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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찾은 나, 차 속에서 만난 평온

햇살이 창가를 어루만지는 오후, 난 무거운 몸을 일으켜 커피포트에 물을 올린다. 책장에서 무심코 꺼낸 책 한 권, 그리고 찻잔. 이게 내 소소한 사치다.


커피포트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면, 찻잔에 따뜻한 물을 붓는다. 차 향이 코끝을 간질이는 순간, 어깨에 걸린 긴장이 조금씩 풀어지는 게 느껴진다.


소파에 몸을 파묻고 책을 펼친다. 첫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난 이미 다른 세상에 발을 담근다. 현실의 고민들은 어느새 저 멀리 물러나고, 책 속 주인공의 삶에 푹 빠진다.


가끔 좋아하는 구절을 만나면 잠시 읽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긴다. 그 짧은 순간 동안 행복한 상상을 하면 즐거운 웃음으로 얼굴에 그림을 그린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그 행복한 감정을 음미한다.


밖에서 들려오는 소음도, 핸드폰 울림도 이 순간만큼은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오직 책장 넘기는 소리와 차 마시는 소리만이 내 귀를 채운다.


어느새 해가 기울어 방 안이 어스름해질 때쯤, 난 마지막 장을 덮는다. 책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아쉬움이 밀려온다. 마치 오랜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다.


찻잔에 남은 차는 이미 식어버렸지만, 그래도 한 모금 마신다. 차갑지만 여전히 향기로운 그 맛이 오늘의 책 읽는 시간의 마무리 짓는다.


이렇게 보낸 오후의 몇 시간이 내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다. 내일의 걱정도, 어제의 후회도 잠시 잊은 채 오직 현재에 집중했던 순간. 그 작은 사치가 내 일상을 지탱하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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