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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Apr 03. 2023

벚꽃 ing

우리네 소소한 행복

일요일 늦은 오후였다.

남편이 내가 좋아하는 특식(갈치조림)을 해주겠다고 주방에서 뚝딱거리고 있었다.

충전기에 꽂아놓은 휴대폰에서 '딩동'소리가 울렸다. 한통의 문자가 들어왔다.

보통 휴일에 오는 문자는 행정안전부나 경찰 등에서 보내는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사항이 문자로 오기 때문에 별 관심 없이 문자를 확인했다.


[web발신]

[달리는 오락실]

당첨되셨습니다^^ 상품 드리니 성함과 주소 보내주세요


뜻밖의 문자였다.

토요일 오후, 금산에서 살고 있는 작은 언니 집에 가려다 요즘 벚꽃시즌이기에 조카들이 꽃구경시켜 준다고 함께 나갔을 거 같아 카톡으로 조카들 방문 여부를 확인했는데 답이 없어 지레짐작으로 '조카들이 와서 함께 나갔구나. 싶어 남편과 둘이 차를 타고 벚꽃 성지로 잘 알려진 대청호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가까이 오자 차들이 줄지어 도로에 정차하고 있었다. 지혜롭게도 남편은 차의 방향을 돌려 충북 보은 쪽으로 달렸다. 얼마쯤 달리자 벚꽃 터널이 이어졌다. 양옆으로 오래된 벚꽃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벚꽃 터널을 나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니 옆으로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라디오를 켜자 '달리는 오락실' 두 남녀 MC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통의 흐름을 알려주는가 싶더니 청취자들이 참여하는 '이행시' 짓기가 시작되었다. 제목이 '감자'였다. 왜 이행시 제목이 감자였는지는 모른다. 중간에 라디오를 켰기 때문이었다.


감 : 감상해 보셨나요?

자 : 자연이 주는 선물 벚꽃이 장관이에요. 감동입니다.


중학교 이후 라디오 프로에 참여하는 것은 오랜만이라 남편 모르게 살짝 문자를 보냈다. 당첨되면 바로 방송되는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나 보다. 문자 보낸 것을 잊고 작은 언니로부터 집에서 형부랑 밭일을 하고 있다는 톡에 바로 방향을 바꿔 작은 언니네로 향했다. 


당첨되었다는 문자를 받기 전까지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너무 기쁘고 놀라 남편에게 문자 보낸 얘기를 들려주자 남편은 누군가에게 보내는 문자를 작성하는 줄 알았다며 함께 기뻐해줬다.


그러고 보면 아주 오래전에는 방송국에 엽서도 보내기도 했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는 그냥 듣기만 했던 거 같다. 같은 번호로 또 하나의 반가운 문자가 도착했다.   


[web발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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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젊은 가수의 '벚꽃 엔딩'이란 노래가 생각난다. 꽃은 질지 모르지만 2023년 어느 봄날에 시작된 '벚꽃의 경이로움'은 아주 오랫동안 이어질 거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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