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밭길 속에서 Project Manager로 발돋움
5번째 입사 이야기는 입사가 아닌 '변화'라고 칭하였다.
회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무모해 보였던 퇴사 이후, 새로운 세상을 위해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무엇보다 컸다.
'인하우스 > 에이전시 > 벤처 > 대기업'을 다 겪어봤고,
출시조차 힘든 서비스 기획부터 1천만이 이용하는 플랫폼 기획까지 모두 다 겪어 봤다고 생각했다.
'이 분야에서 또 도전하지 않은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고 여러 정보를 찾아봤을 때,
단 하나의 이름이 눈에 띄었다.
'프리랜서 ( FreeLancer )'
'들판을 뛰는 야생마' 같다고 말했던 선배들의 말을 되새겨보면 그 당시 과감한 선택을 즐겨하고 도전적으로 업무를 뛰던 나에게 가장 잘 맞는 직군이 아닐까 생각했다.
회사에 소속되어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서비스만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기간별/프로젝트별로 업무를 수행하고 빠지는 것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려고 했던 니즈에 아주 적합했다.
'넓게 일하다 보면 많은 경험을 쌓아 다시 벤처에 도전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욕심을 스스로 더 부추긴 건 정규직보다 더 높은 보수(월급)이었다.
처음 수행했던 프로젝트는 시청(서울은 아니고 경기도 쪽) 프로젝트였고, 어드민 설계를 맡는 Role로 투입되었다. 내가 들어갔던 프로젝트 내 롤은 갑을병정 의 '정' 쯤 되었던 것 같다. 갑이 '시청'이라면 중간 에이전시가 있고, 그 하위에 또 에이전시가 있었다. 나는 그 안에 소속된 프리랜서였는데, 소속은 한참 아래 있었지만 오히려 일하는 것이 너무 쉬웠다.
반대로 말하면, 이때의 에이전시는 인력관리를 잘하지 못했고 막상 나에게 일을 제대로 시키지도 못했다. 혹시나 우려되는 마음에 계속 '업무 요청을 해달라. 대기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이메일에 증빙으로 남겨둘 정도였다. ( 이렇게 일해도 되나? 이렇게 작게 일해도 되나?라는 생각들이 계속 들었다. )
이 회사는 여기저기 외주 프리랜서와 재택근무까지 동원해서 정해진 기간에 납기만 맞추려다 보니 퀄리티가 많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고, PM이 삽질을 하면 하는 대로 흘러갔다. 1개월 이상이 지났을 때 막상 내가 만든 어드민 설계서는 그렇게 많은 양이 아니었다. ( 이전 회사에서도 하루에 20장 이상도 작업한 적도 많은데, 이 프로젝트에서 수행한 게 30장 내외였으니까 )
결국은 프런트의 진행이 되지 않아. 어드민에서는 할 일이 없었고, 그렇게 에이전시는 나에게 짧은 계약의 종료를 요청했다. ( 본인들에 문제라고 했지만, 그것에 대한 보상이 크게 있지는 않았다. )
두 번째로 수행했던 프로젝트가 어린이 직업체험관 웹사이트를 신규 구축하는 프로젝트였고, 이 프로젝트의 Project Manager이자 메인 기획자로 참여하게 되었다.
이전 회사에서도 'Project Manager' 로서 일을 해봤지만, 이때의 외주는 다양한 업체와 이해관계자 등 많은 담당자들을 아우르는 역할이었다. 특히 온라인/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부분을 진행할 때는 대학/첫회사에서 경험했던 RFID 등의 기술 기반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 이때부터 '이 바닥은 경험이 재산이다'라는 생각을 확신하기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
오프라인 방문 예약 / 결제가 연계된 커머스 기능 / 또한 오프라인에서 이용한 사진이나 영상 등의 정보를 온라인에서 서비스하게 만든 모델 등도 성공적으로 구현이 되었다. 이 프로젝트가 향후에도 나에게 많은 경험의 도움이 된 것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모델이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간 일해온 경험을 기반으로 일하면 프리랜서로 일해도 경쟁력 있게 일할 수 있고, 기획자를 넘어
'Project Manager'로 서의 성장과 업무 확장을 할 수 있게 된 것에 자신감과 자존감 모두를 얻을 수 있었다.
( 단, 한 가지 아쉬운 건 오프라인 매장의 콘텐츠가 부족하고, 수익성과 연결되지 않아, 작년쯤 매장이 폐업하여 서비스가 종료되었다는 것이다. )
더없이 만족스러웠던 이 프로젝트를 마치고, 몇몇 프로젝트를 더 수행했다.
병원 / 어학 등 다양한 서비스들의 경험을 계속할 수 있었고, 일이 익숙해질수록 보수도 점점 높아졌다.
몇 달 일하고 몇 달 노는 프리랜서가 많다고 들었었는데, 왜 그런 얘기가 나오는지도 체감해보니 너무 와 닿았다. 바짝 높은 업무 퍼포먼스로 많은 돈을 벌고, 몇 달 쉬는 게 정규직으로 일하는 것과 차이가 없었으니까.
이 세계를 경험해보면서 느낀 메모들을 종합해보았다. ( UX/IT 기획 위주 이야기이다 )
기획자로써 일을 하는데에 있어 금융, 게임, 포털, 커머스 등의 분야적인 선택이 있다
또한, 정규직, 계약직, 프래랜서 등 고용형태(직군)에 대한 선택도 있다고 할 수 있겠다.
프리랜서는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회사의 소속은 아니되, 단발성 계약을 통해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사실 계약직과 별다른 차이는 없고, 계약직 내에 프리랜서가 포함되기도 한다.
( 계약직을 통상 1년으로 하기 때문에, 단기를 보통 프리랜서라고 구분하는 것이 좀 더 보통이다.
연장이 되는 경우도 아주 간혹 있지만 일반적으로 프로젝트 단위이기 때문에 연장하는 빈도는 높지 않다. )
프리랜서의 업무 범위는?
IT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기획, 디자인, 퍼블리싱, 개발, PM 분야별 전부 프리랜서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기간보다는 프로젝트 단위(과업 단위)의 계약을 한다.
업무 범위를 계약시점에 협의/정의하는 것이 보통이고, 이에 따른 보수를 측정하곤 한다.
=> 하지만 IT 환경상 협의를 통한 조정이 많고, 상호 간의 이해를 통해 넘어가는 부분도 많다.
프리랜서는 자유로운가?
정규직에 비해서 그렇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 자기 마음대로 재택근무를 하거나, 아무 장소에서나 일을 하거나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 이 부분이 상당히 오해를 사는 부분인데, 타 업계(이를테면 방송/작가 등)의 프리랜서와 it업계는 다르다. 한가롭게 일하는 게 프리랜서가 절대 아니다.
( 노트북 들고 스벅에서 쿨하게 일하는 환상 = 프리랜서는 아니라는 것이다. )
프로젝트에 따라 제한된 환경에서도 일을 해야 할 수 있다. 특히 기획자의 경우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해당 업체(발주사의 건물)에 상주하는 것이 보통이다.
하지만 그 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일을 쉴 수 있는 선택권이 더 큰 자유라고 하겠고, 이것도 돈을 계속 벌어야 하는 입장에서는 자유라고 말할 수 없기도 하다.
프리랜서는 고연차만 가능한가?
일반적으로 프리랜서는 어느 정도 연차가 되었을 때, 전문가적인 위치에 올라섰을 때부터 실행이 가능하다. 이는 프리랜서를 쓰는 프로젝트들이 일반적으로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사실 저 연차에도 가능한 프로젝트는 많이 있지만, 내용이 많지도 않고 오히려 스펙 대비 많은 일을 해야 해서 손해 보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프리랜서는 돈을 많이 받는다?
사실이다. 일반 정규직보다는 동일 연차에서 봤을 때 20%~30%(많게는 50%까지) 정도 많은 돈을 받는다.
하지만, 정규직과 다르게 고정적으로 일이 계속 있는 것이 아니고. 인센티브 등의 별도 수당 및 퇴직금이 없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그렇게 많은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부분은 정규직도 마찬가지이지만 case by case이다.
고급 기획자의 경우는 정규직의 연봉 상승률로는 몇 년을 다녀도 만나보기 힘든 돈을 받기도 하고,
10년 이상을 프리랜서로 일해도 그저 그런 대우를 받기도 한다. 결국 이 바닥도 실력, 레퍼런스, 평판이 그 사람의 수입을 좌우한다는 얘기다.
또한 연봉협상의 기본인 "결판 보기 나름" 이 프리랜서에도 통용된다.
기획이라는 일 자체가 능력이나 퀄리티를 정형화할 수 없기에 동일한 스펙의 업무에도 다른 급여를 받는 경우가 많다.
고용의 입장에서 프리랜서를 쓰는 이유는?
회사에서 사람 1명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연봉의 2배에 해당하는 돈이 필요하다. 재경비라고 표현한다. 회사의 건물 임대부터 장비 사용 및 각종 보험까지, 프리랜서의 경우는 이에 대한 비용 지출이 없으니, 지출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인건비를 좀 더 지출하더라도 종합적으로 보면 비용 지출이 줄어든다.
그래서 회사 내 업무 리소스를 유동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경우 정규직 채용보다는 프리랜서가 더 효과적인 채용 형태가 된다.
기획자가 프리랜서를 하는 이유는?
기획자마다 다르겠지만, 하나의 고정된 조직이 아닌 => 다양한 조직에서, 회사에서 정하는 프로젝트가 아닌=> 다양한 프로젝트를 '자신의 선택'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내가 프리랜서를 선택했던 가장 큰 부분이었다. 정규직 직원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프리랜서의 경우는 계약이 종료되는 대로 다른 프로젝트를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회사에서 진행되는 업무 외적인 행사 또는 잔업에 예외 될 수 있다.
회사가 커질수록, 이 부분의 스트레스가 커진다. 일하다 말고, 회사 행사를 한 달에 1,2번씩 가다 보면 이것도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는데 적어도 그런 건 프리랜서에게는 없다.
프리랜서는 장밋빛인가?
보통 '돈을 많이 받으니까' 한다는 사람들이 있는데. 실제 계산해보면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기업에서 프리랜서를 고용할 때, 쉽고 편안한 프로젝트를 주지 않는다. 내부 직원이 소화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를 주는 것이 보통이다. 결론은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떻게 프로젝트를 만나는가?
헤드헌터를 통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이 경우, 보통 월급의 5~10%에 상당하는 돈을 헤드헌터가 떼어간다. 하지만. 고용업체와의 문제가 생겼을 때, 헤드헌터가 일부 책임을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상호 간에 헤드헌터를 통한 방식을 선호한다. ( 업체와 신뢰 있는 계약이 가능하다면 헤드헌터가 필요하지 않게 된다. )
또는 직접 프로젝트를 구하는 방법이 있는데 디자인 나인이나, 이랜서 같은 곳 또는 기획자 커뮤니티가 일반적이다. ( http://www.designnine.co.kr https://www.elancer.co.kr 다만, 내가 일을 했던 프리랜서 생활은 2014년 시절이라 지금은 다른 사이트일 수도 있다.)
양심의 문제 / 마인드의 문제
역시 기획자는 프리랜서도 정규직과 동일하게 마인드가 중요하다. 업계 프로젝트에서 자주 들리는 이야기가 "프리랜서가 도망갔다"이다. 프리랜서의 경우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리면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는 선에서 어떠한 제약을 걸 수가 없다. 무책임하게 받을 돈만 받고 잠적하는 프리랜서들이 업계의 물을 흐린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도 비용 지급을 제때 하지 않는 악성 기업들이 있다. 역시나 이런 회사들도 업계의 물을 흐린다. 상호 간의 전문가적인, 업계 동반자로서의 양심과 마인드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책임의 차이
이어지는 이야기이지만, 정규직 기획자가 프로젝트를 망친다고 개인의 책임이 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회사에서 진행되어 실패한 과오로 인식되고, 성과에 대한 저평가를 받는 것에 그친다.
하지만. 프리랜서가 프로젝트를 망치면, 그건 고스란히 본인의 책임이 된다. 보통 이 부분을 법적인 절차를 밟아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는 드물지만, 책임의 소재는 개인에게 있다.( 사실 이건 소송 비용이 더 들어서이지, 업체들에서 작정하고 달려들면 속수무책 이기도 하다. 실제 그런 사례를 옆에서 보기도 했는데 아주 지저분한 모습들이었다 )
전업의 문제
프리랜서 기획자가 정규직에 들어가는 것, 정규직이 프리랜서를 선언하는 것, 모두 불가능하지 않다. 단, 어려운 점이라면 그 차이점을 이해해야 하고, 고용주의 눈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래서 초기가 가장 어렵다. 한쪽의 경험만 있는 사람이 다른 쪽의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 적응하지 못하고 원래 고용형태로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프리랜서 기획자를 추천하나?
각 연차와 상황에 따른 그리고 자신이 추구하는 기획 방향에 대한 선택의 차이, 성향의 차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업계에 국한된 것이 아닌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기를 원하고, 정형화된 조직 내의 프로세스와 잡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좋은 업무형태가 되기도 한다.
히지만. 무작정 좋아 보여서 또는 여유 있고 멋있어 보여서 준비되지 않은 마인드로 들어선다면, 업계의 물을 흐리는 기획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언제나 그렇듯 IT 시장은 좁고, 특히 그 안에서 프리랜서 시장도 좁다.
함부로 행동하면, 돌고 돌아 레퍼런스 체크에서 다 걸리게 되어있다.
이렇게도 많은 생각을 했지만 내가 프리랜서 생활을 한 것은 길지 않았다.
평생 프리랜서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또는 벤처를 도전하기 전까지 계속 프리랜서를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음에도 그랬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개인적인, 삶의 또 다른 행복을 위한 변화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