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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May 27. 2019

꿈속의 연인

4. 꽃샘추위

한 달 후.

그는 태하그룹 하반기 계열사 사장단 워크숍 관련 프레젠테이션 및 기자간담회 준비로 정신없이 보내고 있었다. 기자들과 약속한 '2020 태하,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InSight)'를 발표하기 위하여 마지막 분석자료 하나가 필요했다. 전자도서관 등 인터넷을 이용해 검색할 수도 있었지만 그는 전문가가 직접 분석한 데이터를 보고 싶었다. 그는 책꽂이에 꽂아놓은 명함집 하나를 잡아당겼다. 그 사이에서 명함 하나가 포물선을 그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명함의 주인은 이-은-석이었다. 이름을 확인한 순간 그는 표정이 어두워지며 생각이 깊어졌다. 그녀의 명함으로 책상 바닥을 두드리며 숨을 크게 몰아쉬었다.   

'윤 일우. 정신 안 차릴래! 벌써부터 이런 사고나 치고.' 


그날 그녀에게 전화를 걸으려 했지만 회의가 길어지며 리셉션까지 늦어져 자리를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책상 위 개인 노트북을 열어 스케줄을 확인했다. 금요일에 '기자간담회'라고 입력되어 있었다. 그 아래 그녀의 이름을 입력 후 빨간색으로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래도 안심이 안되었는지 알람을 지정한 후 노트북을 닫았다. 


그는 누군가와 통화를 하며 본부장실을 나와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차 속에서도 그녀를 생각했다. 그녀를 처음 만났으면서도 친숙한 느낌은 어디서 비롯되는지 궁금했다. 그는 출판사 ‘그네’로 향했다. 대표실 문 앞에서 노크를 하자 안에서 중저음의 젊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자 광재와 가야가 그를 쳐다봤다. 그의 방문에 놀랐는지 가야의 눈이 커졌다. 광재가 그에게로 걸어왔다.  

“차광재입니다.”

"윤 일우입니다."

"이쪽으로 앉으시죠."

그는 맞은편에 나란히 앉아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 그가 광재에 대하여 묻자 민 여사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키가 커서 그런가 싱겁다고, 정에 약해 보이는데 출판사는 어떻게 운영하는지 모르겠다고. 광재와 마주 앉은 순간 가족이 될지 모르는 민 여사를 위한 그의 배려였음을 알았다. 광재는 책상 서랍에서 노란 봉투를 꺼내며 지난 5년간 외국투자회사에서 태하그룹과 동일한 업계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라며 그에게 내밀었다. 그는 광재에게 급하게 부탁한 것에 대한 사과를 하며 노란 봉투를 받았다.  


광재의 책상 위에서 전화벨이 울렸다. 광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돌아섰다. 대표실 문이 열리며 비서의 안내를 받으며 한 여성이 들어왔다. 창을 통해 비치는 빛이 그녀를 감추고 있어 얼굴을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광재가 일어나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개를 숙이고 광재가 건네준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다.    

"손님이 계셨네요."

"오랜만이에요. 은석 씨 언제 귀국했어요?"

"한 두 달쯤 되었죠."

광재의 '은석'이란 말에 그와 가야는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도 놀란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동시에 일어나 그녀 곁으로 걸어갔다. 가야는 그녀와 인사를 나누면서 귀국한 지도 얼마 되지 않은 그가 은석을 아는 데 더 놀랐다. 그도 은석과의 이어지는 우연에 이상한 생각마저 들었다. 그는 다시 자리로 돌아와 읽고 있던 서류를 노란 봉투에 넣어 빅팩에 밀어 넣었다. 대화가 쉽게 끝나지 않을 거 같자 그가 자리를 옮기자고 제안했다. 


네 사람은 밖으로 나와 주차장을 향해 걸었다. 그는 그녀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가야가 세 사람을 데려간 곳은 '파스텔'이었다. 문을 열고 네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더 놀란 이는 용하였다. 은석을 발견하고는 카운터에서 바로 뛰어나왔다. 용하는 평소 그녀의 책을 즐겨 읽었던 터라 그녀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그녀는 용하가 안내해준 자리로 걸어갔다. 세 사람도 뒤따라와 그녀 옆에 앉았다.

"일우야! 너는 작가님을 어떻게 알아? 뉴욕에서 만난 적 있니?"

그는 용하의 뉴욕이란 말에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 그녀도 놀랐는지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뉴욕에 계셨어요? "

"네. 미국 지사에서 근무했습니다."

그는 그녀를 미국에서 만났었나 생각하고 그녀를 바라봤다. 광재가 먼저 그녀와의 인연에 대하여 말을 꺼냈다. 

"은석 씨 아버님이 영국에 계실 때였어요. 유학생활이 끝나면 한국으로 돌아가 출판사를 운영할 거라고 말씀드렸더니 당신 딸이 작가 지망생이라며 은석 씨를 소개해주셨어요."

그는 그녀를 다시 쳐다봤다. 그녀는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광재를 쳐다보고 있었다. 광재 또한 그녀를 쳐다보며 웃었다.

"은석 씨! 대사님이 돌아오셔서 은석 씨도 귀국한 건가요?"

"네. 어머니도 이번에 들어오시게 되어 오랜만에 한 가족이 모여 살게 되었어요."

그가 의아한 얼굴로 광재를 쳐다보자 신이 난 듯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두 분 다 외교관이세요. 어머니는 UN에 계셔요."

그는 그녀가 외국어에 능통한 이유를 그제야 알게 되었다. 조용히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가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녀와 이집트에서 만나게 된 사연을 털어놓았다. 그는 동생을 위험에서 구해준 것에 대하여 고마움을 표했다. 

"오빠는 은석 씨를 어떻게 알아?"

"경주에서 작은 사고가 있었는데 은석 씨의 도움을 받았어."

"대표님 하고 가야 씨는 연인인 것은 알겠는데 일우 씨하고 가야 씨는 어떻게 만나셨어요?"

그녀의 물음에 모두가 큰소리로 웃었다. 광재는 그녀의 오해가 재미있는 듯 그에 대하여 설명을 했다.

"일우 씨는 가야 씨 친오빠예요. 아까 미국에 있다가 얼마 전에 귀국했다는 얘기는 했죠."

그녀도 자신의 오해가 멋쩍었는지 큰소리로 웃었다. 그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그녀와 함께 있었지만 그녀에게 끌리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웠다. 그는 여자든 남자든 빠르게 가까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가 태하그룹 오너의 후계자로서의 부담감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가끔씩 물끄러미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때문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은석 씨! 이번에도 우리 출판사 '그네'와 계약하는 거죠?"

"그럼요. 그래서 대표님을 찾아간 거였어요. 원고는 대표님 e메일로 전송했습니다."

"벌써 기대가 되네요. 은석 씨! 이번 책 표지는 은석 씨가 직접 디자인해보면 어떨까요! 저번 책 중간중간에 넣은 은석 씨 삽화가 인기였거든요. 출판사로 그림도 사고 싶다는 전화가 많아서 곤혹스러웠어요."

"생각해볼게요."

"그럼 자세한 얘기는 내일 다시 만나 얘기하는 거로."

그는 그녀와 광재의 주고받는 얘기를 들으며 은석의 그림을 보고 싶었다.

"저도 은석 씨 그림을 보고 싶은대 기회가 있을까요?"

"보고 싶다면 초대할게요. 그런데 제 작업실이 변변치 않아서 실망하실 수도 있어요."  


식사가 거의 끝나갈 때였다.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윤일우입니다. 인혜야 잠깐만. 식사 중이라 자리 좀 옮길게."

그는 휴대폰을 들고 '파스텔'을 나갔다. 그녀는 그의 통화하는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알지 못한 채 통화를 했다. 불어오는 바람에 흩트려진 머리를 계속 위로 올리고 있었다.

"미국이니?"

"아니. 한국이야. 정리할게 좀 있어서 연락이 늦었네."

"마이클하고 같이 들어온 거니?"

"우리 헤어졌어. 그래서 얼마 동안 부모님 댁에서 지내려고 들어왔어. 전화할게 바쁘더라도 시간 내줘."

그는 인혜와의 통화를 마치고 일행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가 자리에 앉자 가야가 장난스럽게 그에게 물었다. 

"인혜 언니야? 가정주부가 이 시간에 전화는 왜 했대?"

"가야. 너 장난치지 마."

그는 그녀의 표정을 확인했다. 그녀는 광재와 얘기하느라 가야의 말을 못 들은 눈치였다. 그녀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그만 일어나야겠어요."

광재가 가야의 팔을 잡고 눈짓을 하였다. 그는 그녀에게 걸어갔다.  

"가시는 곳까지 제가 모셔다 드려도 될까요?"

"네. 저야 감사하죠."

가야는 그에게 차키를 넘겨주고는 광재 옆에 가 팔짱을 꼈다. 

"은석 씨! 전화할게요. 다시 만나요."

"네." 

 두 사람은 일행과 떨어져 주차장 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걸으면서 그녀를 향한 자신의 맘을 고백했다. 그녀도 놀란 듯했지만 같은 마음임을 그에게 전했다.  

"저도 일우 씨를 처음 본 순간 운명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제 비밀을 솔직하게 일우 씨에게 얘기해야 된다 생각했어요. 제 얘기 듣고도 저를 받아준다면 저도 일우 씨 좋아요."

"갑자기 거절당하는 기분이라 겁부터 나는대요."

그녀는 소리 없이 미소만 지었다. 

"전 독일 유학 시절에 만난 사람과 결혼했었어요. 그도 미국에서 독일로 유학 온 유학생이었어요. 우리는 허락하지 않는 양쪽 엄마 아빠를 설득해 결혼을 했어요. 부활절 주일에 부모님을 만나러 미국에 갔다가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했어요.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전 도저히 학교를 떠날 수 없었어요. 그게 남편을 본 마지막 얼굴이었어요. 그가 숨졌다는 전보를 받고서야 미국으로 날아갈 수 있었어요."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어린 나이에 미망인이 되어버린 그녀가 측은했다. 그는 그녀를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그리고 그녀의 등을 토닥토닥거렸다. 

"괜찮아요. 괜찮아요."

그녀는 마음이 안정이 된 듯 그의 품에서 벗어났다. 차 정면을 바라본 채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는 그녀의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게 했다. 그리고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춘 후 그녀를 다시 품에 안았다. 

"은석 씨! 그건 불가항력이었어요.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잖아요." 

그는 고통스러워하는 그녀를 달래 집으로 들여보낸 후 문 밖에서 오랫동안 머물다 집으로 돌아왔다.

 




은석과의 두 번째 우연이 있고 며칠 후,

그는 광재가 건네 준 자료 덕분에 성공적으로 기자 간담회를 마쳤다. 그의  '2020 태하, 미래를 향한 인사이트(InSight)'는 저녁 뉴스 시간마다 핫한 뉴스로 보도되어 인터넷 실시간 검색 1위에도 올랐다. 그와의 단독 인터뷰를 따기 위해 본부장실로 찾아오는 기자들 때문에 그는 본부장실을 나와야만 했다.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은석 씨. 지금 어디예요?"

"북촌 작업실에 있어요. 대표님께서 제 책에 넣을 삽화 몇 점 필요하다고 해서 작업하고 있어요."

"그럼. 지금 작업실에 가도 될까? 기자들 전화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어서 당신한테 피신하려고."

"호호호. 피난처라면 이곳이 딱이에요."

 그는 그녀와의 통화가 끝나자 그녀의 작업실로 향했다. 그녀의 작업실은 그녀의 말과는 다르게 풍경이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실내는 빛이 잘 들어오도록 창문이 여러 개 나있었고 창이 넓어 그림 그리기에도 차를 마시기에도 정말 좋은 위치였다. 그가 주차하자 그녀가 밖으로 나왔다. 물감이 여기저기 묻은 에이프런을 두른 채 그를 맞이했다. 그녀는 그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체온이 잡은 손을 통해 그에게 전해져 왔다. 

"뉴스 잘 봤어요. 보는 내내 일우 씨가 자랑스러웠어요."

그는 그녀의 말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의 눈에 은석이 그리고 있는 그림이 보였다. 그녀가 여행한 곳 중 서정적이고 토속적인 어느 시골 동네의 풍경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잡은 채 그림에 대하여 물었다. 

"우리나라 같은데 맞아?"

"네. 경주에 갔을 때 며칠간 머물렀는데 그때 제 발길이 닿은 시골 동네예요."

"아깝다. 그때는 은석 씨가 바로 서울로 올라간 줄 알았지. 경주에 있는 줄 알았으면 연락이라도 해보는 건대. 더 일찍 당신과 만날 수 있었는데 기회를 놓쳤네."  

그는 진심이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그녀는 그에게 있어 강한 여운을 남겼다. 그는 그녀가 그림을 그리는 동안 재혁이 건네준 자료를 검토했다. 그녀는 여전히 그림 그리는데 몰입해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가 그에게 다가왔다. 

"일우 씨! 오래 기다렸죠?"

그는 일어나 그녀의 그림 앞으로 걸어갔다. 완성된 그림은 탐이 날 정도로 색채가 화려한 듯했지만 표현은 간결하고 담백했다.  

"이제 그만 갈까요? 오래 기다려 줬으니 저녁은 제가 살게요."


그녀가 그를 데리고 간 곳은 태하그룹의 계열사인 강남에 있는 T호텔이었다. 

"얼마 전 여기서 차 대표님과 가야 언니를 만났어요. 여기 음식 맛이 정말 좋았어요."   

그는 레스토랑에 처음 오는 사람처럼 말없이 그녀를 따라갔다. 엘리베이터가 12층에서 멈췄다. 두 사람이 내리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레스토랑 사장이 놀라 그의 옆으로 다가왔다. 그는 눈짓으로 제지시킨 후 안으로 들어갔다. 안에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쳐다봤다. 어느 테이블에서는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한강이 잘 보이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은 두 사람 앞에 젊은 직원이 물컵과 메뉴판을 들고 와 내려놓았다. 

"내가 주문해도 될까?"

"네."

"당신 즐겨 마시는 와인 있어?"

"저는 화이트 와인이요."

그는 속으로 와인 취향까지 같다는 생각에 그녀가 더 사랑스러워 보였다. 식사가 거의 끝나가자 그는 조심스럽게 그녀 앞으로 작은 상자 하나를 밀었다. 그녀는 놀랐는지 그를 쳐다봤다. 

"뭐예요?"

"열어봐." 

그녀는 상자를 열었다. 작은 상자 안에는 목걸이 하나가 들어 있었다. 가느다란 줄 끝에 천사가 중앙이 뚫려있는 하트 모형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천사의 날개 끝에 아주 작은 글씨로 일우와 은석의 이니셜이 쓰여 있었다. 

"너무 예뻐요. 이렇게 예쁜 거는 처음 봤어요."

"고마워. 당신이 화가라 부끄럽지만 내가 직접 디자인한 거야. 당신이 맘에 들어하니 정말 기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에게 걸어왔다. 그리고 그의 목에 두 팔을 두른 후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빨갛게 홍조를 띤 그녀의 볼이 그의 얼굴에 닿자 불에 덴 듯 화끈거렸다. 그녀는 자리로 돌아가 앉은 뒤에도 목걸이를 쳐다보느라 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 

"내가 걸어줄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로 가 목걸이를 걸어줬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인혜가 두 사람을 쏘아보듯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인혜는 두 사람이 앉은자리로 걸어왔다. 

"일우 씨! 여기서 뭐해?"

"인혜야!"

두 사람은 동시에 인혜를 쳐다봤다. 인혜는 그녀에게는 관심이 없는 듯 그녀의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쳐다봤다. 그리고 그에게 말을 걸었다. 

"여기 끝났으면 나랑 합석해도 되지?"

그녀는 인혜의 무례함이 기분 나빴지만 조금 전 그에게 받은 목걸이가 예뻐서 참았다.  

"오늘은 선약이 있어서 합석은 어려울 거 같아. 저녁시간 즐겁게 보내고 나중에 연락하자."

"일우 씨 그냥 간다고? 식사도 다 한 거 같은데 얘기 좀 해."

"인혜야! 지금 너무 무례하잖아. 나한테 중요한 손님이랑 같이 있잖아."

그의 중요한 손님이라는 말에 인혜는 그녀를 쳐다봤다. 

"미안하지만 자리 좀 비켜줄 수 있어요? 오랜만에 만난 친구라. 이해해줄 수 있죠?"

그는 그녀를 데리고 엘리베이터 앞으로 걸어왔다. 인혜는 계속 그를 잡으려 했지만 마침 인혜와 약속한 사람이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바람에 안으로 들어갔다. 그녀는 말없이 그를 쳐다봤다. 

"저번에 '파스텔'에 있을 때 전화 왔던 그분이죠?"

"음. 재미교포 인대 친정에 다니러 온 거 같아. 미안해. 당신과 좋은 시간 보내고 싶었는데."

엘리베이터가 1층에 닿자 두 사람은 호텔 밖으로 나왔다. 호텔 입구에서 그의 차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의 휴대폰이 다시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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