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년계획 다들 세우셨나요?
나는 미리 해서 한갓진 것을 좋아한다. 나의 한가지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가 포함되어 있는데 예를들어 초등학교 때는 방학숙제를 미리 해놓고 놀았었다. 이 때부터 한갓진 것을 좋아했을지 모른다. 요즘 MBTI로 본다면 J 성향의 사람이다. 취준생 때는 평일 일정을 타이트하게 정해놓고 주말에는 쉬거나 평일에 못한 부분을 메꿨다. 나에게 한갓진 것은 미리 어느 정도 해놓고 마음의 여유를 찾는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대학생 때부터 11월이면 다음 연도의 계획을 세워왔다.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스펙을 쌓고 어떤 내용을 공부하는 등의 계획을 세웠지만, 회사를 나오고 나서부터는 사실 한 해 한 해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막연히 내년에는 어떤 걸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정량적이거나 정성적인 세부목표를 세워 다시 거꾸로 역설계하는 방법으로 월별 계획을 세웠다.
어떤 점에서 내가 계획하는 것들에 불확실성이 컸는지 돌이켜보며 내년 신년계획의 일부를 공개기록해보려고 한다.
돌이켜보니 회사를 나오고 자영업을 해서가 아니었다. 능력에 비해 욕심이 많았던 것 같다. 쇼핑몰로 보자면 초반 실적이나 스타트는 매우 좋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대부분 지속을 오래 하지 못했다. 그중에는 천재지변도 있었고, 인적이슈, 코로나도 있었다. 나 개인적으로는 끈기와 지속력이 매우 강한 사람인데 퇴사 후 팔았던 물건들은 길게 끌고 가지 못했다. 투자에서는 칼같이 끊어서 이득을 봤지만 온라인시장에서는 그러지 못했다. 수익형 블로그도 마찬가지로 꾸준히는 했지만 욕심에 해본 시도들로 구글에게 혼쭐이 났었다. 취업강의의 경우에는 그나마 누적기록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핵심 인원들의 휴식과 이탈로 규모를 키우지는 못하고 현상유지에 급급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올해 목표 중 하나였던 토목구조기술사가 끝나서 심적인 여유가 생겼다. 내년에는 계획 이행률을 다시 높여보려고 한다.
대학생 때나 고시생, 취준생 때는 타율이 높았다. 단기텀의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건 하면 되었으니까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이후의 목표들은 기술사처럼 시간을 필요로 하기도 했고 쇼핑몰이나 책 출간처럼 흐름을 잘 타야 하기도 했다.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항목을 2-3개 이내로 줄이고 최대한 지키는 쪽으로 갔었다. 이번엔 다시 잔뜩 벌여놓고 최대한 수습해보려고 한다. 계획이행률 80%를 목표로.
일 외적으로 제일 목표는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최대한 많이 보내는 것이다. 아이의 첫 뒤집기, 걸음마 순간에 함께 있고 싶은 목표가 있다.
일적으로는 계속 진행 중이던 에세이를 마무리해야 하고, 학회/세미나를 열심히 기웃거리면서 트렌드를 익히고 거래처를 늘려야 한다. 워드프레스나 티스토리 등 수익형 블로그는 다들 아시겠지만 올해 너무 풍파가 많아서 일단 일방문자만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수익목표는 두지 않았다. 쇼핑몰은 엑스브레인 선생님 책을 처음부터 보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18년 그때처럼 처음부터 다시 하면서 감을 찾는 걸 첫 목표로.
다음으로 새롭게 하는 토질기술사와 파이썬, 화공직 문제집은 몇 가지 변수가 있어서 우선 중간목표를 바라보며 달리려고 한다. 내년에는 이 중에 몇 개나 이룰 수 있을지 궁금하다.
12월은 앞의 취준생 때 주말과 비슷하다. 여백이거나, 시작이거나, 이어지는 공간이다. 점, 선, 면에서 선이라고 볼 수 있다. 작년의 목표(너무 조금 잡아서 이미 9월에 다 이뤘음)를 이어서 하거나, 내년 목표 중 처음 시작하는 일들을 알아보고 준비하거나, 쉬거나(연말은 변수가 너무 많다).
주변에 차분한 코스프레를 하지만 나를 잘 아는 사람들은 내가 급한 걸 안다. 무조건 빨리, 노빠꾸, 돈브레이크, 네버스탑, 네버기브업,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를 달고 살았었고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개인의 기질이 잘 변하지는 않지만 차분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그래서 인생의 방학숙제 일부를 11월에 또 미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