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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석금 Jul 16. 2019

[하루 20분 11일] 생각 없이 웃기로 하였다.

천사들의 합창.

일에 쫓기는 평일에는 휴일이 되면 가깝고 좋은 곳을 찾아다니며 기분도 전환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편안히 쉬다 와야겠다 마음을 먹지만 휴일이 되면 그 맘은 사라지고 휴일에 해야 할 나의 일상에 다시 파묻히곤 한다. 친지 중 결혼하는 자녀나 돌아가신 분이라도 있으면 아무리 먼길이라도 갔다 와야 마음이 편하니 베짱이처럼 노래나 부르며 배 두드릴 성격은 못되나 싶었다.     


자리를 옮기고 난 후로는 저녁시간에도 마음 편하게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었기에 쉬고픈 맘은 커져만 갔다. 휴일이어도 편하게 방바닥에 배 깔고 쉬는 성격도 못되는데 휴일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리는 걸 보면 많이 지쳐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이지만 수요일이면 몸도 맘도 가벼워짐을 느낀다. 


이 날은 출근할 때 아침 공기도 다른 때보다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한 주의 절반이 지나가고 휴일과 가까워졌기 때문이리라.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다음날은 출근하지 않기에 편한 맘으로 사무실에 앉아 밀려있는 업무를 늦게까지 처리하고 있었다. 시계는 9:00시가 훌쩍 넘은 시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남편한테 9:30분까지 와달라고 부탁했는데 오늘 처리해야겠다 맘먹은 업무량은 반도 넘게 남아있었다. 나만의 목표한 분량을 끝내 놓고 사무실을 나와 남편 차에 올랐다. 


<누나가 내일 저녁 애들하고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자고 하네.>

<알겠어요.>


쉬고 싶은 맘은 가득했지만 시아버지가 중환자실을 다녀온 후로는 영 기력을 찾지 못하고 계셨기 때문에 쉰다고 해도 맘은 편치 않을 거 같았다. 연세도 93세로 워낙 고령인 데다 인천에서 오랫동안 혼자 계시다 우리 곁으로 내려오셨기 때문에 몸도 맘도 많이 약해지셨다.   


토요일 저녁, 시간 맞춰 형님 댁으로 갔다. 벌집삼겹살과 항정살을 사 가지고 들어가니 두 조카들의 아이들까지 왁자지껄 사람 사는 집 같았다. 먼저 안방으로 들어가니 아버님이 침대에 누우셔 눈을 감은채 입을 오물오물거리고 계셨다.  형님이 간식으로 포도 몇 알을 드렸는지 입안에 넣은 채 졸다 깨다 하며 계셨다. 


<아버님! 막내며느리 왔어요.>라고 큰소리로 말하자 감고 계셨던 눈을 뜨시며 내 손을 잡으셨다.

시끌벅적한 집안 분위기에 아버님은 명절이라도 되었나 싶으셨는지 오늘이 무슨 날이냐고 물으셨다. 


사실은 형님이 아버님 상태가 계속 나빠지고 계셨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건강하실 때 얼굴이라도 한번 더 뵈라고 불러 모은 것이었다. 밤은 깊어가는 데도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질 않았다. 아이들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어른들은 큰소리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 


날개 없는 천사들 


역시 집안에서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야 사람이 사는 것 같다. 

예쁜 조카들과 그들의 작은 천사들은 판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살을 쳐다보며 군침을 삼키고 있었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궁금해졌다. 


몸은 피곤하지만 아이들의 맑은 웃음을 듣고 있으니 내일은 더 힘을 낼 수 있을 거 같다. 저 아이들이 우리 어른들의 희망을 이루어 줄 때까지 나 또한 건강한 웃음을 잃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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