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오늘 저녁엔 뭘 해 먹을까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텅 빈 집에 들어서자마자 앞치마부터 두른다. 이제부터가 진짜 나만의 시간이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며칠 전 장 봐둔 재료들이 반갑게 인사한다. 오늘은 김치찌개 어떨까. 냉장고의 묵은지 시큰한 냄새가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다. 혼자 살지만 김치찌개 같은 건 꼭 제대로 끓여 먹는다.
도마 위에서 돼지고기를 썰다 보면 하루 동안 쌓인 스트레스가 칼질 소리와 함께 사라진다. 양파 써는데 눈물이 나도 웃음이 난다. 이 맵고 짠 눈물이 또 얼마나 달콤한지.
불 위에 올려진 냄비에서 보글보글 소리가 나기 시작하면 주방에 구수한 냄새가 퍼진다. 혼자 사는 집이라 더 조용해서인지 이 소리가 더 크게 들린다.
"냄새 좋다!"
나도 모르게 혼잣말이 튀어나온다. 가끔은 이렇게 스스로를 칭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식탁에 앉아 휴대폰으로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을 보며 저녁을 먹는다. 김치찌개에 밥 한 술 떠먹는 순간의 행복이란. 혼자여도 이런 게 바로 소소한 행복인 거 같다.
설거지를 하며 내일 저녁 메뉴를 고민한다. 내일은 또 어떤 맛있는 요리로 하루를 마무리할까. 기대감에 절로 콧노래가 나온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이 시간만큼은 특별하다. 요리하는 동안 오늘 하루를 되새기고, 내일을 준비한다. 혼자 먹는 식사지만 이 순간만큼은 외롭지 않다.
맛있는 음식 냄새로 가득한 부엌, 조용히 음악이 흐르는 거실. 이런 소소한 행복이 모여 내 인생을 이루는 게 아닐까. 오늘도 난 나를 위한 행복한 요리사다.
가끔 친구들을 초대해 함께 요리하고 식사하는 날이면 더욱 특별하다. 하지만 오늘같이 혼자 보내는 저녁 시간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 기대하며 잠자리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