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 아빠의 퇴근 후 일상

5살 딸, 1살 아들의 아빠의 일기

by 재웅쌤


“이리와! 자리에 앉아서 밥 먹어!”


18:30분경 딸아이에게 엄한 목소리로 던진 말이다.

그리고 잠시 뒤,

딸아이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밥먹기 싫다고 징징대던 딸아이에게 엄한 목소리로 소리친 것이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17:00시 퇴근.

급히 자리를 정리하고 퇴근한 뒤 차를 끌고 집 근처 병원으로 갔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면 병원 근처 주차장으로 갔다. 5시에 하원하는 5살 첫째 딸아이를 데리고, 막 200일이 지난 둘째 아들녀석을 들쳐매고 와이프가 병원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고 했다.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주변을 빙빙 돌다가 정차를 잠시 하고 있는데, 15:30분쯤 와이프에게 전화가 왔다.


“약국이야!”


비상깜빡이를 켜고, 정차된 차 앞 부동산 아저씨의 눈치를 살피며 약국으로 뛰어갔다. 약국 앞에는 장인어른이 서 계셨다. 일을 쉬시는 날에는 평소 아이들을 케어해주시는 장모님과 함께 우리집에 오시는 장인어른이 핸드폰을 보고 계셨다. 장인어른께 인사하고, 약국 안에 계시는 장모님께 딸아이를 손을 건네받고 종종걸음으로 차로 다시 되돌아갔다. 지하철을 타고 돌아가시는 장인장모님를 뒤로한 채.


두 아이를 카시트에 앉히고, 부릉부릉 시동을 걸고 히터, 열선시트, 온열핸들 버튼까지 누른 뒤 출발. 그리고 도착.


18:20분경 저녁식사 시작.

오늘따라 밥을 안 먹겠다고, 밥이 많다고 목소리 높이는 딸아이의 언행이 영 보기 좋지 않았다. 혼을 좀 내줘야겠다고 생각했고, 그게 아빠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자리에 앉은 딸아이는 먹는 둥 마는 둥하더니 배가 아프다고 화장실을 들락날락했다. 밥 먹기 싫어서 꾀병을 부리나 했더니, 이런! 묽은 변에 이어 설사까지 하고 있었다. 순간 ‘아차’ 싶었다. 평소에도 밥 먹기 싫어해서 으레 밥투정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낸 아빠라니….


아빠가 된지 4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아빠다.


19:30분경 둘째 목욕 시작.

어제 욕조에서 목욕을 해서 오늘은 간단하게 얼굴, 목, 손, 발, 엉덩이만 씻겨 주었다. 둘째를 씻기고 있으면 첫째는 자기를 씻겨달라고 질투를 한다. 막상 본인 차례가 되면 씻기 싫다고 이야기하는 딸아이. 참 어렵다 육아.


20:10분경 둘째의 잠투정 시작.

둘째 100일쯤에 눕혀서 재우겠다고 시도한 와이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된지 꽤 되었다. 첫째의 방해공작으로 둘째의 수면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고, 결국은 안아서 재우고 있다. 약을 먹어서 그런지 금방 잠이 든 둘째를 침대에 눕히고, ‘둘째 육아 퇴근 완료!’하자마자 첫째 육아 마무리작업을 ‘시작!’ 하려는데 오늘은 딸아이가 와이프랑 씻겠다고 했다.


와이프랑 씻고 나온 딸아이는 손톱에 매니큐어까지 바르고, 엄마랑 수다를 떨다 잠자리에 들었다.


21:20분경 육아 퇴근 완료.

금토일은 드라마 보느라 바쁜 관계로 보는 드라마가 없는 평일에는 다른 일을 한다. 작년쯤 엄마가 보라고 건네준 고미숙 고전평론가 선생님의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를 꺼내들었다. 며칠 전 앞에 잠깐 보고 말았는데, 오늘은 좀 진득하게 읽어보겠다고 다짐하고 한 20분 읽었나? 세탁 종료를 알리는 세탁기의 소리가 집중을 깨트렸다. 다시 일을 시작하라는 신호이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건조기로 옮기고, 건조기 작동. 며칠 전 콘덴서 센서를 무상 수리 및 업그레이드한 6년정도 된 건조기가 그래도 빨래를 너는 수고를 덜어주었다. 하지만 몇몇 빨래는 건조기 사용불가로 인해 결국 건조대행. 안방의 건조함을 그나마 잡아줄 빨래 몇개를 안방에 널고 다시 책상에 앉으니, 책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패드를 꺼내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니, 글을 쓰고 있다.



아빠로서의 시간이 끝나면, 남편으로서의 시간이 끝나면 그제서야 ‘나’의 시간이 찾아온다.

찾아온 ‘나’의 시간을 붙잡고 싶지만, 매일 새벽 5시쯤 일어나 분유를 먹는 둘째 아이의 패턴에 맞춰 지내다보니 졸리다.

23시쯤 웹툰 보고 자야되는데….

zzz….



2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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