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과 정의를 쫒은 반항아의 도전
승승장구
말 그대로 많은 것들이 좋았다.
처음 업계를 들어올때 꿈꿨던, 나름대로 인정 받는 기획자가 되었다.
목표했던 과장 직급, 연봉, 성과 등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또 앞으로도 할 수 있는 바탕도 마련되었다.
특히 내가 처음 이 회사에서 testbed 로 참여했던 모바일 프로젝트의 결과들을 기반으로 시작해서,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 사실 돌려막기 같은 느낌이었는데, A프로젝트의 주요모듈이 B프로젝트로 연결되고-개선되고, 고도화 되면서 정말 중요한 서비스가 시작되는 기반에 해당 서비스 모듈들이 사용되었다. 플랫폼을 처음 만드는 것은 세밀한 계획에 따라 한번에 진행되는 것으로만 상상했지만, 하나둘 성공과 실패를 반복한 모듈들이 모여서 플랫폼이 될수도 있었다. )
그렇게 고도화된 플랫폼에서는 천만명 이상의 게임 서비스도 이뤄지고, 회사 또한 대박을 쳤다.
하지만, 이 시기에 찾아온 큰 변화들도 있었다.
그리고 회사가 대기업 계열사에서 개별 회사로 독립하면서 또 다른 분위기로 회사가 바뀌어나갔다.
( 아이러니한 부분은, 이 때는 내가 대기업이 너무 좋았어서 대기업에서 떨어져 나온게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언젠가부터는 대기업에서 일하는 것이 더 재미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다. )
그 와중에 불합리로 느껴지는 것들이 너무 많아졌다. 흔히 줄을 타야한다는 정치라는 것들이 대기업하에 있을때보다 더 심하게 진행됨을 느꼈다. 그 결과 의사결정 라인의 임원/팀장 등의 인사 변화폭도 컸다.
그리고 회사의 문화가 서비스 측면보다 '게임'이 강조되는 측면 ( 어찌보면 당연한 것 ) 도 있었는데, 심지어 고객의 사용성과 서비스의 퀄리티보다 중요한게 '수익'이 되는 분위기까지 맞닥들이게 되었을때는 내가 이 회사에서, 이 업계에서 계속 일할 수 있을까 라는 회의감 마저 들었다.
불합리를 견디지 못하는 기질이 생긴건 이때부터였던것 같다. 회사에 대해 점점 반항아 기질이 강해지기 시작했고, 마치 정의의 사도라도 된것처럼 맞서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린 마음'이었다. 연차가 쌓이면서 적당히 넘어가는 문화도 알게되고, 이해가 되지 않는 일들을 포기하는 방법도 알게되었지만, 그때는 그런 나이가 아니었다. (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때만큼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는 의지가 없어진지도 모르겠다. 챙겨야 하는 후배들이 많아질수록, 본질 외에도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아질수록 비겁하게 숨기도하며, 아직도 사회는 거지 같다 말하며 포기하기도 하니까. 그래서 가끔은 그 시절의 내가 그립기도 하다. )
결론적으로는 그 모든 것이 '게임'이라는 '본질적인' 컨텐츠의 한계를 절감하게 되는 부분들이었다.
내가 생각하는 '본질이라는 것부터 다시 세우고 싶고 찾고 싶다', '노예처럼 일하고 싶지 않다'는 스스로의 명분마저 완성했을때, 고민없이 퇴사를 신청했다. 그리고 미련이 없던 만큼 빠른 정리과정을 거쳐서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다른 이직은 후회가 아예 없는 수준이었지만, 이 때의 선택의 경우에는 후회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내가 나오고 난 이후에 많은 인센티브를 줬어서 후회되는 것은 아니었고( 솔직히 아예 없지는 않았다. 많이 주긴 주더라 ), 그 보다는 게임 안에서도 얼마든지 플랫폼으로써 확장하면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요즘 빅히트를 보면서 더 그런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그 때는 하지 못했다.
더욱이 내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나의 퇴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멀쩡하게 회사 잘 다니고, '회사는 대박이 나는데 굳이 퇴사해야될 이유가 뭐있냐.' 는 사람들이 많았고,
'회사생활이라는게 다 거지같으니 그냥 참고 다녀라' 라는 조언도 참 많이 받았다.
심지어 '이런 터무니 없이 기획자를 무시하는 방향은 정의로운게 아니지 않냐' 며 따지던 나를, 그 당시 실장님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였다. ( 오히려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내가 그를 이해하게 되었을 정도니까. ).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이 회사에서 10년 뒤, 20년 뒤에 무엇이 되어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게임이 나이를 먹고는 하지 못할 일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벤처를 말아먹긴 했지만 언젠가 한번쯤은 다시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더 넓은 세상에서 많은것들 배우고, 공부하면서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싶었다. 밑바닥부터 다시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가 겪은 인하우스-에이젼시-벤처-대기업 외에는 또 다른 분야는 없을까 의문을 가져봤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인 '프리랜서'라는 또 다른 도전이 나를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