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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기쁨 ‘햇살과 함께 시작되는 텃밭 일기’

해가 뜨기 시작할 무렵, 나는 조용히 일어나 텃밭으로 향한다. 아직 이슬이 마르지 않은 풀잎을 밟으며 걸어가는 길, 그 촉촉한 감촉이 발바닥을 간지럽힌다.


텃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 흙냄새, 풀 냄새가 섞인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찬다. 이 순간만큼은 일상의 번잡함도,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모두 잊힌다.


오늘은 토마토 덩굴을 정리하기로 했다. 무성하게 자란 잎사귀 사이로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들이 얼굴을 내민다. 손끝으로 조심스레 만져보니 팽팽하게 탱탱한 느낌. 며칠 후면 수확할 수 있겠다.


옆 고랑의 가지는 꽃이 한창이다. 보랏빛 꽃잎이 아침 햇살에 반짝이는 모습이 어찌나 예쁜지. 문득 어릴 적 할머니 텃밭에서 본 가지꽃이 떠오른다. 그때는 몰랐지. 이렇게 아름다운 꽃이었다는 걸.


물을 주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힌다. 고개를 들어보니 태양이 제법 높이 떠올랐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했나 보다. 허리를 펴고 주변을 둘러보니 이웃집 아주머니가 보인다.


"아이고,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네, 날도 좋고 해서요. 아주머니도 일찍 나오셨네요?"

"아이고 어제 심은 고추가 걱정돼서요. 밤새 잘 자랐나 보러 왔어요."


이렇게 이웃과 나누는 소소한 대화도 텃밭의 즐거움 중 하나다.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고, 때론 수확한 채소를 나누기도 한다.


오늘은 상추를 좀 따야겠다. 저녁 식탁에 올릴 요량이다. 상추 한 잎을 입에 넣어본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이슬 맛이 난다. 씁쓸하면서도 달콤한, 그 맛이 혀끝에 남는다.


멀리서 들리는 강아지가 짖는 소리에 고개를 든다. 동네가 깨어나기 시작한 모양이다. 곧 출근길에 오를 사람들, 등교할 아이들로 거리가 북적거리겠지. 하지만 여기, 내 작은 텃밭에서는 여전히 고요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손에는 방금 딴 상추와 토마토가 들려있다. 이따 저녁에 된장찌개라도 끓여 먹어야겠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채소로 만든 음식, 그 맛은 또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나의 아침 루틴. 누군가에겐 사소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에겐 하루 중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내일은 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어떤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될지 기대하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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