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상
올겨울은 너무 서둘러 다가왔다, 마치 우리의 이별처럼. 많은 눈은 애써 모든 것을 덮으려는 듯, 아픈 기억들을 은폐하고 싶어 했다. 나는 아직 이별이란 준비조차 하지 못한 채, 바람에 떠밀리듯 너를 떠나왔다.
단풍나무가 여전히 붉은 잎을 간직한 채 있는데, 눈이 내린다고 해서 정말 겨울이 올 수 있을까? 아직도 내 마음속에서 너는 그대로인데, 흰 눈에 덮인다고 그리움을 지울 수 있을까?
눈이 쌓여가는 그 순간, 이별의 고통을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잠시 포근함에 몸을 맡긴다. 그러나 포근함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을 거라는 달콤한 착각이었고, 결국 허상이었다. 언제나처럼 우리에겐 시간을 거스를 수 있는 힘이 없었다.
그것은 마치 새하얀 거품처럼, 잠시 머물다 간 감정에 불과했다.
친구를 향한 그리움이
글 쓸 용기로 다가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