 먹기 좋다.
두 번째 만남,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 샐러드
레고 블록 쌓듯 토마토와 모차렐라 치즈를 얇게 잘라 교대로 쌓아준다. 여기에 올리브오일과 소금, 발사믹 식초를 뿌리면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파는 '토마토 카프레제 샐러드'가 된다. 배가고파 파스타 면을 삶았다. 토마토, 치즈, 면을 다 같이 섞어주면 끝이다. 매우 단순하고 정직한 냉파스타가 되었다.
세 번째 만남, 토마토와 그릭요구르트
완숙토마토를 물에 데치고 껍질을 벗긴다. 이번에는 크림치즈 대신 그릭요구르트를 넣으면 된다. 그리고 냉장고에 잠시 두어 그릭요구르트와 토마토가 꾸덕해지길 기다린다.
살짝 데친 토마토는 가을 홍시를 닮았다. 시리얼을 그릇 바닥에 깔고 그릭요구그트를 품은 토마토를 올려준다. 시리얼의 바삭함과 토마토 감칠맛, 그릭요구르트 풍미가 어우러져 근사한 아침이 된다.
토마토는 과일보다 덜 달고 채소보다 상큼하다. 채소라고 하기에는 탐스럽고 과일이라고 하기에는 푸르다.
오히려 이런 애매한 성격 덕분에 어떤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만약 토마토 당도가 조금 더 높았다면 우리가 즐겨 먹는 피자, 토마토 파스타, 토마토 수프, 토마토 샌드위치, 케첩 등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서 빨간 음식 절반이 사라졌을 것이다. 이건 재앙이다.
채소같고 과일같은 어설픈 단맛을 가진 토마토에 살짝 변형을 주고, 하얀색 치즈를 더하면 완결된 맛이 난다.
19세기 미국 대법원이 토마토가 후식으로 식탁에 오르지 못한다고 하여 '채소'로 규정하였다. 지금은 치즈를 품고 식탁에 오를 수 있다. 21세기 토마토는 '과일'이다
자세한 레시피는 아래 동영상을 참고하세요~
https://youtu.be/WNat59VIUuo?si=iYMwM6E_oXr0Yq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