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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의 목표는 마라톤이다.

아침 여섯 시, 알람 소리에 눈을 뜬다. 몸이 무겁다. 하지만 이내 일어난다. 오늘도 달려야 하니까.


운동화 끈을 묶으며 생각한다. 왜 이러고 있지? 편하게 자면 좋을 텐데. 그래도 발걸음은 자연스레 탄천으로 향한다. 이제 이게 습관이 됐나 보다.


첫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깨어난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폐부 깊숙이 파고든다. 아, 이 맛이야. 이것 때문에 달리는 건가?


나뭇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부시다. 어제와 똑같은 풍경인데 오늘따라 더 아름답다. 발걸음에 맞춰 나뭇잎들이 사각거린다. 마치 나를 응원하는 것 같아.


저 앞에 탄천이 보인다.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이 소리를 들으면 왠지 더 달리고 싶어 진다. 물 위에 오리 한 마리가 한가롭게 떠 있다. 잠깐 쉬어갈까 하는 유혹이 든다. 하지만 발은 멈추지 않는다.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린다. 숨이 거칠어진다. 그래도 좋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살아있음을 온몸으로 느낀다. 회사에서, 집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감각이다.


어느새 평소보다 조금 더 멀리 왔다. 언제부터 이렇게 체력이 좋아졌지? 매일 조금씩, 내 한계를 넘어서고 있었나 보다. 그 사실을 깨닫자 가슴이 벅차오른다.


돌아오는 길,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상쾌하다. 이런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출근길 차 안에서도 이 기분이 계속된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내일 입을 운동복을 꺼내놓는다. 또 달릴 생각에 벌써 설렌다. 이게 중독인가? 그래도 좋은 중독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잠들기 전 마지막 생각은 내일의 달리기 코스다. 어디로 갈까? 어떤 풍경을 볼까? 그렇게 나는 또 다른 아침을 기다린다. 달리기와 함께 시작되는 나만의 의식, 그것이 이제는 내 삶의 중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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