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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의 기쁨, ‘정오에 울리는 공원의 새소리’

정오의 종소리가 울리면 나는 책상 앞에서 일어난다. 창밖으로 쏟아지는 햇살이 나를 유혹하듯 반짝인다. 잠시 일을 미루고 공원으로 향한다. 매일 만나는 길인데, 매일매일 새롭게 느껴진다.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싱그러운 녹음이 나를 반겨준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마치 자연의 스테인드글라스 같다.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자갈 소리가 경쾌한 리듬을 만들어 낸다.


벤치에 앉아 잠시 숨을 고르니 주변의 소리가 귀에 들려온다. 아이들의 웃음소리, 강아지들의 짓는 소리, 자전거 바퀴가 굴러가는 소리,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교향곡이 되어 귓가를 채워준다. 근처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가족들이 보인다. 도시락을 나누어 먹는 모습, 아이와 함께 책을 읽는 부모의 모습, 그들의 소소한 행복이 내게도 전해져 온다. 문득 나도 모르게 미소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봄에는 꽃들의 향연, 여름에는 짙은 녹음, 가을에는 알록달록한 단풍, 겨울에는 하얀 눈, 매 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공원이 내겐 작은 우주 같다. 때때로 다람쥐가 나무를 타고 오르내리는 모습을 본다. 그들의 재빠른 움직임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자연의 서커스를 보는 듯하다. 작은 생명체의 활기찬 모습에 나도 모르게 힘이 난다.


공원 한편에 자리 잡은 연못에서는 오리 가족이 한가롭게 수영을 즐기고 있다. 물결 위에 반사된 햇살이 반짝이는 모습이 마치 살아있는 그림 같다. 잠시 그곳에 앉아 물소리를 들으며 마음을 달랜다. 산책로 옆 작은 정원에서는 어르신들이 모여 운동을 하고 있다. 느리고 편안한 모습이 마치 시간을 위로하는 듯한 안부를 전한다. 그분들의 평온한 모습에서 나이 듦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때로는 혼자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본다. 나무 그늘 아래서, 또는 햇살 가득한 잔디밭에서, 그들의 고요한 모습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소중함을 깨닫는다. 나도 모르게 가방 속에서 책을 꺼내 들게 된다. 가끔 마주치는 조깅하는 사람들, 그들의 숨소리와 발걸음 소리가 규칙적으로 들려온다. 건강한 삶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 나도 덩달아 활력을 얻는다.


점심시간이면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는 회사원들을 본다. 넥타이를 풀고 편하게 잔디밭에 앉아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일상의 작은 탈출을 본다. ‘나도 조만간 동료들과 함께 이렇게 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원 한쪽에 마련된 야외무대에서는 간간이 작은 공연이 열린다. 악기 소리와 노랫소리가 공원을 가득 채울 때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소리에 귀 기울인다.


산책을 마치고 들어가는 길, 이전과는 다른 기분이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생각이 정리된 느낌이다.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기 되었다는 확신이 든다. 이렇게 항상 같은 시간, 같은 장소를 걷지만 매번 새로운 감동을 느낀다. 정오의 공원 산책은 나에게 작은 여행의 순간이다. 이 소소한 일상이 주는 행복을 깨닫는다.


내일도 공원을 찾아올 것 같다. 아마도 내일도 또 다른 풍경, 또 다른 사람들, 그리고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정오의 공원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계속해서 일상의 작은 행복을 발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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