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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모 Jan 25. 2020

설 특수를 노리고 나온 히트맨, 흥행할 수 있을까?

스포 있습니다.



  설이 되어 가족모임으로 영화 한 편을 봤습니다. 사실 다른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원하는 시간대, 원하는 상영관에는 거의 한국 영화가 점령을 하고 있더군요. 그중 한 영화가 ‘히트맨’이이었습니다. 


  히트맨은 누가 봐도 설 특수를 노리고 나온 한국의 코미디 영화입니다. 대형 배급사를 뒷배로 두고 극장가를 점령했으니 다른 영화를 보고 싶은 분이라도 황금시간대를 점령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이 히트맨을 볼 수밖에 없죠. 큰 기대 없이 그냥 평타만 치면 좋겠다 싶은 마음에 영화 관람을 했습니다. 최근 한국 영화에 많이 데이기도 했고 주변 관람 평이 좋지만은 않았으니까요. 기대감을 쭉 빼고 봐서 그런가 생각보다 웃으면서 봤습니다.


  러닝타임도 110분으로 2시간이 안 되는 제법 짧은 영화입니다. 그래서 모든 전개는 시원하고 막힘이 없이 흘러갑니다. 영화 내내 지루할 틈 없이 전개되죠. 한국 영화로서는 색다른 시도를 한 것 아닌가 싶은데 이는 작중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500억이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쏟아부어 만들어진 암살자 ‘준’은 어릴 적 차 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슬픔을 만화를 그리며 승화시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 부모님의 운동 신경을 이어받은 것인지 초등학생이 중3을 때려눕히는 싸움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하죠. 그런 그에게 덕규(정준호 분)가 찾아와 강제로 국정원 소속 프로젝트 방패연의 요원으로 스카우트해갑니다. 준은 방패연의 요원으로 길러지며 만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방패연의 암살자로 미션 중 죽은 것으로 처리되고 새로운 신분으로 만화가의 길을 걷게 되죠. 이러한 스토리의 배경이 있으니 영화 전반에 만화적인 연출을 가미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영화 오프닝부터 많은 관객분들이 놀라셨을 겁니다. 권상우가 떡하니 포스터에 있는데 웬 애니메이션이 연출되니 말이죠. 그리고 영화 중간중간 만화를 섞어서 표현하며 만화와 실사를 넘나드는 연출을 제법 잘 표현해 냅니다. 권상우가 사망처리되고 바다에서 헤엄치며 나올 때와 이후 만화가의 삶으로 넘어가는 연출이 마치 만화책의 칸을 넘어 다음 장면이 마치 만화의 한 장면처럼 표현되죠. 그리고 애니메이션의 퀄리티가 제법 좋고 마치 미국 만화를 보는 듯한 표현이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고 영화에 잘 녹아 있습니다. 


  한편, 한국의 코미디 영화가 으레 그렇듯 클리셰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런 클리셰를 가만히 두지 않고 한번 꼬아서 보여주는데 영화 중반부 철(이이경 분) 이가 준의 딸 가영(이지원 분)을 빼돌리고 준과 접촉하는 장면에서 철이가 준에게 총을 겨눌 때 철이의 손을 붙잡으며 지극히 신파적이고 클리셰가 범벅된 대사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억지 감동을 뽑아내기 위한 표현이 아니라 일부로 누구나 알법한 슬프지만 유명한 장면이 떠오르는 BGM(제목이 기억이...)을 깔면서 약간은 코믹하게 가영이 대사를 하게 함으로 그냥 슬픈 장면이 아니라 웃긴 장면으로 승화시키는 거죠. 그리고 신파가 있을 수밖에 없는 배경 스토리 상 신파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가령 마지막 장면에 준이 가족들을 얼싸안고 가족의 중요성에 대해 뱉어내는 대사와 장면이 그럭저럭 괜찮게 먹혀들어갈 만하다는 거죠. 신파를 이용하되 신파를 억지 감동을 짜내기 위한 도구가 아닌 개그적 요소로 사용함으로써 신파의 틀을 조금 벗어나려고 한 시도는 좋았다고 봅니다.


  이런 장점들을 가진 영화임에도 단점이 크게 부각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먼저는 배우들의 어색한 연기와 억지스러운 대사 톤이 영화의 흐름을 끊임없이 방해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살이 몇 번은 찌푸려졌는데, 형도(허성태 분)는 시종일관 샤우팅으로 대사처리를 하고 무슨 말을 하는지, 왜 저렇게 흥분하는지 당최 이해되지 않는 행동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배우들의 대부분이 화가 난 건지 톤은 항상 높고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는 대화가 이어지다 보니 관객들 입장에선 배우들이 뭐라고 하는지도 모르겠고 톤이 높아 귀는 따갑고 연기마저 어색해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이 빈번하다는 겁니다. 가영이 랩을 하면서 길을 가는 장면이라거나 인물들의 유치한 대사, 잡혀 있는 중에 말싸움이나 하질 않나... 이를 개그 요소로 넣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것들이 계속 반복되니 보는 입장에서는 지칠 수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영화의 흐름이 깨어지고 영화에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하게 되니 영화가 재미없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다행인 건 짧은 러닝타임에 전개가 무척 빨라 지루할 틈이 없게 채워 넣었다는 점이에요.


  준은 분명 방패연의 전설적인 존재이고 같은 방패연 출신 철이가 아니면 1 대 1로 맞서기 어려운 캐릭터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초반부터 끝까지 준의 모습은 마치 아저씨의 원빈과 같거나 제이슨 본과 같이 누구든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되죠. 그런데 터널 씬에서 그렇게 남자 요원들을 쉽게 때려눕히던 준이 유독 한 명의 여성 요원과의 싸움에서는 제법 긴 시간 합을 나눕니다. 이런 장면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요. 차라리 합을 맞추는 2~3명과 싸움을 하는 시간을 더 길게 뽑았다면 이해는 되었을 겁니다. 


  준은 끝에 가서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그 장면이 하필 자신의 아내 미나(황우슬혜 분)와 딸이 보고 있다는 것이 문제죠. 평범하게 자란 아내와 딸은 준이 사람을 죽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전혀 흔들림이 없습니다. 오히려 그런 그를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이죠. 사랑하는 남편이자 아빠인 준이 살아 돌아와 기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살인을 당연한 듯 저지르는 그를 보면서 멋있다는 표정을 지었으면 안 되죠. 적어도 가족 앞에서 살인을 하는 준의 고뇌나 미나와 가영이 조금은 고뇌하는 모습이 나오면 좋았을 겁니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라도, 영화적 연출에 필요한 장면이라 하더라도 지켜야 할 선은 있는 법이니까요. 그리고 제이슨(조운 분)의 눈을 칼로 찌르려고 하는 장면이나 덕규와 준이 함께 차를 타고 가면서 남성끼리의 펠라치오 하는 걸 연상시키는 장면이 있는 등 최소한 어린이들을 동반한 가족이 함께 보기에는 부적합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연성 생각하지 않고 배우들의 유치하면서 샤우팅으로 알아듣기 힘든 연기를 펼친 것을 감안하고, 영화와 만화적 연출을 다루면서도 구성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과 신파와 가족애를 억지 감동으로 표현하지 않고 코미디적 요소로 표현한 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웃음이 필요한 분들에게는 추천할만한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함께 설 극장가를 찾아가서 보기에는 부적합한 것 같네요. 


  제 생각으로는 어느 정도의 흥행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1월 24일 기준으로 관객 수도 438,233명이 들어섰고 관객 평동 나쁘지 않네요. 한 번쯤은 봐도 괜찮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1월에 볼만한 영화가 없다면 히트맨을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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