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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09. 2019

[하루 20분 7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나의 아침이 주는 의미.

[하루 20분 나는 한다]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나의 '웃음' 도전기가 7일째가 되는 날이다. 처음에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뛰어들었는데 하루하루 '웃음'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갖게 되었다. 내 얼굴의 근육을 움직이는 건데 이렇게 힘든 일이었나 싶었다.


오늘은 어떤 소재가 있을까 생각하다 밥상 위에 놓여 있는 장아찌가 눈에 들어왔다. 수많은 종류의 장아찌가 있지만 그중에 가장 좋아하는 게 '무장아찌'였다. 엄마가 돌아가신 후로는 엄마의 장아찌 맛이 더욱 그립다. 어떻게 장아찌를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마가 만들어 밥상 위에 올려놓은 걸 먹어보면 뭔가 색다른 누구라도 좋아할 거 같은 그런 맛이었다.


입에 넣고 씹으면 사각거리는 무의 시원한 맛에 된장과의 비율이 잘 맞아서인지 다른 에서 먹는 맛과는 다르게 아직도 그 맛이 기억난다.


그러나 엄마의 장아찌가 다 맛있었던 건 아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에 막내딸 끼니가  걱정되셨는지 무장아찌를 작은 항아리 가득  만들어 놓으셨다. 


갑자기 돌아가신 터라 모른 채 지내다가 엄마가 쓰시던 유품들을 정리하던 중 베란다 한쪽에 놓여 있는 항아리가 보여 무심히 뚜껑을 열었다.


밤과 낮의  기온이 달라서인지 아니면 공기가 통하지 않아서인지 검푸른 곰팡이가 가득 피어 있었다. 곰팡이일 뿐 인대 나의 심장은 놀라움에 두근두근 빨라지고 있었다. 항아리를 닦으려 고무장갑을 끼고 속에 있는 걸 꺼내자 그 속에는 엄마가 만들어 놓은 무장아찌가 고개를 내밀었다.  


생각해보니 나의 웃음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한 때가 엄마가 나 때문에 밤낮으로 고생하는 것을 깨달을 때부터였다. 어느 날 어린 나를 붙잡고 울으시던 그 모습을 본 이후로 나의 웃음이 줄어드는 대신 엄마의 웃음을 찾아주고 싶었다. 그래서 '착한 아이' '예쁜 아이'라는 타이틀을 얻고 싶어 무엇이든 열심히 했던 거 같다.  


지난 일요일 오래된 앨범을 찾았다. 사진마다 어색한 표정으로 앞을 응시하고 서있는 나. 그 사진들을 보며 한참을 정말 생각 없이 웃었다. 가장 싱그럽고 찬란했던 나의 어린 시절은 어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지나온 나의 시간들은 어색하고 경직되어 있는 표정들이 주름을 잡고 있었지만 앞으로 다가올 시간 속의 나의 얼굴은 '미소가 아름다운 여자'로 자리매김하고 싶다.


오늘 아침 밥상 위의 장아찌는 시누이가 보내준 장아찌였지만 이 또한 어느 날인가는 나에게 작은 웃음으로 간직되지 않을 끼 싶다.


<형님! 감사합니다. 무장아찌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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