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을 꿈꿨던 어느 대학생이 쓴' 아버지에 관한 시
전등빛 고요한 屋漏에는 외로운 십자가
그 안엔 평생 우리네 바라본 늙은 송아지
병든 커튼 사이로 콜록이는 숨소리가 들려온다.
말없는 예수의 가시관을 늙은 송아지에겐 씌우지 마오.
누구를 위한 죽음인가. 예수여,
望六을 갓 넘긴 송아지의 초행길에, 두우손 가득 聖水를 뿌려주다오.
부활의 기적은 그대의 것이니, 믿지 않으나 믿게 해주오.
보여주소서.
屋漏(옥루) : 방의 서북 귀퉁이란 뜻으로, '집안에서 가장 깊숙하여 사람의 눈에 띄지 않는 곳'을 일컫는 말
望六(망륙) : 예순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나이 쉰 한 살'을 일컫음.
2009년.
당시 군인이었던 나는 휴가를 앞두고 지금의 와이프가 된 사람과 함께 여행을 가려고 준비 중이었다.
어머니께 전화드려 휴가를 언제 나가고 언제 여행을 다녀올 것인지 말씀드렸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여행을 가지 말라고 하셨다.
평소 내가 하는 일에 뭐든 믿고 오케이를 해주시는 어머니였기 때문에
당황했다.
그리고 수화기 넘어로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랬다. 아버지가 아프셔서 병원에 계셨다.
군인이었던 내게 그동안 말씀하시지 않았던 것이다.
암이었다.
남일인 줄만 알았던 그 병이 우리집을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휴가 내내 아버지 병실을 지켰다.
지금은 건강을 되찾고 잘 지내시기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때 그 병실에서 쓴 이 시는
지금도 내가 제일 아끼는 시이다.
아버지.
늘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지.
2023년 12월 6일부터
'시인을 꿈꿨던 어느 대학생이 쓴' 이 연재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